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난이도에 대한 확정안을 내놓지 않아 지난 17일 나온 수능개선위원회 시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별력 확보에 대한 방안도 명시되지 않자 입시전문가들은 “작년과 같은 수능 기조를 유지한다면, ‘수학B형’과 EBS 교재의 일부 지문이 변형 출제되는 ‘영어 영역’이 다소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탐구 영역에 의해 변별력이 결정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지난 17일 수능개선위원회는 수능 개선안 시안을 통해 “만점자가 과도하게 나오지 않도록 영역별로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해 적절한 변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1일 발표된 수능 시행기본계획에서 평가원은 ‘난이도’나 ‘변별력’ 등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개선방안 및 2016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 브리핑에서도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을 비롯한 조난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무대리, 조용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 등 교육당국 간부들은 난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올해 수능은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겠다”며 명확한 대답을 피했다.

또한 지난 개선 시안의 “과도한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변별력에 유의하겠다”는 내용이 이날 확정된 기본계획에서 빠진 이유를 묻자, 김 차관은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고만 답했다.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언급되지 않자 일각에선 수능개선위의 시안보다 구체적 대안이 빠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로 올해 수능이 쉽다고 하지만, 변별력과 난이도 조정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빠져 있다”며 “수능개선위가 마련한 시안보다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출제 방식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변별력 확보 등은 어렵게 출제한다고 얻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민·관 협의체 등을 구성해 출제 방식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은 “EBS 교재 범위를 벗어나면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영어 출제 방식 등 현행 대책으로는 난이도를 언급하기 어렵다”며 “‘쉬운 수능’이라는 용어를 명확히 함으로써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혼란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소장은 이어 “교과서나 EBS 교재를 벗어나더라도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숙지한 내용이라면 잘 풀 수 있도록 ‘범위가 익숙해서 쉬운 수능’이 아닌 ‘내용이나 용어 등이 상식적이어서 쉬운 수능’이 돼야 한다”며 “특정 범위에서 출제하는 방식부터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토대로 지난해 만점자가 속출했던 ‘수학B형’과 일부 문항에 한해 EBS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영어영역’에서 난이도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4.3%의 만점자 비율을 낳았던 수학B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작년보다는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며 “만점자 비율이 1.11%에 그쳤던 3월 모의고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역시 “자연계 학생이 치르는 ‘수학B’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가운데, 작년에 비해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쉽게 출제한다 해도 지난해 1등급 커트라인이 원점수 100점이어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던 수학B형만큼은 출제자들이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가이사는 이어 “따라서 고난도 문항을 지난해에 비해 1~2문항 더 출제할 수밖에 없다”며 “1문항 정도 어려워진다면 출제진은 96~97점 정도를 1등급 커트라인으로 의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영어 난이도에 대해서는 “한글 해석본을 암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영역은 체감 난이도가 다소 높아질 수 있다”며 “지난해 10문항 정도 출제된 대의파악(6문제)과 세부정보(4문제)를 학습할 때는 기존처럼 한글 해석본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이어 “대의파악, 세부정보 문제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으므로, EBS 지문이 변형 출제되더라도 최상위권 학생들은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도 “상위권 학생들은 1~2문제의 변별력 확보 문항에 신경 쓰고 EBS 지문을 폭넓게 공부하면서 지문 전체를 익히는 것이 아닌 어휘와 문법 중심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밖에도 ‘탐구 영역’이 대입을 좌우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작년에 탐구 영역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돼 당락을 좌우했는데 금년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자연계열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이 쉽게 출제될 경우 과학탐구가 합·불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