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키우는 고구마에 매일 욕했더니… “감사·칭찬이 인성교육 시작”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7.09 15:20

  • 지난 3일 인성교육 관련 포럼이 두 곳에서 열렸다. 오는 21일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단체들이 모여 인성교육 현황을 짚어보고 실천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 자리였다.

    먼저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15 학술세미나 ’위즈덤교육포럼’이 열렸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정창우 서울대 교수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해 학교현장 중심의 인성교육 필요성을 제기하고 구체적 실천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어 오후 1시 30분부터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교육부와 한국교육학회 주최로 ‘2015 인성교육 포럼’이 개최됐다.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 탐색’이라는 주제 아래 김동일 한국교육학회 인성교육특별위원장과 진동섭 한국교육학회장, 최의창 서울대학교 교수, 이윤복 관악중학교장 등이 모여 인성교육 정책 현황과 전망 등을 모색했다.


  • 위즈덤교육포럼과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위즈덤교육포럼’에서는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前 교육부 장관)가 ‘인성교육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섰다. 문 교수는 “경제발전과 민주화, 월드컵 응원전 등에서 드러난 우리나라의 강한 활력이 GDP 규모 세계 10위, 외환보유 세계 4위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왔지만, 급하고 과격한 성향 탓에 부작용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 자료(2009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 중 네 번째로 높고, 살인·강도·폭력 등 범죄 발생률도 일본의 40배 가까이 된다.

    문 교수는 국민 간 소송이 잦다는 점도 지적하며 “연간 우리나라 소송 건수는 약 635건으로 국민 8명 중 1명은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손해배상 등 민사 건은 413만 건가량으로 일본의 2배”라며 “경제발전을 이뤘고 민주주의를 실현했으니 이제 동방예의지국의 국격을 회복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도덕사회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도덕과 인성을 보상하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도덕적인 행동을 하도록 주문받고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더욱 도덕적으로 성숙해진다”며 도덕에도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전영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現 위즈덤교육포럼 공동대표)는 ‘감사 표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간의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며 “감사의 표현은 유대감과 친밀감을 유발해 관계 형성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한 사례로 ‘로버트 에먼스 감사 습관화 실험’과 ‘식당에서 감사에 대한 실험’ ‘고구마 실험’ 등을 들었다.

    ‘로버트 에먼스 감사 습관화 실험’은 로버트 에먼스 캘리포니아데이비스대학 교수가 16년간 추적한 연구로, 감사를 습관화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연봉 차이가 2만5000달러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감사를 습관화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9년이나 길었다. ‘식당에서 감사에 대한 실험’은 계산서에 ‘Thank you(고맙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점원이 그냥 계산서만 전달한 점원에 비해 평균 11%나 팁을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조사다. 개발 중인 특별 저녁메뉴를 계산서에 메모한 점원도 역시 더 많은 팁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감사의 표시를 한 점원은 그렇지 않은 점원보다 평균 17~20%가량 많은 팁을 많았다.

    칠성 독수리부대 대위인 정모씨 역시 고구마에 감사의 말을 하는 실험을 통해 표현의 가치를 몸소 체험했다. 정씨는 두 개의 고구마 중 하나에 지속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다른 하나에는 욕설과 짜증 섞인 언어를 내뱉었다.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감사의 말을 들은 고구마는 싱싱한 줄기를 뻗으며 뛰어난 발육상태를 보였지만, 욕설을 들은 고구마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물러져 버린 것이다. 전 교수는 “귀도 없고 말도 못하는 식물도 이러한데, 감정이 있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감사의 표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놀랍지 않느냐”며 감사 나눔이 가져오는 긍정 에너지가 창의·인성 교육과 직결됨을 강조했다.


  • 포럼 발제가 진행될수록 좀 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제기됐다. 박영하 서울대 인성교육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24년 간 중·고교 현장에서 도덕 교사로 재직하며 체득한 경험을 ‘칭찬을 통한 진로·인성 융합교육’이라는 주제로 풀어냈다. 박 교수는 “인정받고 칭찬받는 아이들은 칭찬받는 법뿐 아니라 ‘칭찬하는 법’도 배운다”며 “학생들을 교육의 대상, 칭찬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스스로 도덕성을 키워나가는 주체적 존재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교사 시절 실제로 진행했던 ‘진로의식과 인성을 함께 키우는 꿈 수업’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자신이 고안한 일명 ‘꿈 출석’을 학생 스스로 부르게 했다. 보통 교사가 학생 이름이나 번호 등으로 출석을 확인하는 것과 달리 박 교수는 학생 스스로 자기 이름 앞에 ‘꿈’을 붙여 외치게 했다. 예를 들면 “사랑, 봉사, 헌신의 미덕으로 사회복지사가 될 홍길동입니다!” “열정으로 가득한 뮤지컬 배우 성춘향입니다!” 같은 식이다. 이러한 ‘꿈 출석’은 학생들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많은 자극과 도움을 줬다. 박 교수는 “칭찬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학생을 칭찬의 대상으로 설정한 수동적 위치에서만 진행됐다”며 “내 연구는 학생을 칭찬 행위의 적극적 주체로 설정하고, 그러한 자기주도적 칭찬 행위가 학생의 진로 의식과 인성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칭찬을 통한 진로·인성 융합교육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해결과제도 제시했다. 먼저 △교사는 칭찬 효과를 활용해 학생들이 일상이나 수업 내에서 자신의 도덕적 롤모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기회를 주고 △교사는 자기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교행일치를 실행하며 △학생들이 기본 예의와 자세를 초등학교 때부터 갖출 수 있도록 예절교육을 강화하고 초·중·고별 졸업 기준을 강화해 수료·졸업·유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전성수 부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인성도 좋아지고 공부도 잘하는 방법으로 유대인의 교육 방법인 ‘하브루타’를 제시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홀로 하는 공부법으로는 사회성 좋은 인재를 기르기 어렵다”며 “유대인이 협상에 뛰어나고 금융·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대화하고 토론하며 논쟁하는 공부법인 ‘하브루타’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작고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며 공부하기 때문에 저절로 협상의 기술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의 30%를 차지하고, 하버드대·예일대 등 아이비리그 진학생의 30%를 차지하는 비결도 ‘하브루타’에 있다. 전 교수는 “우리도 주변 사람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타협하는 ‘하브루타’를 실천해야 한다”며 “그것이 공부를 잘하면서도 인성 좋은 아이로 키우는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