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알고 가는 고등학교」 2편-고입의 특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5.26 10:41
  • ‘알고 가는 고등학교’ 이번 주 주제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입시 특징과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고교 선택에 앞서 현행 고등학교 입시가 갖는 특이성을 파악하여 기본 방향 설정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자 함이다. 대학 입시에 매몰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경우도 있지만 고교 입시가 학생 진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속적인 확대 추세다. 대입을 위한 고입도 좋지만 고입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도전으로 만들기 위한 기본 맥락 몇 가지만 우선적으로 짚어봤다.

    고교 입시는 지역 입시
    영재학교를 비롯한 일부 전국단위모집 고교들을 제외하고 과학고, 외고, 일반고 등 대다수의 고교 입시는 광역단위모집을 원칙으로 한다. 자신이 소속된 광역시도 내에서 학교를 고르고 해당 지역 입시 규정에 맞춰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을 마치 하나의 단일학군처럼 묶어 진행하는 대학 입시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고교 입시가 갖는 이러한 ‘지역 특성’은 지원 가능 학교의 제한 이외에도 관련 입시 정보들의 부재와 혼선을 부추긴다. 일반고 입시(배정)는 물론 같은 특목고 종류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세부 전형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지역별로 다른 입시 환경으로 인해 체계화된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입시 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입과는 또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교모의지원 학원멘토가 각 시도별 ‘2016학년도 고입 전형 기본 계획’과 학교알리미 공시 내역을 분석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17개 광역시도 중 과학고 진학률이 가장 높은 부산 지역과 가장 낮은 경기 지역 중학생들의 해당 특목고 진학률은 매년 평균 3.5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과학고보다 지역별 입시 여건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이는 외고 및 자사고 진학률 격차는 물론 그 이상이다. 자기 지역 여건에 맞는 고교 선택과 입시 준비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교 입시는 ‘불친절한’ 입시
    고등학교 입시를 대학의 그것과 비교할 때 결코 ‘친절한’ 입시로 보긴 어렵다. 여기서 말하는 ‘친절함’이란 입시 접근성과  예측 가능성, 기회의 다양성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교육 당국이나 해당 학교들의 의도라기보다는 현행 입시제도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온다. 자기소개서, 면접 등 다분히 주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전형 요소들과 내신 절대평가제, 촉박하게 돌아가는 입시 일정 등이 ‘불친절한’ 요인들로 꼽힌다. 일반고와는 전형 방식이 전혀 다른 특목고 및 자사고 입시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만이 도전하는 ‘그들만의 리그’라 개별 중학교들의 전문화된 입시 지도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목·자사고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그 특성상 정량적 평가도 제한되어 자기 경쟁력이나 당락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고교 다양화로 선택의 폭은 예전보다 넓어졌지만 전·후기고 체제는 그대로여서 기회가 많아진 것은 아니다. 선발 기준은 오히려 더 모호해졌다. 입시 시작 1년 6개월 전에 전형 방식이 사전 발표되는 대입과 달리 각 고교별 세부 선발 원칙은 원서접수 3개월 전에나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래저래 수험생 개개인이 떠안아야 할 숙제가 많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로써는 오래된 관심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정보 수집과 이를 통한 입시 흐름의 파악,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최선책이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풀어쓴 각 학교별 ‘전형요강 분석’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

    고교 입시는 성장기 입시
    특목고 합격자 대부분은 이르면 초등 고학년부터, 늦어도 중학교 1~2학년 초입에는 고입 준비의 출발점에 선다. 상위권 고교 입시가 갈수록 빠른 진로 선택과 그에 걸맞는 사전 활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시기 학생들이 급격한 성장기에 있어 정신적·신체적 완숙도 등에서 개인마다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학부모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가며 입시 준비에 스스로 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의욕 없이 학원이나 설명회장에 끌려다니는 학생도 상당 수다. 입시 주체가 미성숙한 만큼 어떤 경우든 주변 조력자들의 세심한 관찰과 도움 없이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어렵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온전히 ‘자기주도’로만 완성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 중의 하나다. 교육 현장 가까이서 직접 바라보는 특목고 수험생들과 그 학부모들의 뒷모습도 마치 2인3각 경기를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이 한쪽 다리를 묶고 세 개의 다리로 함께 달려야 하기에 누구도 편안해 보이진 않는다. 그나마 속도를 내는 것은 평소 서로의 호흡에 맞춰 경기 분석과 연습에 게으르지 않았던 팀이다. 경기의 주체는 학생일지라도 팀워크의 완성은 학부모 주도가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