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서강대 모의논술 총평…핵심어중심 제시문 요약 훈련을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9.24 11:37

  • 서강대학교가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모의논술에 대한 출제 의도 및 총평 등이 담긴 자료집을 최근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서강대 논술고사는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눠 치르지만, 이번 모의논술 자료집에는 인문사회계열 1개 문항에 대한 출제 의도와 채점 기준, 제시문 분석, 답안사례 평가 등이 안내됐다.

    서강대 논술고사는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인문·사회 통합교과형, 자연계열의 경우 수리형으로 실시되며 각각 2문제가 출제된다. 국제인문학부, 사회과학부, 경제학부, 경영학부, 커뮤니케이션학부가 응시하는 인문사회계열 논술에는 인문/사회과학 관련 제시문과 논제가 주어지고 자연과학부, 공학부가 치르는 자연계열 논술에는 수리 관련 제시문과 논제가 주어진다. 두 계열 모두 1번 문항과 2번 문항에 대한 배점 비율이 40%와 60%이고, 시험 시간은 100분이다. 자연계열 논술은 수능 이틀 뒤인 11월 14일에, 인문사회계열은 15일에 실시되며 고사 시간은 모집단위별로 다르다.

    한편 서강대 논술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다소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국어B, 수학A, 영어, 탐구(사회탐구 혹은 과학탐구 또는 국어A, 수학B, 영어, 과학탐구 중 3개 영역 각 2등급 이내’를, 자연은 ‘국어A, 수학B, 영어, 과학탐구 중 2개 영역 각 2등급 이내’를 기준으로 하며 수학B, 과학탐구 중 1개 이상은 반드시 2등급 이내여야 한다. 다음은 2016학년도 모의논술 인문사회계열 1번 문항에 대한 분석이다.


    Ⅰ. 문제
    제시문 [가]에서 다루는 문제와 관련한 두 논점을 [나]~[바]에서 찾아 정리하고, 이를 논거로 활용하여 국가가 [가]의 문제를 해결할 때의 어려움을 논의한 다음,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여성이나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대두되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불공정성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부를 바탕으로 더 많은 부를 얻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적은 소득을 얻어 빈부 격차가 커진다. 사람들은 협동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얻은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하지 못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서구 사회에서의 분배 기준은 주로 공적이었고, 빈민의 비참함을 덜어 주는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귀족이나 종교 단체가 자선을 통해 빈민의 어려움을 덜어 줄 뿐이었다.
    -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나] 이미 노숙인들을 위한 공공과 민간단체의 재정으로 지원되는 많은 사회적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민간단체나 공공 영역에서의 노숙인 지원 사업은 날로 활성화되고 있다. ...중략... 그런데도 여전히 노숙인의 재활과 사회로의 복귀는 쉽지 않다. 오히려 노숙인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 제공은 어떤 면에서는 공무원의 일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종교단체의 선교와 봉사 차원의 사역일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노숙인 관련 서비스들은 공공 재정과 종교단체 후원금으로 제공되는 선한(?)사업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중략... 그러나 사회복지의 대상자인 노숙인들과 진정한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노숙인들이 사회로 통합되기까지 지속적으로 그들과 관계 맺는 것이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복지 종사자들의 업무는 점점 관행적으로 흘러 생명력 없이 일하기 쉽다.
    - 최영아, 질병과 가난한 삶

    [다] 선왕: 내와 같은 사람도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왕이 될 수 있겠소?
    맹자: 물론입니다.
    선왕: 무슨 근거로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까?
    맹자: 신은 호흘(胡齕)이라는 신하가 한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왕께서 대전(大殿)에 앉아 계실 때 어떤 사람이 대전 아래로 소를 끌고 지나갔는데 왕께서 그것을 보시고 “그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고 물으시자 그 사람은 “흔종(釁鍾, 완성된 종에 소의 피를 바르는 의식)에 쓰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왕께서 “그 소를 놓아주어라. 부들부들 떨면서 죄 없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나는 차마 보지 못하겠다”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흔종 의식을 폐지할까요?” 그러자 왕께서는 “흔종을 어찌 폐지할 수 있겠느냐. 소 대신 양으로 바꾸어라”고 하셨다는데 그런 일이 정말로 있었습니까?
    선왕: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맹자: 그런 마음씨라면 충분히 천하의 왕이 될 수 있습니다. 백성들은 왕이 인색해서 소를 양으로 바꾸라고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신은 왕께서 부들부들 떨면서 사지로 끌려 가는 소를 차마 볼 수 없어서 그렇게 하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 맹자, 양혜왕 편

