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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명이 지켜본 글로벌 최대 규모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 세계 톱10 학생들도 결승전선 '얼음'

워싱턴 D.C.=김재현 기자

2015.06.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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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취재 ] 2015 내셔널 스펠링 비 한국 대표 2명 3라운드서 탈락 인도계 미국인, 8연속 우승 환호

축포가 터지자, 형형색색 꽃가루가 무대 위에 아름답게 흩날렸다. 동시에 2000여 관중석도 들썩였다. 환호, 박수, 휘파람 등 온갖 행복한 소리를 끌어모아 두 챔피언에게 선물했다. 이날의 주인공들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인 '2015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2015 Scripps National Spelling Bee·이하 SNSB)'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게일로드 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막을 내렸다. 영예의 챔피언엔 반야 쉬바샨카르(캘리포니아 트레일중 8) 양과 고쿨 벤카타차람(파크웨이 웨스트중 8) 군이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동 우승이다.


◇전 세계 스펠러들의 '꿈의 무대'

SNSB는 미국 내에서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1925년 첫 대회를 치렀고, 올해 88회째를 맞았다. 미국 미디어 그룹 스크립스사(社)가 주최하고, 전 세계 수백 곳의 언론사·교육 관련 업체가 후원한다. 영어 교육 전문 기업 '윤선생'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후원 업체로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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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2015 SNSB 우승자들과 함께한 한국 대표와 참관단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유민 양(서울 성사중 1), 고쿨 벤카타차람 군, 유현빈(부산 브니엘국제예술중 2) 군, 오승택 군, 정수인 양, 반야 쉬바샨카르 양. /전 세계 스펠러들의 꿈인 SNSB 무대./한국 대표로 참가한 오승택 군. /윤선생 제공
전 세계 스펠러(speller)들에게는 이른바 '꿈의 무대'다. 해마다 SNSB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은 약 1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그중 본선에 초대받는 초·중등생은 단 280여 명뿐이다.

대회는 ESPN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다. 매해 시청 인구는 무려 9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도 이 대회를 1면에 소개할 정도로 주목한다.

SNSB의 명성은 이미 국경도 넘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뉴질랜드, 독일, 일본의 초·중등생도 SNSB에 도전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월 SNSB 한국 대표 선발전 1·2위를 차지한 정수인(부산 외국인학교 6) 양과 오승택(서울 둔촌중 3) 군이 경연에 나섰다.

SNSB 진행 방식은 이렇다. 1·4라운드는 철자·어휘 관련 객관식 시험을 치른다. 나머지 2·3·5·6라운드는 말하기(oral) 시험이다. 문제는 미국의 대표적 사전인 '메리엄-웹스터'를 기반으로 출제한다.

말하기 시험은 출제자인 자크 베일리 박사(미국 버몬트대 고전학 교수)가 제시한 영어 단어를 듣고, 그 철자를 맞히면 된다. 주어진 시간은 2분. 그동안 참가자는 어원, 뜻, 품사, 예문 등을 출제자에게 확인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일명 '총점제'를 도입했다. 1~3라운드 점수 합계로 4라운드(준결승전) 진출자를 추리고, 준결승전부터는 1~6라운드 총 획득 점수로 7라운드(결승전)에 오를 참가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인도계 미국인 8연패… "어원 공부하면 단어 실력 쑥쑥 올라요"

올해 SNSB엔 전 세계 초·중등생 283명이 출전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결승전 티켓을 거머쥔 건 단 10명. 두 한국 대표는 3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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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라운드 이후부터는 수준이 '확' 달라졌다. 거침없이 답을 말하던 '톱(top)10'도 여러 번 '얼음'이 됐다. 네 차례 라운드가 지나자, 챔피언 도전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반야 양과 고쿨 군이 기회를 잡았다.

'최후의 2인'의 실력은 뛰어났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마침내 20라운드, 반야 양이 'scherenschnitte(가위를 활용해 종이를 잘라 만드는 예술 기법)', 고쿨 군이 'nunatak(빙하로 둘러싸인 언덕)'을 맞히며 둘 다 챔피언이 됐다. 인도계 미국인의 8연속 SNSB 제패 행진도 이어갔다.

새 기록도 나왔다. 반야 양은 SNSB 사상 첫 가족 우승자가 됐다. 2009년 언니인 카브야 쉬바샨카르(19·컬럼비아대 의예과 2년)가 SNSB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반야 양은 "롤모델인 언니처럼 SNSB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다. 언니의 존재, 그리고 아버지의 지도로 어원을 익히고, 단어를 어근으로 쪼개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에 꿈이 실현됐다"고 했다.

고쿨 군은 "마지막 단어를 들었을 때, 나와 반야가 챔피언이 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동안 영어 철자 공부의 핵심인 어원 공부를 충실히 했고, 어원에서 파생된 용어도 함께 익히면서 단어 공부를 확장했던 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갖게 한 독서도 마찬가지로 도움을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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