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자유학기제’를 말한다. 양승실 KEDI 연구위원 인터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6.15 10:36
  • ▲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달 29일 육영재단 (이사장 조수연) 미래세대 포럼 주최로 ‘자유학기제 사용설명서’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는 현직 교사 외 학부모들까지 참여, 적극적인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미래세대 포럼’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후원하는 미래 세대들을 위한 교육포럼으로, 월 1회 교육전문가 외 유명 인사들이 재능기부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번 자유학기제 세미나의 중심 발제자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양승실 연구위원이었다. 양승실 위원(사진)은 교육정책 전문가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수석위원과 교육부 교육마당21 편집위원장을 지냈으며, 대학혁신과 고등교육에 관해 활발한 저술과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연회 후 양승실 박사를 서면과 유선으로 인터뷰했다.

    -자유학기제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진로탐색을 위한 학기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란 무언가요? 왜 자유학기제가 지금 필요한가요?

    교육정책 전문가로서 제가 생각하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오전에는 공통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진로체험, 예술, 체육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수행하는 제도입니다. 전반적인 교수-학습활동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는 교육부의 공식정의는 ‘중학교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중간, 기말고사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토론 실습 중심의 참여형 수업과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꿈과 끼를 찾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제도’입니다.
    그 핵심 취지는 경쟁중심 . 지식위주 교육에 주력해온 경제 선진국 (한국, 일본 등)의 청소년들에게  무기력증을 털고 일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시작되죠. 즉 중학교육에서 삶에 필요한 보편타당한 역량을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입시 교육 등에 지친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와 삶의 목표를 찾도록 지원, 격려, 소통하는 데 자유학기제가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 학교서열화의 폐해로 ‘학교 열’은 여전한데, 자유학기제가 말씀하신대로 학생들에게 힐링 효과가 있을까요? 자칫하면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대다수 학생들의 제1의 고민이라면 ‘시험과 성적’일 겁니다. 그런데 중학교 학생의 10대 전반기는 몸과 마음의 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져 부조화가 매우 심합니다. 이 시기에 한학기라도 지필 고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신과 주변을 성찰할 수 있다면 성장통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게 될 겁니다.
    중등 자유학기제는 정부나 학교에서만 추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학부모-지역사회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정부와 산업계가 지원 인프라를 만든다면 힐링 효과를 낼 거라 생각합니다.

    -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사례로 외국의 예와 한국의 예를 하나씩 든다면?
     
    외국사례는 성공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자유학기제 도입의 모멘텀이 된 것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입니다. 우리 자유학기제와는 도입취지부터 시기 방법 등이 모두 다르죠.
    이외에 일본의 여유교육, 중고 일관제 같은 유사 제도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유사한 교육문화를 가지고 있어 취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실천방안은 매우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우수 사례 중 기억나는 것으로는 안산 신길중학교와 서울 동작중학교 등이 있습니다. 안산 신길중은 지역사회와 협력이 잘 된 사례이고, 서울 동작중학교는 대통령도 방문한 자유학기제의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 ▲ 지난 5월 29일 광진구 능동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에서 미래세대 포럼 주최로 교육전문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한
   ‘자유학기제 사용설명서’강연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미래세대 포럼 이유진)
    ▲ ▲ 지난 5월 29일 광진구 능동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에서 미래세대 포럼 주최로 교육전문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한 ‘자유학기제 사용설명서’강연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미래세대 포럼 이유진)
    - 자유학기제와 관련, 최근 소식을 보면 중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프로그램 미비로 고통을 겪거나,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향후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요?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수행되려면 학교교육의 일상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일상성의 개혁’으로 ‘새 학교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예산이 더 있다면 나쁠 거야 없겠지만 행사나 이벤트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예산은 부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핵심교원 양성과 교원 연수’가 가장 중요한 대책입니다. 모두에 말씀드렸지만 지역사회와의 핵심가치 공유로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자유학기제가 정착되는 데 필수적입니다.

    - 이른바 ‘막강 중2’라는 중2 병을 고치는 데 자유학기제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우리 속담도 있잖습니까. 제 생각엔 무기력에 빠져 더 자극적인 일탈을 꿈꾸는 막강 중2가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학교 오기가 좀 재미있다고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하네요.

    -  자유학기제는 오히려 가정의 부담만 키운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학교와 가정의 책임 분담을 강조하셨는데, 내년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한 아이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전에 어떤 학부모라는 사람이 아이를 낳기만 할 테니 정부가 키워 달라고 하는 인터뷰를 보고 경악했어요. 사실상 교원과 부모는 그 장을 달리할 뿐이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학부모들이 사적으로만 자녀교육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학교교육의 파트너로서, 사회적 학부모로서의 책무성을 인식해야합니다.

    - 자유학기제의 전면 시행이 우리 사회의 교육(입시) 지형을 바꿀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교육의 큰 흐름을 말씀드리면, 지난 1999년부터 21세기에 육성해야할 인재상을 창의적이고 자주적이며 도덕적이고 건강한 사람󰡑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여 입시의 지형을 2002학년도 대입제도부터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입제도의 틀은 시험 위주의 입시에서 다양한 전형요소를 중시하는 전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종래 학과목 점수가 높은 ‘점수 위주’ 학생 선발에서 새로운 개념의 우수학생을(전공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선발하는 대입전형으로 이미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 정치인들은 전임 정부에서 둔 체스 판을 그대로 이어서 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체스 판의 말을 엎지 않은 채로, 다음 번 정책 실행자들이 타석에 들어선다는 것이지요. 교육정책은 무엇보다 연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라는 생소한 용어에 많은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데, 이미 시행 중인 ‘창의적 체험활동’ 등과 연계해서 재구조화를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나 학생들도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육체적으로는 급격히 성장하는데, 인성적 성장이 그 속도를 쫒아가지 못하는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이들 하시는 말씀으로 교육은 ‘지덕체(智德體)’가 중요하다고 하는 데, 이는 오래 전의 서구 교육 제도에서 도입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구에서는 아이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 ‘체’를 강조하는 체육활동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전통적인 교육관은 ‘덕체지(德體智)’라고도 말할 수 있는 데요. '지' 보다는 '덕' 과 '체'가 앞에 있죠. 교육정책 전문가 뿐 아니라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이런 점들을 더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