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내신 2~3등급 일반고생도 서울대 합격? “특수사례로 봐야…”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5.21 17:41

  • 서울대 전년도 합격자 데이터에 대한 입시전문가 분석


    국어 1.85, 영어 1.53, 수학 1.38, 사회 2.32, 과학 2.50, 생활·교양 3.31….

    2015학년도 서울대 간호대학 간호학과의 신입생이 된 A 학생의 고교 3년간 내신 평균 등급이다. 1학년 사회는 3.50, 생활·교양은 4.50까지 내려갔다. 3학년 생활·교양 2.67, 1학년 과학 2.50 등 2등급대도 다수 있다. 전남 소재 자율고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서울대는 내신 1등급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과는 거리가 먼 숫자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에 입학한 대전 일반고 출신 B 학생의 고교 3년 평균 내신은 대부분 1등급대 후반이었지만 역시 생활·교양에서 2.86으로 뚝 떨어졌다. 1학년 성적만 보면 국어 2.00, 수학 2.00, 생활·교양 2.00 등이었고, 2학년 성적도 과학 2.25, 생활·교양 3.5 등으로 ‘서울대 클래스’ 치고는 다소 낮았다.

    서울대가 최근 웹진 ‘아로리’의 참여마당 코너 ‘나도 입학사정관’을 통해 지난해 입학생 9명의 교과 성취도와 교내 수상 실적, 학업 노력 및 학습 경험, 도서 목록 등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위의 간호학과 A 학생을 제외한 8명이 일반고등학교 졸업자였다는 점이다. 2016학년도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이번에 공개된 이 9명의 자료만으로 ‘서울대≠1등급’이라고 안심해도 될까? 또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에서도 일반전형 합격률이 높을까?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입시 전문가들은 “웹진에 공개된 이 9명을 서울대 입시 결과의 표본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9명 중 8명을 일반고등학교 출신으로 선정한 것도 최근 서울대 합격자 중 특목고·자사고 출신이 많다는 비난을 의식한, ‘현실과 다소 거리가 먼’ 자료라는 것이다. 또한 이 합격자 데이터와 달리 일반고에서는 일반전형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우선 수많은 합격자 중 선발된 ‘9명’에 주목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내신뿐 아니라 활동내역과 자소서 등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한 자료로 보인다”며 “(최소 1점대 후반은 돼야 하는 지역균형선발전형과 달리) 일반전형은 평균 3등급대 초반은 돼야 무난한데, 공개된 자료가 그것에서 벗어나는 수치는 아니다”라며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이미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걸러졌으니, 일반전형을 통해 일반고 출신 지원자의 활동과 인성을 본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선정된 9명을 서울대 입시 결과의 표본이 아닌 서울대 자체의 ‘통계’로 봐야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남 소장은 “통계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서울대가 ‘어떠한 의도’를 갖고 공개했다고 보는 수밖에 없다”며 “위 자료가 성적이 월등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아닌 일반전형 학생들이라 해도 이는 일반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이어 “서울대가 일반전형을 통해 1700명가량을 선발하는데, 그중 특목고나 영재고, 외대부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 출신이 500~600명 정도 된다”며 “전국 일반고가 1500개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고당 서울대 합격생은 1명꼴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A 학생이 자율고 자연계열 출신이라 일반화하기에는 부족한 특수 사례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연구소장도 이러한 합격자 데이터에 대해 ‘현실과는 맞지 않는 자료’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합격자 9명 중 8명을 일반고 출신으로 선정해 발표한 것은 일반고 학생도 일반전형으로 상당수 합격한다는 점을 보여줄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실제로 일반고와 지방고 교사들을 만나보면 서울대 일반전형에는 지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공개된 자료처럼 서울대가 요구하는 내신이 그리 높지 않다면 결국 합불을 가리는 것은 비교과 활동인데, 그 또한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대회나 실험, 연구 등으로 우수한 실적을 쌓기 쉬워서다.

    보통의 일반고에서 서울대 일반전형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남윤곤 소장은 일반고 가운데 서울대 일반전형에 최적화된 곳으로 ‘광주 고려고’와 ‘서울 한영고’를 꼽았다. 남 소장은 “고려고와 과학중점학교인 한영고는 실험과 실습이 상당히 체계화된 곳”이라며 “서울대가 강조하는 ‘양적 확장’과 ‘질적 확장’에 가장 부합하는 실험과 실습에 비중을 두고 있으니, 서울대 입시에 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하는 일반고 출신은 대부분 내신 1등급인 반면 특목고나 과학고, 외고, 영재학교, 외대부고 등 주요 자사고들이 주로 지원하는 일반전형의 경우 4~5등급을 받더라도 합격할 수 있다”며 “서울대는 교과 성적을 정량화하지 않고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대학이라 다소 낮은 등급이라도 합격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 “하지만 일반고 출신이 일반전형에 합격하려면 다소 높은 내신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서울대가 발표한 자료는) 일반고 출신은 내신이 좋아야 하지만, 내신이 낮더라도 비교과 활동이 뛰어나다면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