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합격 법칙②-자소서의 당락 영향력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08 10:05
  • 특목고나 자사고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반드시 찾아보는 자료 중 하나가 바로 예년 합격생들의 자소서다. 그런데 막상 합격자 자소서를 구해 읽어보면 별다른 게 없어 보인다. 일부 수험생들이 자소서의 중요성이나 변별력, 당락 영향력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불합격자의 자소서를 함께 찾아 비교해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교육정보 커뮤니티 학원멘토가 최근 발표한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예시 분석’ 자료에는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자소서 수백 편에 대한 분석 보고가 담겨 있다. 그 중 지난 2015학년도 특목고 입시에서의 자소서 역할과 당락 영향력에 관한 내용만을 간추려봤다. 놀랍게도 대부분 지원자들에 대한 최종 당락 예측이 자소서 검토만으로도 가능했다.  

    특목고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의 역할
    외고·국제고·자사고 등이 시행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3대 요소는 학교생활기록부(내신 포함), 자기소개서, 면접이다. 각 전형 요소들에 대한 평가와 입시에서의 역할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학생부를 토대로 자소서가, 자소서를 토대로 면접이 완성되며 면접에서는 다시 학생부를 들추게 된다.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한다면 합격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것이 2010년대 이후 특목·자사고들의 입시 알고리즘이다. 그 이전에도 일부 학교는 자소서를 전형요소로 활용했지만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이전과 이후의 역할은 크게 달랐다. 자기주도학습전형 시작과 함께 학교별 지필·구술고사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전형 무게 중심이 내신과 서류·면접 평가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소서 역할의 획기적인 변화는 지난 2015학년도 입시부터였다. 중학교 절대평가제가 고입에 처음 적용되면서 지원자도 학교도 큰 혼란을 겪었다. 대부분 상위권 고교에서 교과내신은 1단계 통과를 위한 최소 자격 검증에 불과했고 최종 당락은 결국 면접에서 갈렸다. 면접관은 제출서류를 토대로 질문을 던지며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유일의 서류인 자소서에 가장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전형의 변두리를 서성이던 자소서가 입시 무대 중앙에 진입한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6학년도와 그 이후의 고입에서도 자소서의 중심적 역할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기소개서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
    2015학년도 입시에서 1단계를 통과한 특목·자사고 지원자들의 자소서 400건을 자소서 작성 기본 원칙에 맞춰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눠봤다. 지원자의 내신이나 면접 점수, 학생부 기록 등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자소서만으로 최종 당락을 가늠해본 것이다. 놀랍게도 합격 자소서와 불합격 자소서 모두에서 90% 이상 수준으로 실제 최종 당락 결과와 일치했다. 자소서만으로 합격점을 받은 학생 대부분이 결국 최종 합격까지 성공한 셈이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소서의 입시 변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결과다. 자소서 경쟁력이 학생부나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들의 경쟁력과 맞물릴 수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자소서를 통한 불합격 적중률이 합격 적중률보다 의미있게 높았다는 점이다. 자소서 합격점을 받고도 최종 합격에 실패한 경우는 약 9.5%였지만 그 반대의 경우(자소서를 잘 못 썼지만 최종 합격한 사례)는 5.2%에 불과했다. 잘 써진 자소서가 합격을 보장할 확률보다 잘 못 써진 자소서가 불합격의 원인으로 작용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았던 셈이다. 특히 자소서 작성시 유의사항이나 기재 금지사항을 지키지 않은 자소서가 최종 합격에 이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해당 지원자들에게는 ‘잘 쓰기’ 위한 비법보다 ‘잘 못 쓰지 않기’ 위한 꼼꼼함이 아쉬웠다.

    다소 실험적이었던 해당 분석을 통해 자소서와 합격의 인과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 볼 수 있다. 즉, ‘자소서만 잘 써서 합격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자소서를 잘 쓴 사람 대부분이 합격했다’ 정도의 결론은 가능했다. '자소서를 잘 못 써서 불합격했다'는 가정은 보다 높은 확률로 참(True)이었다.

    *다음주에는 자소서 작성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