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수학 사교육 시장 커질 것”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0.02 09:25

  • 영어영역 절대평가 세부 도입 방안을 포함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기본계획’이 1일 확정·발표됐다. 발표 후 “영어에서 1~2점을 더 받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교육부 기대와 달리, 교육계에서는 ‘영어 조기교육 확산’ ‘수학 사교육 시장 확대’ 등 우려가 제기됐다. 일선 고교에서 국어와 수학, 탐구 등의 수업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다른 영역으로 부담이 전가되는 ‘풍선 효과’가 예상되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 9등급제가 도입된다. 원점수 100점 만점에 1등급 100~90점, 2등급 89~80점으로, 10점마다 등급이 달라진다.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을 2015학년도와 같은 난도로 출제한다고 가정하면, 상위 16%(약 9만명) 정도까지 1등급에 해당한다. 더 쉬웠던 2016학년도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수준으로 출제하면, 상위 약 23%까지가 1등급이다. 수능 응시자 60만명 가운데 약 14만명이 1등급을 받아 사실상 변별력을 잃는다는 얘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2018학년도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고교 현장에서는 앞으로 세 영역 수업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선 고교에서는 학교 수준에 따라 현재와 같은 수업 진행 방식을 버리고,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수업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영어 변별력 축소로 외고·국제고 선호도도 주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 역시 “영어가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화됨에 따라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운 일부 고교는 영어 수업을 줄이고 수학·국어 수업을 늘리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학의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영어의 조기교육 현상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고등부 수학 사교육이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이와 함께 영어를 중학교 때 끝내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수학에 집중하려는 학부모들에 의해 중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까지 더욱 팽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동안 영어를 아예 포기하거나 관심이 없던 수험생도 영어 사교육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교육당국이 절대평가 도입 취지로 내세운 ‘사교육 경감’ 효과와는 배치되는 상황이 예상되는 것이다.

    임성호 대표 역시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문제 난도가 확정되면, 초·중등 단계에서 영어를 빨리 마스터하려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초 5등급제로 논의됐던 절대평가가 9등급제로 변경된 데는 대입에 활용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영향이 크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대입에서의 수능 영어 성적 활용에 대해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정시모집에서는 각 등급에 일정 점수를 부여해 다른 과목 점수와 합산하는 방식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시에서의 영향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정시에서의 영어 반영비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영어 영역을 통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확대‧유지할 경우, 현재 2~5등급인 학생 가운데 영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아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전략을 펼치려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이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수능 성적표에는 영어 영역의 표준점수와 백분위기 표기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주요 대학은 정시에서 영어 반영비율을 줄이거나, 한국사처럼 지원 자격 요건으로 삼거나, 혹은 응시자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