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다은의 내 아이의 꿈★은 달라!] 진로에 대한 좀 더 말랑말랑한 상상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1.21 09:59
  • “우리 초등학교 때 지우개 싸움하던 거 기억나?” “학교다닐 때 그 분식점 떡볶이가 요새 계속 땡기는 거 있지.” “아빠 운동회 때 계주 선수였잖아! 이 아빠를 따라갈 자가 없었지!” 사람들이 초등학생 시절의 자신과 만나는 것은, 보통은 추억을 통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매일, 아이였던 자신과 만나게 된다. 현장 체험 학습날 아침엔 웬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공기, 선생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거나, 꼭 안아주셨을 때의 느낌, 수업시간 내 발표 차례가 되었을 때의 떨림,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선생님이 빨간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주셨을 때의 그 설렘, 전근가는 선생님 생각에 일주일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만큼 서운했던 마음, 시험지가 앞에서 넘어올 때 침을 꼴깍 삼켜야만 했던 긴장감. 아주 사소한 사건들과 감정들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천재)로 태어난다.“는 피카소의 말처럼, 그 시기에 가질 수 있는 흥미로운 모습들을 목격하는 영광도 얻게 된다.

    “선생님, 눈, 코, 입 자판기 같은 거 있으면 어떨까요? 그런 거 있음, 맨날 눈코입 모아서 몬스터 인형 만들 거에요. 조금 무서우려나? 아니에요, 짱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상상.

    “우리애가 6살 때 공룡에 푹 빠져있었는데요. 놀이터에 있는 돌맹이들을 모아선 공룡알이라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그 알들을 품어주어야 한다면서 나뭇가지들을 다 모아오더라구요. 순식간에 그 놀이터는 공룡 서식지가 되어버렸지 뭐에요.”
    -누구도 말리지 못할 열정과 창의성, 과제 집착력.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엄마가 아빠에게 닭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 골라주시는 거에요.” “사랑이란 어떤 남자애에게 네 셔츠가 예쁘다고 했을 때 그 애가 그 셔츠를 매일 입고 오는 거에요.”
    -순수하고 예쁜 동심, 오히려 어른들을 깊은 생각에 잠기게도 만드는 어린이 철학자들.

    생애주기 모든 시기가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유년시절은 누구에게나 그 시절만이 남길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나는 교실 안에서 매일 유년기의 나 자신과도 만나고 있다. 하지만 꿈과 희망만으로도 벅찰 이 아름다운 시간임에도,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보면, 장밋빛 미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머지않아 이 아이들이 만나게 될 레이스(?)가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제자들이 그래왔듯,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서로의 경쟁자가 되어 대학 입시에 시달리고, 또다시 취업과의 전쟁, 불안정한 고용 현장에서의 고민으로 이어지게 될 현실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진로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갖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이 시대에도, 대학에서 4년간 한두가지를 전공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초,중,고 12년을 대학 입시 한 방향만을 위해 바치는 시스템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 것일까?‘

    이번 컬럼을 통해 그동안 이렇게 고민해온 진로, 좀 더 세분화하여 <대학>, <학위 및 취직>, <커리어>에 대해 좀 더 말랑말랑한 상상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 [이미지 출처] Coursera 홈페이지 화면 https://www.coursera.org/
    ▲ [이미지 출처] Coursera 홈페이지 화면 https://www.coursera.org/
    1. <대학>에 대한 보다 말랑말랑한 상상
    실제로 학교 현장에 있으면 체감하기가 어렵지만, 세상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고 하는 온라인 공개강좌가 있다. 2012년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들이 만든 코세라(Coursera)라는 공개 강좌 사이트를 필두로 UDACITY, MITx, edX와 같은 성공적인 MOOC가 탄생하면서 전세계 유명대학의 교수, 강사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무료 또는 월 몇만원 수준의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안방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누구나 이 수업의 토론, 과제, 시험 등의 과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된 일은 과히 혁명적인 일이다.

    무엇보다도 MOOC가 기존의 교육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중심에는 나노학위(Nano Degree)가 있다. 나노 학위란 MOOC와 같은 교육과정을 통해 6~12개월 안에 주당 10~20시간 강의를 듣고 특정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인 구글, 애플, AT&T 등 대기업이 이 나노 학위를 가진 사람들만 자신의 기업에 취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과정의 나노학위를 취득해서도 취업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도 더 이상 대학에 입학하여 한두가지 전공을 했다고 하여, 적응할 수 있는 직업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이는 반대로 보면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기존의 대학 진학에 대한 좀 더 말랑말랑한 상상이 필요한 시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이 영어 강의이고 아직 아이들이 직접 수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혹은 초등학교 고학년도 동기부여 측면에서 쉬운 강의부터 수강 신청이라도 해보기를 권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관심사 혹은 비교적 가벼운 주제의 강의 (ex. The Music of the Beatles, Introduction to Guitar, The Science of Happiness 등)부터 선정해 시작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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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가기 http://m.blog.naver.com/wowndtnwl/70190123970

