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합격 법칙③-자소서가 어려운 이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15 13:51
  • 학원멘토가 발표한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예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불합격 자소서의 대부분은 소재의 변별력이나 문장력보다 첫 방향 설정이 문제였다. 적어도 지난 2015학년도 외고·자사고 입시에서는 그랬다. 자소서 자체에 대한 지원자들의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문제를 잘못 이해한 만큼 이후의 풀이과정은 무의미한 경우가 많았다. 자소서 작성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제라도 자소서가 진짜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소서가 원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자랑의 근거’이다.   

    가장 어려운 입시 준비 과정
    특목·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입시 준비 과정은 무엇일까? 모 인강 업체가 지난 2014년 10월 실시한 수험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48%)은 자기소개서 작성을 가장 어려운 입시 준비로 꼽았다. 학교 선택 및 전형 파악(30%)이나 면접 대비(22%)보다 한 장 남짓의 자기소개서 작성이 더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자소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고 둘째는 경험 부족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그 목적을 떠나 생소한 형식의 ‘글쓰기’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럽다. 고입, 대입을 포함한 대부분의 입시에서 자기소개서가 이미 중요한 전형 요소로 자리잡았음에도 이와 관련한 공교육의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물론 입학담당관들은 이러한 현실까지를 감안하며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읽어 내려간다. 잘 다듬어진 문장이나 정교한 논리 구조, 상황에 맞는 적확한 표현 등을 기대하고 자소서를 평가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소서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만 집중한다 해도 목적에 부합되는 어느 정도의 성공적인 글쓰기는 가능하다. 경험이나 훈련이 없더라도 자기소개서가 진짜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만 제대로 파악했다면 ‘시작이 절반’일 수 있다.

    자기소개서의 이해
    문제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특목고 전형에 제출된 자소서 중 불합격의 빌미를 제공한 대부분은 자소서에 대한 지원자의 오해로부터 비롯된다. 불합격 자소서들을 분석해보면 소재 변별력이 없었거나 문장 표현이 잘못된 경우보다 방향 자체를 잘못 잡은 사례가 더 많았다. 이처럼 많은 수험생들이 자소서가 원하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자기소개’라는 일상적 용어의 보편적 의미를 입시용 ‘자기소개’에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입시에서의 ‘자기소개’는 일상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서로 다른 목적에서 비롯된다. 일상에서의 자기소개가 나에 대한 상대방의 ‘충분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면 입시에서의 자기소개는 상대방의 ‘선택’을 목적으로 한다. ‘충분한 이해’와 ‘선택’은 상호 연계된 과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드시 나를 선택하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근거 위주로 나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자랑이 아닌 근거를, 소개가 아닌 증명을
    입시에서의 ‘자기소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 속의 ‘자기소개서’라는 명칭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입시에서 요구되는 것은 '소개'가 아닌 '증명'이며 '자랑'이 아닌 '근거'이다. 자기소개서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자기 증명을 위한 근거 제공서’가 합당한 이유다(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1편 참조). 내가 우수하다는 근거들을 통해 나를 증명함으로써 입학사정관들에게 선택의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기소개서의 진정한 목적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시한 근거들의 신뢰도이며 신뢰도는 구체적인 서술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 성적이나 수상실적을 거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우수성을 제3의 방법으로 드러내고 믿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자기소개서 작성의 본질이자 가장 큰 어려움이다. 때로는 막연한 진정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스킬이 필요할 수 있다. 자신의 '카탈로그'가 아니라 '사용후기'를 제시해야 입학사정관들의 선택률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