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특목고 입시 출발점, 자기소개서의 이해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5.02.03 09:57
  • 1. ‘소개’만으론 부족한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란 무엇인가?’ 만약 입시 면접관이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하겠는가?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라고 답했다면 100점 만점에 30점이다. 자기소개서가 나를 타인에게 알리는 글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알리는’ 방식의 단순 소개로는 입시 목적에 부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입학사정관들에게 한가롭게(?) 소개하는 정도로만 끝내기엔 경쟁은 너무 치열하고 주어진 지면은 제한적이다.

    입학사정관에게 자기소개서는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유일한 자료일 뿐 아니라 지원자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입체적인 평가물이다. 입시에서의 평가란, 선택을 위한 것으로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를 읽는 최종 목적 또한 지원자를 ‘알아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기 위한 것’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알리기’ 위한 글이 아니라 ‘선택받기’ 위한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다. 자기를 알리는 과정보다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2. 자기 소개와 근거 제공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목적이나 목표를 명확히 안다면 길은 조금씩 보이기 마련이다. 반대로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도 본질적인 목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가벼운 첫걸음과는 달리 머지 않아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기소개서의 목적을 ‘선택받기 위함’이라고 인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글쓰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선택 주체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온다. 입학사정관의 선택 과정에 대해 고민한 지원자라면 그들의 선택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자기 소개에만 급급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근거 제공’과 ‘자기 소개’의 차이는 무엇일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떤 제품에 대해 참고될 수 있는 사용후기와 카탈로그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카탈로그가 상품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 소개서라면 사용후기는 실구매자들의 구체적인 사용 증명서이다. 예쁜 사진과 화려한 스펙 목록으로 꾸며진 카탈로그보다 투박하고 때로는 두서 없기까지 한 사용후기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쪽은 ‘자기 홍보’에, 다른 한쪽은 ‘근거 제공’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3. 자기 증명을 위한 근거 제공서
    비교와 분석을 통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사람(입학사정관)은 선택의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이 해당 지원자의 선택을 위해 자기소개서에서 찾고자 하는 것 또한 이러한 근거와 근거의 신뢰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뢰도는 증거가 충분한 증명을 통해 담보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의 서술이 바로 이러한 증명의 과정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명의 기술보다는 증거의 제시이며, 활동의 결과보다는 과정의 구체성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나타난 ‘결과’가 보여주지 못한 ‘과정’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 자기소개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기소개서는 나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의 올바른 정의는 ‘자기 증명을 위한 근거 제공서’로 이해되어야 합당하다.

    임태형(교육칼럼니스트, 교육정보커뮤니티 학원멘토 대표 www.hment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