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학생부 종합 면접, 절대 쉽지 않다 (2)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1.24 09:20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대치동 다빈치 논술 학원 인문 논술 연구소장으로 계신 김인조 샘의 면접에 관한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김인조 샘은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민사고 대원외고 학생들을 오랫 동안 지도해오신 분입니다.


    면접의 제시문, 절대 쉽지 않다
    물론 대학 당국에서는 면접 제시문 내용이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의 경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관용구는 논술이나 수능에서도 지겹도록 들어왔던 말이다. 절대다수 학생이 ‘비정상’으로 내몰리는 이 기막힌 현상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실제의 면접 제시문은 절대 쉽지 않다. 특히 주어진 시간 내에 면접 제시문을 제대로 독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공’이 요구된다. 서울대 의대 MMI 상황판단 제시문은 2분 내에 독해는 물론이고 예상되는 압박 질문까지 검토해야 하며, 이화여대 지역우수인재전형, 미래인재전형은 작년 9분에서 올해 6분으로 시간을 더 줄였다. 연세대 특기자 전형의 경우 20~30분 정도의 제시문 독해 시간을 주지만, 3개 이상의 제시문을 읽고 최소 3문제(세부 문제는 훨씬 더 많다.) 정도에 답해야 했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구체적인 면접 방식에 맞게 미리 준비하지 않은 학생이 이 면접 전형에서 적절한 대답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견해형 문제, 제시문 독해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워
    물론 국어영역 점수가 높은 학생, 특히 비문학 독해에 강점이 있는 학생 중 일부는 면접 제시문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시문 기반 면접은 독해력만으로 돌파되는 그런 쉬운 전형이 아니다. 제시문 기반 면접의 문제 유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제시문 이해 수준을 묻는 문제 유형(분석형, 설명형)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의 견해를 묻는 문제 유형(견해형)이다. 전자의 분석형은 정답이 존재하지만, 후자의 견해형은 설득력이 관건일 뿐 어느 한 쪽이 꼭 정답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시문 독해에 성공하면 일단 전자의 분석형 문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견해형 문제는 별도의 능력이 요구된다.

    기본 주제 및 개념과 원리를 알아야 … 의대 MMI, 인문계 공부는 필수
    결국 견해형 문제는 고교 과정에서 중시되는 주제는 물론이고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답변할 수 있다. 인문계열 학생의 경우 개인과 사회, 시장과 정부, 평등과 정의, 민주주의, 문화와 예술, 지식과 학문, 정보사회, 환경문제, 인구문제 등과 관련된 기본 주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아야 하고 이런 기본 주제에 담겨 있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이기성과 이타성,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 등의 개념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이런 개념과 연관된 환원주의와 비환원주의, 절대성과 상대성, 같음과 다름, 보편성과 특수성, 다원성과 일원성 등의 논리나 원리도 제대로 파악해야만 한다. 물론 이런 개념과 원리는 논술의 필수 사항이지만, 제시문 기반 면접도 요구하는 사항은 동일하다.

    자연계열 학생은 물론 다른 접근이 요구되겠지만, 의대 MMI를 염두에 둔다면 위에서 언급한 기본 주제 및 개념과 원리에 익숙해야 한다. 특히 개인과 사회, 시장과 정부, 평등과 정의, 인간의 존엄성,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이기성과 이타성, 절대성과 상대성(의무론과 공리주의)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해가 필수다.

    개념과 원리를 모른다면 추가 질문에서 무너져
    그리고 견해형 문제는 추가 질문에 잘 견디느냐가 관건이다. 왜냐하면, 추가 질문이 이러한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주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분석형 문제에도 추가 질문이 가끔 있지만 이는 학생들이 답한 내용이 부족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성격이다. 반면, 견해형 질문에 주어지는 추가 질문은 학생들이 택한 견해가 정확한 개념과 원리에 근거한 설득력 있는 내용인지를 확인하려는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학생이 택한 견해와 정반대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추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처음에 제시한 답변이 근거 없는 엉터리였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1단계 통과 후에 하면 늦어 … 겨울 방학, 늦어도 여름 방학 때 미리 준비해야
    그런데 이런 면접 준비를 1단계 통과 후에 하려고 하면 너무 늦다. 1단계 발표 후 불과 2~3일 만에 면접을 치르는 대학이 상당수다. 길어야 1주일이다. 물론 1단계 통과 후 집중적인 준비로 최종 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쨌든 합격생은 존재하니깐. 하지만, 그런 학생들은 과거에 면접 준비를 미리 해놓았거나 최소한 논술 공부를 한 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단계 발표 이전에 면접 준비는 물론이고 논술조차도 전혀 하지 않은 학생 중에 최종 합격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런 면접 준비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기출 문제의 확보가 가능하다면 동일 조건에서 면접을 진행해 보고 자신의 능력을 판단해 보는 것이 좋다. 진단 결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2학년 겨울 방학에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논술 공부하듯이 준비하되, 토론적 성격만 가미하면 된다. 늦어도 3학년 여름 방학에는 집중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이런 준비를 놓친 수험생이라면 최소한 위에 언급된 주제와 개념, 원리 등에 관한 교과서 설명부터 찬찬히 읽어보기를 바란다. 실제 면접 문제는 다양한 소재에서 주어지겠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개념과 원리는 대동소이하다. 면접 제시문의 소재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추가 질문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지공신공 입시연구소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