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합격 법칙④-자소서 작성 5원칙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22 10:24
  • 지난해 입시에서 지원자의 자소서만 보고도 90% 이상의 합격 또는 불합격 예측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소서 작성의 기본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들은 해당 원칙의 준수 여부만으로도 함량 미달의 자소서를 쉽게 구별해낼 수 있었다. 또한 각 학교 전형요강이나 자소서 양식에는 작성 시 유의사항이나 감점사항 등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매뉴얼에 입각해 전국 31개 외고와 7개 국제고, 50여 개 주요 자사고·자율학교 등이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자소서 작성 원칙과 감점 사항을 다섯 가지로 추려 봤다.​ 학원멘토가 발표한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예시 분석’ 자료에 대한 네 번째 요약이다.

    사실에 입각해 본인이 정직하게 작성
    사실과 정직에 기반한 진정성은 자소서 작성의 제1원칙이다. 조금은 서툴게 작성된 문장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진정성이야말로 신뢰의 근간을 이룬다. 실제 전형에서 타인이 작성해준 자소서를 제출하는 학생은 거의 없지만 ‘사실’이나 ‘정직’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수험생은 자주 발견된다. 특히 위기 극복의 사례를 담고자 할 때에는 자소서에 필요한 장면과 유용한 각도의 사진만 고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시행착오나 단점 관련 소재를 활용할 때는 그 극복 과정과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자소서가 원하는 사실이고 정직이다.
     
    영역별 각 항목을 모두 포함하여 작성
    대부분 외고·자사고들의 자소서는 작성 영역을 자세히 구분하지 않는다. 한두 개 이상의 단락을 구분해 제시하더라도 단락 내에서 여러 분야를 포괄해 서술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기소개'를 위해 부여된 자율성은 의도치 않게 다양한 실수도 유발한다. 실제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소서를 보면 특정 영역에만 너무 치우쳐 일부 영역 내용이 누락되거나 해당 항목이 요구한 것과 무관한 내용들로 지면을 낭비하는 실수가 가장 많다. 전 영역을 통으로 묶어 하나의 스토리로 이끌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서술 전략일 수 있지만, 실수를 줄이는 데에는 영역을 철저히 나눠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소서에 제시된 문항의 문장 구조를 파악해 요구한 내용이 모두 몇 가지인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경험이나 사례 등을 들어 구체적으로 작성
    가장 중요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자소서 작성 원칙이다. 특히 많은 지원자들은 ‘구체적으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자소서 작성을 시작한다. 도대체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구체성이란 무엇일까?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자소서에서 구체성이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사건 파악을 위해 피의자 등의 관련자 진술을 청취하는 과정에 비유해보자. 사건 조사에서 명확한 물적 증거가 없다면, 관련자 중 누군가는 자신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상황을 과장 또는 축소하거나 거짓으로 꾸며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 검찰은 어떤 진술을 더 신뢰하게 될까? 수사 현장에서의 실제 검찰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진술의 구체성이다. 아래의 예로 살펴보자.

    -진술A : 일요일 밤 집에서 음료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세게 두드려 깜짝 놀랐다.
    -진술B : 일요일 밤 10시쯤 거실 쇼파에 앉자 캔커피를 마시며 개그콘서트 ‘니글니글’ 코너를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발로 차 깜짝 놀라 커피를 쏟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진술A보다는 진술B가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자소서가 요구하는 서술도 이와 마찬가지다. 입학사정관이 ‘나’라는 사건을 파악하는 과정에 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해야만 신뢰 획득에 유리하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근거하여 작성
    자소서 작성은 학생부라는 밑그림에 채색을 더하는 작업이다. 밑그림을 무시한 색칠은 그림 전체를 망칠 확률이 높고 보는 이의 작품 감상도 방해한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만을 소재로 삼을 순 없지만 그 일부라도 활용해 보완하거나 발전시켜 설명하는 방식은 입학사정관들의 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학생부를 옆에 두지 않고 자소서를 쓰는 것은 마치 책을 읽지 않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것과 같다.

    감점 요소는 반드시 배제하고 작성

    2015학년도 특목·자사고 최종 합격자들의 자소서에서 기재 금지 사항을 작성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불합격자들의 자소서에서는 평균 2~3건에 하나 꼴로 기재 금지 사항이 발견됐다. 실제로 외대부고는 지난해 입시 전체 지원자 1166명 중 638명이 기재 금지 사항을 어겼다고 설명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2015 입시부터 그 감점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자소서 기재 금지 사항들을 요약·망라하면 다음과 같다.

    -각종 인증 시험 점수
    -학생부 4번 수상내역을 포함한 교내외 각종 경시대회 입상 실적
    -영재교육원 교육 및 수료 여부
    -교과 성적 관련 내용
    -본인 또는 출신 학교 등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
    -부모 또는 친인척의 사회·경제적 지위(직장명, 직위, 소득수준, 고비용 취미 활동) 등을 암시하는 내용
    -학교에서 주관하지 않은, 사설 학원·기관에서 추진한 교과 관련 모둠 및 프로젝트 활동(외대부고/인천하늘고).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통해 표절로 확인된 내용(사후 입학 취소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