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알고 가는 고등학교」 4편-고입의 3대 요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6.23 09:15
  • 모든 입시는 결국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다. 입시 현장에서 ‘무엇’은 전형요소로, ‘어떻게’는 평가 방식 또는 배점 기준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전형요소가 다양해지고 평가 방식이 복잡해지는 것은 오늘날 우리나라 입시 전반의 큰 흐름이자 특징이다. 특목·자사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된 2011학년도 이후 신입생 선발 전형요소로 크게 3가지 윤곽을 지켜왔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이 그것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추천서나 지필고사(영재학교)와 같은 다른 전형요소도 함께 활용될 수 있지만 기본 3개 전형요소는 대부분 공통적이다. 문제는 이들 전형요소들에 대한 평가가 점점 얽히고 설켜 ‘종합 평가’ 양상이 갈수록 짙어진다는 점이다. 수험생들에겐 개별 전형요소들에 대한 준비와 함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또하나의 합격 과제로 떠안겨진 셈이다. 「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알고 가는 고등학교’ 네번째 순서는 고교 입시 핵심 전형요소들에 대한 기본 준비와 상호성 이해에 관한 이야기다.

    ‘합격의 밑그림’ 학교생활기록부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는 특목고 합격의 밑그림이다. 2~3년을 꾸준히 그려야 하기에 계획성, 지속성, 일관성이 성패를 가름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 성적은 절대평가제(성취도) 도입 이후 전략적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영재학교 입시, 또는 외고·국제고 입시에서의 3학년 영어 성적만 제외하면 대부분 학기·과목에서 90점과 100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주요 과목이 80점대 후반으로 마무리되는 학기가 없도록 중간/기말/수행평가에 대한 과목별 시간 분배 계획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하나고, 민사고, 외대부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 최상위권 자사고 입시에서는 성취도 기준 자체 내신산출 만점(All A)이 요구된다. 과고·외고·국제고 입시나 B성취도 1~3개까지는 허용(?)이 가능한 일부 자사고 입시에서는 보다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는 과목이나 학기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비교과활동의 중요성은 모든 학교군 입시에서 동일한 원칙으로 강조된다. 교과내신 없이 추첨과 서류·면접만으로 선발하는 서울 지역 자사고 입시는 두말할 나위 없고, 지원자 내신 변별이 사실상 무의미한 최상위 그룹 고교 입시도 마찬가지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독서활동으로 대표되는 비교과 관리의 핵심은 지속성과 일관성에 있다. 지속과 일관의 뒷심은 진중한 방향 설정에서 온다. 방향의 타당성은 진로희망 결정을 위한 사전 준비로 담보될 수 있다. 상당수 지원자들은 해당 고교 성향에 맞는 변함없는 진로희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진로 선택의 근거가 더 중요하다. 진로와 자기 적성 분석을 위한 자료 수집이 학생부 관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기를 조율하는’ 자기소개서
    특목고 입시를 한판의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자. 단언컨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로 골을 넣기는 쉽지 않다. 자소서가 승리를 결정짓는 스트라이커는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이해가 전부는 아니다. 직접 골을 넣지 않는 선수라고 경기에서의 역할이 작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에서 자소서의 역할은 볼을 배급하고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내는 ‘키플레이어’로 적당하다. 한국 축구의 박지성이나 프랑스의 지단에 비유될 수 있다. 스트라이커가 마땅치 않은 팀일수록 키플레이어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듯, 다른 전형요소들의 경쟁력이 불확실할수록 자소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실제 입시에서도 불합격자들의 자소서와 합격자들의 자소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대별되는 지점은 내용의 경쟁력보다 서술의 구체성에서 온다. 합격자의 자소서에는 고유명사가, 불합격자의 자소서에는 보통명사가 더 많이 등장했던 것이 공교롭지 않다. 직접 골을 넣지는 못했더라도, 승리한 팀의 선수와 패배한 팀의 선수는 그 움직이 달랐던 셈이다. 자소서의 좋은 움직임(구체성 확보)을 위해서는 밀착된 경험과 평소 그에 관한 기록이 중요하다. 학생부 기록과는 달리 다분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어 이를 제대로 정리하고 다듬기 위한 연습도 불가피하다. 

    ‘승패를 결정짓는’ 면접
    고교모의지원 사이트 학원멘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특목·자사고 지원자들의 최종 합격 변수는 대부분 면접에서 나왔다. 2016학년도 입시 예비 지원자들의 내신 현황도 다가올 입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예전 합격자들의 입시 후기에 의존해 특목·자사고 면접 변별력을 의심해선 안 된다. 2015학년도 이후 고입 면접 변별력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제 적용과 서류상 기재 금지 사항의 강화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에서 면접이 보다 확실한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 형식적으로는 학생부와 자소서 등 제출서류들의 확대 해석 과정에 불과할 수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제4, 제5의 전형 요소도 끌어들일 수 있는 전향적 평가 과정이다. 대체로 진로·진학·가치관 정립과 연관된 상식, 창의적 문제해결력, 발표력, 순발력 등이 숨은 전형 요소로 작용한다. 폭넓은 독서 이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충분한 사색, 유사 상황에 대한 적응 훈련 없이는 대비가 쉽지 않은 평가다. 결국 5~10분 남짓의 짧은 면접 과정도 학생부나 자소서처럼 오랜 시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