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대교협 공통문항 짜깁기 안 돼… 나만의 ‘도전 계획서’ 만들라”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8.14 07:20

  • [ 조선에듀 단독기획 : 2016 대입 자기소개서 가이드 / DGIST ]


    DGIST는 지난 2014년 첫 학부생을 맞은 이래 지금까지 대입 자기소개서를 자유양식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2000자이던 글자 수가 올해 3000자로 늘어난 것 외에는 ‘DGIST 지원 동기와 향후 계획, 미래 과학기술 리더로서의 자질, 창의적 호기심, 인성’ 등을 중심으로 기술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

    DGIST가 이렇게 자유양식의 자기소개서를 고수하는 이유는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학생보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기호 DGIST 입학팀장은 “학교가 원하는 자기소개서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 등 지원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도전 계획서’”라고 설명했다. 지원자의 활동이나 경험 등이 좋은 결말이나 화려한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꿈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고,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주의 깊게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이러한 의도에도 지난 2년간 자기소개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지원자가 많았다. 김 팀장은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 찾기에만 익숙해진 탓인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자기소개서 공통문항을 짜깁기해 제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러한 작성 방식은 DGIST의 자유양식 도입 취지와 맞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DGIST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미래브레인 추천전형 50명 내외, 미래브레인 일반전형Ⅰ 140명 내외, 미래브레인 고른기회전형 10명 이내(정원 외) 등 200명 내외를 선발한다.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이며 전형 간 중복 지원은 불가하다. “세부 전공을 두지 않고 학부에서 기초과학 지식을 제대로 배워야만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신성철 총장의 지휘 아래 올해도 ‘무학과 단일학부’ 체제를 유지한다.

    2016학년도 DGIST 수시 원서 접수와 자기소개서 등 서류 제출은 내달 1일부터 11일까지 학교 입학처 홈페이지(http://admission.dgist.ac.kr/site/dgist_admission/index.do)에서 이뤄지며, 학교장 추천서 입력은 원서 접수 마감 하루 뒤인 12일까지다.

    자기소개서 제출기한을 보름 앞두고, 김기호 DGIST 입학팀장에게서 그 작성법을 들어봤다.



  • Q DGIST는 올해도 자기소개서에서 자유양식을 취한다. 포함돼야 하는 내용 등 작성 가이드를 제시한다면?
    A DGIST 자기소개서 자유양식은 다음과 같다.

    DGIST에 자신을 소개해 주십시오.(띄어쓰기 포함 3,000자 이내)
    ※ 아래의 작성 내용의 예시를 참고해 자유 기술
    - 디지스트 지원 동기 혹은 향후 계획(학업, 진로, 꿈 등)
    - 고교 생활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체험 활동이나 경험
    - 미래 과학기술 리더로서의 본인의 자질
    - 자신의 도전적 호기심이나 창의적 호기심에 대한 기술
    - 자신의 분야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열정에 대한 기술
    - 자신의 따뜻한 인성과 나눔의 리더십에 대한 기술

    2014학년도에 첫 학부생을 맞이한 DGIST는 첫 학부 입시에서부터 자유양식 자기소개서를 유지하고 있다. 글자 수의 경우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 입학전형에서는 2000자였으나, 2016학년도에는 3000자로 변경됐다. 지난 2년 동안 입시전형을 치러본 결과 많은 학생이 자유양식 자기소개서 작성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도 주어진 문제의 해답 찾기에만 익숙해진 우리 교육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DGIST가 자유양식 자기소개서를 도입한 이유는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그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이렇게 쓰면 (대학 측이) 좋아할까, 싫어할까’를 고민하지 말고 자기소개서가 곧 ‘미래를 위해 비상하는 나의 꿈에 대한 도전 계획서’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DGIST가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A 앞서 말했듯 DGIST는 자기소개서가 ‘미래를 위해 비상하는 학생들의 꿈에 대한 도전 계획서’라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통해 지원자가 자신의 꿈을 스스로 찾고 결정한 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DGIST 입학팀장과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이 꿈을 갖게 된 동기, 그 꿈에 다가가고자 해왔던 노력, 그 꿈을 이루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러한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DGIST 진학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다.


