[조선에듀] 일반고 공교육 우수 사례, 학습동아리·플래너·교수 초빙 강의·연합수업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0.07 10:40
  • 특목·자사고가 대입에서 좋은 실적을 보이면서 ‘일반고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일반고 중에도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뽐내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교육부가 ‘2015년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수기 공모전’에서 선정한 학교들이 좋은 예다.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학생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우수 교육 사례를 소개한다.

    ◇수학 학습동아리, 학습플래너 등으로 학업 성취도 높여
  • 강원 영월고 수업학습 현장
    ▲ 강원 영월고 수업학습 현장

    “우리 학교의 수학 B형 평균 점수가 전국 평균보다 유난히 낮아 고민했어요. 주변에 있는 학교에서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했죠.”

    강원 영월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박민호 교사는 문제의 원인을 학습 경험의 차이라고 봤다. 농어촌 지역에 있는 영월고는 3학년 1학기까지 수학 B형 진도를 빠듯하게 나가고 2학기에 곧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빡빡한 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박 교사는 3학년 학생이 새로운 개념을 배우면서 1, 2학년 때 배웠던 내용을 효율적으로 복습할 수 있게 수학 학습동아리를 조직했다. 박 교사는 6개년치 기출 문제를 분석해 ▲행렬 ▲프랙탈 도형 등 수능에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을 추려 해당 유형에 대한 문제를 10개 이상 내 줬다. 동아리원 10여 명은 각자 담당하는 유형의 문제를 풀고, 다른 학생들에게 ▲느낀 점 ▲풀이 전략 ▲문제의 패턴 등을 설명했다. 스스로 풀고 고민하기 때문에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수학 B형에서 2~3등급을 전전하던 엄현용(영월고 3)군은 지난 7월 모의고사 때 드디어 1등급에 올라섰다. 엄군은 “문제를 분석하고 비슷한 유형을 푸는 아이디어를 토의하기 때문에 시험에 해당 유형의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바로 알아차린다”고 했다.

    대전 도안고는 지난해 전교생에게 학습플래너를 나눠 줬다. 학교는 매일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주고 한 달에 두 번씩 담임교사가 플래너를 잘 활용하는지 확인하고 조언해 준다. 계획에 따라 시간관리를 잘 하는 학생을 매 학기마다 시상해 동기부여하기도 했다. 이 내용을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수기 공모전’에 소개해 동상을 수상한 배인지(도안고 2)양은 “예전에는 시간에 쫓기면서 공부했는데, 플래너를 쓰고 나서 시험을 치르기 전에 마무리 정리하는 시간까지 생겼다”고 했다.

    논문을 쓰면서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진 경우도 있다. 조선아 서울 동명여고 생명과학 교사는 2013년부터 주변에 대한 작은 호기심을 주제로 실험하고 과학 논문을 작성하기까지 멘토 역할을 했다. 조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논문 주제에 대해 자료를 찾고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동명여고는 2014년부터 사회과학을 주제로 하는 논문 작성 활동까지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진로 탐색 돕는 특색 있는 활동

  • 충북 봉명고 수업학습 현장
    ▲ 충북 봉명고 수업학습 현장
    공모전에서 교원 부문 금상을 수상한 김병두 충북 봉명고 국어교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기력한 학생에게 울림을 주고 싶어 진로 관련 프로그램을 지난해 개발했다. 김 교사는 전공을 살려 독서와 진로를 결합했다. 성격유형검사(MBTI)를 통해 개별 성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추천 직업군을 제시해 줬다. 예컨대 ‘사색형'인 학생에게 혼자 일할 수 있는 바리스타 등을 추천하는 식이었다. 다른 교사들의 도움으로 16개 성격 유형에 따른 직업군과 도서 목록을 정리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진로에 대한 생각을 써 보고 관련 체험도 경험했다.

    참여 학생들의 호응 덕에 올해는 진로 프로그램이 확대됐다. ‘꿈 발표대회’는 학생이 자신의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세부 전략을 발표하는 대회다. ‘진로진학동아리’를 만들자 외교관을 꿈꾸는 동아리원은 국립외교원의 공식 질의를 하고 인근에 있는 대학에 찾아가 관련 학과 교수를 직접 인터뷰했다. 올해 동아리 부장인 김재은(봉명고 3)양은 “나도 2학년 때까지는 막연하게 의대 진학을 꿈꿨지만 결국 식품관련학과에 진학하기로 했다”면서 “진로에 대해 뚜렷하게 목표 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입시에서 갈팡질팡하므로 내 적성과 잘 맞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고교생 때 필수”라고 귀띔했다.

  • 대전성모여고 수업학습 현장
    ▲ 대전성모여고 수업학습 현장
    교사들의 열정과 관심은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대전성모여고는 충남대 교수진이 고교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지난 1월 교장이 직접 나서서 대학에 호소했다. 유현숙 교장과 교사들 덕에 인문사회·자연과학·음악계열 학생들이 대학 수준 강의를 미리 들어보는 진로집중과정을 구성, 진행했다. 이정호 교무운영부장은 “학생들은 진로를 생각할 때 구체적인 직업만 생각한다”며 “대학 강의를 맛보며 자신의 진로적합성을 깨달아야 최근 대학의 선발 기준인 ‘해당 학문 분야를 탐구하려는 학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대구 송현여고 수업현장
    ▲ 대구 송현여고 수업현장
    대구 송현여고는 지난 1학기에 인근에 있는 4개 고교와 함께 ‘동물해부실험’ 연합 수업을 운영했다. 학교들이 뭉친 덕에 쉽게 할 수 없던 생명과학 실험을 내실 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김태형 송현여고 생명과학 교사는 “과학 실험이 물리·화학 과목에 집중돼 있어 생명과학 관련 실험을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실험 관련 주제를 심화 공부하는 등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