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알고 가는 고등학교」 1편-고입의 중요성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5.19 10:04
  • 영재학교 입시가 한창인 가운데 2016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전국 20개 과학고등학교들의 전형요강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입시를 치르고 있는 영재학교 지원자들은 물론 올해 또는 내년 특목고 및 자사고 입시를 위해 설명회에 참석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도 바빠지는 시기다. 매년 더해지고 있는 특목·자사고 설명회 열기는 2010년대 이후 급변해온 우리나라 고입 판도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지만 전체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학 청사진을 완성한 수험생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에 맞춰 「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는 이번주부터 우리나라 ‘고입 조감도’를 순차적으로 그려 나갈 계획이다. 생애 첫번째 입시를 앞둔 초중생 자녀들의 진학 설계를 위한 ‘알고 가는 고등학교’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는 고입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다.

    다양해진 고등학교 입시
    ‘고등학교의 다양화’를 거론함에 있어서 ‘다양화’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고교 종류의 형식적인 면에서의 다양화가 그 첫째이고 평준화, 비평준화, 자기주도학습전형, 고입선발고사, 고교선택제 등 입시 체계의 내용적인 면에서의 다양화가 그 두번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 시작된 지방자치제와 이에 맞물려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학교 운영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MB정부에 이르러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구체화된 결과다. 논란이 많은 고교서열화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다양화로 인한 선택의 중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택한 고등학교에 따라 그 이후의 진학·진로가 상당 부분 제한적일 수 있고,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진학하고자 하는 고교 종류에 따라 입시 준비도 달라져야 함에 주목해야 한다. 학원멘토 고교모의지원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2300여 개 고등학교 중 대입과 연계해 상위권 일반(예체능 제외) 학생들이 주목하는 전국 고교는 약 120여 개에 달한다. 상위권이 아닌 대다수의 중학생들 또한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학교 중 스스로 선택한 몇 개의 고교 내에서 진학이 결정된다. 진로 개척에 대한 적극적 의지와 이에 준하는 정보 수집이 많을수록 선택 가능한 학교도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 

    복잡해진 대학교 입시
    정책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학 입시는 대부분의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복잡한 미로처럼 느껴진다. 입시정보 커뮤니티 학원멘토가 분석한 ‘2017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내용에 따르면 향후 큰 틀에서의 대입 전형 종류는 약 10여 가지로 압축된다. 하지만 각 평가 요소별 세부 반영 비율 등의 차이까지를 모두 감안하면 1천여 개 이상의 복잡한 선발 방식은 여전하다.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자기소개서, 수능, 논술, 적성고사, 면접, 실기 등 다양한 평가 요소에 대한 전략적 준비가 성패를 가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복잡한 대입 전형에서는 각 고교별 입시 경쟁력의 차별화도 불가피해진다. 이는 고교 서열화와는 또다른 문제다. 고교마다 스스로 처한 상황에 맞는 대입 전형 대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해당 고교 내에서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개별 수험생들의 처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고교 우열과 대입 유불리를 떠나 고등학교 선택이 곧 대입 전략의 전초기지로 자리잡아가는 셈이다. 특목고, 자사고 등 학생 선발권을 보유한 학교들은 이미 특정 대학이나 전형에 대한 입시 노하우가 공고화된 상태다. 엇비슷해 보이는 주변 일반고들도 향후에는 일부 전형에 대한 집중 대비가 효율적일 수밖에 없어 저마다의 진학 지도 차별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상위권 대입의 사전 리허설
    예전보다 고교 입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상위권 진입 경쟁의 사전 경험을 간과할 수 없다. 고입과 대입의 유사성에서 오는 일종의 선행 효과다. 특히 상위 10% 이내 학생들이 주로 도전하게 되는 특목·자사고 입시는 전체 대입 중에서도 매년 관심이 집중되는 ‘인서울대’ 진입 경쟁의 리허설쯤으로 비유될 수 있다. 반드시 최상위권의 내신 성적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특화된 활동에 기반해 명문 학교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다는 점도 최근의 고입과 대입이 갖는 공통점 중 하나다. 실제로 학생부 관리,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으로 요약되는 현행 특목고 입시 과정은 대학 입시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학생부 관련 전형들과 매우 유사한 매카니즘을 보인다. 특히 자기성찰과 미래 계획에 관한 압축된 고민을 담아내야 하는 자기소개서의 작성 경험은 3년 후 비슷한 도전에서도 보이지 않는 저력과 뒷심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목고 면접이나 최종 합격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특목·자사고 입시에 대한 사전 관심과 준비는 당락 여부를 떠나 대학 입시 ‘예행’의 의미만으로도 일정 부분 그 가치를 지닌다. 또한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나 타중학교 혹은 다른 지역 학생들과의 공식적인 입시 경쟁 경험도 이후의 진학 동기부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평가제 이후 자칫 호도하기 쉬운 자신의 객관적 경쟁력을 점검하고, 그에 맞춰 장단점을 찾아 보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