    [라] 어제 S병원 병실에서 본 일이다. A라는7, 8세밖에 안 된 귀여운 소녀가 죽어 나갔다. 적리(赤痢, 급성 전염병인 이질의 하나)로 하루는 집에서 앓고, 그 다음 날 하루는 병원에 서 앓고,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에는 시체실로 떠메어 나갔다. 사흘 밤낮을 지키고 앉아 있었던 어머니는 아이가 운명하는 것을 보고, 죽은 애 아버지를 부르러 집에 다녀왔다. 그 동안 죽은 애는 이미 시체실로 옮겨가 있었다. 부모는 간호부더러 시체실을 알려 달라고 청하였다.
    “시체실은 자물쇠 다 채우고 아무도 없으니까, 가 보실 필요가 없어요.”하고 간호부는 톡쏘아 말하였다. 퍽 싫증 난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그 애를 혼자 두고 방에 자물쇠를 채워요?”라고 묻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었다.
    - 주요섭, 미운 간호부

    [마] 부자가 그런 교만한 생각을 안고 한 끼니의 식사를 베풀 때마다 이를 받아 들이는 상대방의 자아 그 자체를 휘어잡고 그의 마음속까지도 임의로 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나머지 부자는 상대방의 내면에 일고 있는 분노를 간과하고 만다. 온갖 사슬이 완전히 풀려버려서 갈기갈기 찢겨진 채로 그 어디에서도 자신만의 안정된 상태를 누릴 수 있는 여지라곤 없이 모든 안정과 지속성이 허물어져버렸다는 것, 이런 가운데 특히 시혜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이러저러한 소견이나 의향마저도 모두 배반당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
    - 헤겔, 정신현상학

    [바] 분배 정의에 관한 원리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누가 소유물을 받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에 초점을 맞춘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좋건 나쁘건, 주는 행위를 완전히 무시한다. 분배 정의의 통상적 이론들이 왜 받는 사람 쪽에서 서술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주는 사람과 정당하게 교환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나 그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생산자와 그들의 소유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왜 이 모든 것들이 무시되는 가? 각 개인의 소유물은 그가 다른 사람과 교환하였거나 선물로 얻은 것이다. 자유세계에 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물건을 손에 쥐고 있으며, 새로운 소유물은 자발적 행위에서 발생한다.
    -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Ⅱ. 출제의도 및 채점기준
    1. 출제의도
    분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의 도덕적인 근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정책의 어려움을 제시문을 통해 이해하는가를 묻는다. 특히 여러 제시문에서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감” 및 배려적 사고의 개념을 찾아 내고 제시문의 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2. 채점기준
    첫째, 제시문의 적절한 분류와 해석:
    1) 제시문 [바]에서 재분배의 문제와 소유권이라는 개인 자유의 침해의 문제점을 찾아내었는가.
    2) 제시문 [나]~[마]에서 공감(동정심)을 통한 감성적인 도움의 중요성을 추출해내고 그 관점에서 제시문의 내용을 적절히 해석하였는가.
    둘째,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하여 복지 정책의 어려움(자유의 침해, 특히 공감이 없는 형식적인복지제도의 한계)을 논리적으로 지적하였는가.
    3) 위에 언급된 복지 정책의 난관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창의적, 논리적으로 제시하였는가

    3. 고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고등학교(2012.12) 국어과 선택 교육과정 국어Ⅱ 작문 영역에서 ‘(7) 핵심적인 정보를 선별하고 작문 맥락에 맞게 정보를 조직하여 설명하는 글을 쓴다’에 대한 이해와 고등학교(2012.12) 국어과 선택 교육과정 화법과 작문에서 정보 전달의 원리를 확인하는 논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2장 사회정의와 윤리, 2절 분배 정의와 복지의 실현의 학습목표 분배 정의의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한다. 5장 사회 정의, 3절 사회 복지 문제와 윤리의 학습 목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사회는 어떤 책임을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의미와 실천방법.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2장 도덕 판단의 과정, 3절 배려적 사고의 학습 목표 1. 도덕 문제 해결에 있어 배려적 사고의 중요함을 인식한다. 2. 도덕적 상상력이 도덕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