    Q DGIST와 같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경우 활동 내역에 있어 이러한 점이 주요 평가요소가 될 것 같다. 일반고 학생들은 특목고 등 타 고교 학생들보다 해당 분야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나?
    A 요즘은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교과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활동 영역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DGIST에서는 단순히 활동 내용의 횟수나 성과를 두고 평가하지 않는다. 횟수가 많지 않거나 좋은 성과가 아닐지라도, 그 활동이 학생의 꿈을 달성하는 노력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다. 또한 주어진 상황에서 지원자가 어떻게 앞으로를 준비하고 있느냐도 함께 살필 것이다.


    Q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중 자주 발견되는 실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알려 달라.
    A 지난 2년 동안 입학전형을 진행한 결과, 대교협 공통문항의 자기소개서를 짜깁기해 제출하는 사례가 많았다. 학생들이 문항이 명확하게 주어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을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DGIST의 자기소개서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좋은 평가결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짜깁기 대신 백지 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새로 작성해 보길 권한다.


    Q 작성이 잘된 자기소개서 사례와 잘못된 사례를 예로 든다면?
    A 잘된 작성 사례를 꼽으면, 자신의 꿈을 찾는 데 고교 3년을 보냈다는 이야기로 전개된 학생의 자기소개서다. 이 학생의 경우 ‘이공계 전문가로서의 틀을 유지하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등 자신의 꿈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을 스스로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한 조건에 부합한 자신의 꿈은 바로 ‘과학 대중화’의 선도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 알려진 과학이론을 자료 없이 제한시간 3분 내에 독창적인 소품을 활용해 발표하는 세계 최대의 과학커뮤니케이터 경연대회 ‘FameLab(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과학 버스킹대회)’에 참가한 것이었다. 이 학생은 이 경연대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과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 ‘과학 대중화’로 가는 첫 걸음을 떼었다고 서술했다. 또한 DGIST에 진학해 UGRP(Undergraduate Group Research Program)의 ‘정약용 코스(비이공계 리더로 성장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DGIST의 학부교육 트랙)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계획도 서술했다. 이 학생의 꿈에 담긴 진실성과 고민의 무게에 모든 입학사정관이 공감했다.

    잘못된 작성 사례로는 뇌 과학자라는 꿈을 가졌던 학생을 꼽겠다. 이 학생은 학업역량이 매우 뛰어나지만, 뇌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구체적 계기를 알 수가 없었고, 사례로 든 실험 내용도 다소 과장돼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DGIST에 진학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또한 DGIST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홈페이지 검색 등을 통한 피상적인 내용만이 담겨 있어 입학사정관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특히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꿈이 ‘뇌 과학자’라고 서술하고 있었지만 정작 학교생활기록부에는 3년 내내 진로희망이 ‘의사’로 기록돼 있었다. 뇌 과학자로서의 꿈을 엮어낼 수 있는 독서활동이나 교사의 의견 또한 찾아볼 수 없었기에 이 학생의 자기소개서에 대한 진솔성도 느낄 수 없었다.


    Q 체험 활동이나 경험은 어떤 식으로 드러내야 하나? 같은 활동은 내용도 비슷해 수험생의 고민이 크다.
    A 활동내용만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학교 임원활동을 했다고 해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증명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어떤 활동을 통해 학교 임원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는지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정리하면 같은 활동이라도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그것이 자기에게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등은 지원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기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Q 그 외 자기소개서와 관련해 지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DGIST 자기소개서 작성이 지원자들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DGIST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준비과정이 다소 힘들었지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동안 자신의 어릴 적 꿈을 다시 찾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해보자는 열정을 갖게 됐다는 사례가 많다.

    올해에도 스스로에게 자신의 꿈을 묻고 답을 찾고, 또 이를 달성하고자 계획을 세워나가며 계획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지원자들의 ‘꿈에 대한 도전 계획서’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Q DGIST 입학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DGIST 입시의 목적은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DGIST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찾는 것이다. 이는 학생과 학교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갖추고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비록 최종 합격자로 선발되지 못했더라도 그것은 지원자와 DGIST가 서로 지향하는 꿈이 맞지 않아서이지, 지원자에게 부족한 면이 있어서라고 여길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DGIST 입학을 희망하는 지원자라면,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소중한 꿈과 솔직한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DGIST는 입학한 모든 학생이 자기 꿈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진정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혼을 다해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