    ▶ 백다은의 추천 사이트 : GLOBAL MOOC CAMPUS
       바로가기 http://kc4dh.com/


    2. <학위, 취직>이 아닌, 더 좋은 삶의 방식을 위한 보다 말랑말랑한 상상
    얼마 전 아무 스펙없이 SNS에 자신의 작품을 올린 일을 계기로, 애플 본사에 디자이너로 채용된 사례가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인공은 바로, 홍익대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김윤재씨(24)다. 유학은 커녕 어학연수 경험도 없던 그에게 길이 열린 것은 자신이 디자인한 아이콘을 한 사이트에 공개하면서이다. 조회수 5만6천, 좋아요 7천730, 댓글수 372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끈 그의 아이콘 디자인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현재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총장인 존 마에다의 트위터를 통해 리트윗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은 그에게 이메일로 왕복항공권을 보내줄테니 면접을 보라고 했고, 현재 그는 애플 본사 디자인팀에서 일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SNS의 활성화, 채용 방식의 변화 등으로 이런 일들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개성과 실력만 있다면 공정하게 자신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이나 직무를 발굴하여 안정화시키는 신개념의 창조적 직업, 창직(Job Creation) 또한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창직에 대한 논의도 차차 연재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지금희망’을 갖고, 어릴 때부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Be Yourself!”를 주문해야 할 때가 왔다. 시대가 변화상만큼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도 이전의 세상과는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너 우등생이니?” “취업은 언제하니?” 이런 질문 대신 “지난 설 때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니?” “그동안 어떤 재미있는 시도를 또 해봤니?”  새로운 멋진 명절 인사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한 분야별 진로교육 홈스쿨링법은 추후 계속 연재하기로 한다.)


  • [이미지 출처] 존 마에다 트위터
    ▲ [이미지 출처] 존 마에다 트위터

    3. <커리어>에 대한 보다 말랑말랑한 상상

    Careers are a jungle gym, not a ladder.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이다
    - 셰릴 샌드버그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여성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0인’에 3년 연속으로 랭크될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녀가 ‘미래를 어떻게 계획해서 살았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의외의 답을 했다. 자신은 미래를 철저하게 계획한 사람이 아니며, 어떤 꿈에 다다르기 위한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커리어는 마치 정글짐과 같았다고 말이다.

  • [이미지 출처] 셰릴 샌드버그 책 표지
    ▲ [이미지 출처] 셰릴 샌드버그 책 표지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커리어를 보면 중구난방처럼 보인다. 첫 직장인 월드뱅크에서는 인도 나병 환자들을 돕는 일을 했고, 그 다음으론 미국 재무부장관의 비서실장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Facebook이라는 IT 기업에서 일하게 되었고, 또 월트디즈니, 스타벅스의 이사로 선임된 것, 이들 간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몰랐던 그녀는 대학졸업반에도 자신이 IT 기업의 이사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되었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정치계에서 배운 협상능력과 월드뱅크에서 얻은 공감의 경험은 엔지니어 출신들로 가득찬 실리콘 밸리에서 그녀만의 색깔을 갖게 해준 원동력이었니 말이다.

    “경력을 말할 때 흔하게 사용되는 비유가 사다리죠. 하지만 전 요즘 시대엔 사다리보다 정글짐이 더 정확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다리의 경우 올라가거나 타지 않거나 2가지 선택만이 가능하고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하나뿐이지만 정글짐은 그렇지 않죠. 다양한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경력을 탐색할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장기적인 꿈은 현실적일 필요도 구체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8개월짜리 계획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셰릴 샌드버그의 인터뷰 중에서)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우리네 인생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계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이에게 특정 장래희망을 강요하여 그 길을 따라하게 하는 방식보다는, 아이 스스로 새로운 지금희망을 끊이지 않게 탐색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 백다은의 학부모 추천도서
    도서명 : 린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와이즈베리)

    ▶ [백다은의 추천영상] 딸과 주말에 함께볼 수 있는 TED 영상 바로가기
    세상에 여성 지도자들이 손에 꼽힐만큼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http://youtu.be/p8pftykysqo








  • -참고문헌 : 내 꿈은 달라 (예림당)

    백다은 ㅣ 현직 초등학교 교사 (서울), EBS 초등 공채강사, ‘내 꿈은 달라’ 작가
    이메일 주소 : i_am_eric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