    Ⅲ. 제시문 분석 및 답안 예시
    1.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약자의 등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분배 및 복지제도에 대한 글이다. 빈민 부양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복지제도의 근거를 제시한다.
    제시문 [나]는 복지제도의 한 예로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에 대해 언급하고 제도의 성공을 위해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인격적인 관계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제시문 [다]는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왕도정치에서 인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맹자의 글이다.
    제시문 [라]는 주요섭의 “미운 간호부”라는 수필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사회의 모습에서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간호사의 모습이 제시된다. (참고: 도덕 교과서에서 재인용)
    제시문 [마]는 부자의 교만으로 자선을 통한 부의 배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의 글로 헤겔의 “정신현상학”의 일부이다.
    제시문 [바]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 국가론을 주장한 노직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자유주의 국가의 철학적 기초”의 일부를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Ⅳ. 모의논술 채점 총평
    1. 문제들이 개별적이고 병렬적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하길 바란다. 자신이 제시하고 있는 것들을 묶어 내는 보다 거시적인 틀을 생각해 보고 이를 명확한 용어로 바꾸어 쓰는 연습이 중요하다. 개별적인 것을 묶어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생겨난다.
    2. 중요한 지점은 학생 스스로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점이다. 논제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논제가 무엇을 요구했는지, 논제와 각 제시문의 논지와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글과 비교해 보길 바란다.

    【논제 이해】
    우수한 논술문 작성을 위해서는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입 논술에서는 논술문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개요 작성과 연결되기에 특히 중요하다.

    해당 논제를 분석해 보자. 일단 해당 논제를 크게 나누는 연습부터 해보는 것을 권한다. 이 논제는 아래와 같이 나뉜다.

    ① 제시문 [가]에서 다루는 문제와 관련한 두 논점을 [나]~[바]에서 찾아 정리하고, ② 이를 논거로 활용하여 국가가 [가]의 문제를 해결할 때의 어려움을 논의한 다음, ③ 그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①, ②, ③은 논술을 작성하실 때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지점이다. 즉 아래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10점 만점에 2점 이하의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① 분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의 두 논점
    ② 분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의 어려움(국가 복지 정책을 통한 빈민 해결의 어려움)
    ③ ②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공감” 및 배려적 사고의 중요성 등)

    이 논술의 가장 일반적인 개요는 논제를 그대로 분석한 ①, ②, ③이다.

    제시된 논제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분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에 관여하는 두 가지 논점이 무엇인지를 제시문 [바]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제시문 [바]를 제대로 읽어 ‘재분배의 문제와 소유권이라는 개인 자유의 침해의 문제점’을 포착하고 분배와 관련되는 ‘사적 소유권’의 침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문제는 나머지 예문들의 내용에서 추출할 수 있다.

    제시문 [나]~[마]에서 공감을 통한 감성적인 도움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 된다. 논술의 제시문 읽기는 예문들 간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거시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길 바란다. 논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을 파악하려면 큰 틀에서 나머지 부분들을 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견해를 보이는 부분인 마지막 부분은 앞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서술하고 이 해결의 타당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또 논술문의 타당성은 항상 ‘근거의 충실성, 논리성’으로부터 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거의 충실성과 논리성은 제시문을 제대로 읽고 그 제시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제시문의 핵심어를 추출하여 읽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각 제시문을 핵심어 중심으로 요약하는 연습이 효과적일 것이다.

    3. 항상 독자가 무엇 때문이 이와 같은 문제를 제시했는가에 주목하시길 바란다. 또 문제를 제시하고 채점하는 사람이 교수라는 점도 기억해라. 교수들은 여러분이 얼마나 목소리가 큰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논제에 대해 어떤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하는지, 그 근거가 얼마만큼의 일반성과 타당성을 갖는지를 궁금해 한다는 점도 기억해라.

    2016학년도 서강대 수시모집 모의논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입학처 홈페이지(http://admission.sogang.ac.kr/admission/html/counsel/noticeView.asp)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