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4.21 09:30
  • 박재원의 독설ㅣ게임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사춘기 남자 아이들은 게임에 몰입하고, 여자 아이들은 연예인을 따라다닙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남녀 학생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한민국 가정이 이 같은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매일 아이들과 전쟁을 치릅니다. 해법을 찾으려는 부모들의 몸부림이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한 부모의 교육 수기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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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1인 큰아이는 사춘기(반항기)가 길었습니다. 얼마 전에야 끝났어요. 그동안 아이 얼굴은 경직돼 있었고, 대화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죠. 지금은 편안한 얼굴로 엄마 이름을 친구 부르듯 부르며 자기 할 말은 다하는 어른이 됐습니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큰아이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미안합니다.

    아이가 완벽하고 뛰어나길 원했던 엄마는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고 눈초리를 치켜세우며 차갑게 찢어지는 목소리로 “너, 공부 안 하니?” “너, 아직도 오락하니?” 등 자신이 원하는 말만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꿈쩍도 안 합니다. 시끄럽다는 듯, 귀찮다는 듯 대꾸 한마디 없이 자기 갈 길(대부분 오락)을 갑니다. ‘저것이 나를 무시해?’ ‘저러다 인생 종치지’ ‘쟤가 미쳤나’ ‘미친놈’ 등 엄마의 머릿속은 혼미해져 결국 “야! 너 그러면 대학 못 가!”로 시작해 인생의 저 끝까지 거론하는 잔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속상해서 집안에 있는 술을 뒤져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합니다. “내가 어쩌다가...” 이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조금 마시면 취합니다.)

    큰아이가 지금처럼 편안하게 바뀐 원인은 엄마에게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 마음이 변화하자 아이가 바뀐 겁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어긋난 원인을 끊임없이 찾았더니 엄마의 마음에 있더라고요. 그동안 아이가 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나다 보니까 곱지 않은 잔소리가 되풀이됐어요. 엄마가 생각한 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 인생이 망가질 것처럼 같았거든요. 정말 망상도 그런 망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엄마라는 이름 하나로 휘둘러 댄 무지막지하고도 아찔한 횡포였습니다.

    아이가 게임을 하는 것은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춘기의 답답함을 해소할 유일한 탈출구였던 거 같아요. 하루 3~4시간, 길게는 하교 후 내내, 주말은 종일. 심각했어요. 중간 중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간혹 보였으나 이내 제자리였죠. 엄마는 아이가 밉고 한심했어요. 그래서 항상 못마땅한 얼굴과 말투였지요.
    어느 날부턴가 엄마는 화가 나면 무조건 입을 다물기로 했어요. ‘아! 내가 화가 났구나’라는 걸 엄마 스스로 알아차리면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죠. 그다음엔 ‘저 아이도 힘들 텐데 게임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간 조절은 하는 거지?”라는 말을 담담한 말투로 건네게 되었어요. 신기하게도 아이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봐도 화가 나지 않았어요. 좀 길어지면 “이제 그만하지? 오래한 것 같은데”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도 “예” 합니다. 인상도 안 쓰고요. 언제부터 인상을 안 썼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엄마가 ‘쟤도 힘들 텐데...’ ‘쟤도 사람인데...’ ‘나도 가끔 쉬어야 하던데...’라는 생각을 할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아이 얼굴이 온화해지고, 말수도 제법 많아지고, 공부도 시간을 관리해가고 있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줄 알고 걱정하며 잔소리했는데, 자세히 보니 본인이 부족한 게 무엇이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가며 살고 있더라고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덕목이 성적이라는 오직 하나의 가치로 대체되고 있는 가슴 답답한 현실에서, 그래도 인간답게 살 것 같은 냄새를 풍기며 성장하는 우리 아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지금 아이의 모습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방황하고 고민한 결과일 테죠. 아직 학교 성적은 내놓고 자랑할 만큼은 안 되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에 만족해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 아니겠습니까?

    엄마가 마음습관을 바꿀 때, 아이가 바로 응답해 주지는 않아요. 오히려 심하게 반항하며 엄마를 테스트합니다. “엄마! 정말로 바뀐 거야?” 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알아보고 보답해 줍니다. 아이를 지켜보면서 답답하고 힘들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 자신의 문제입니다. 아이는 본인의 생김새(태생) 그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부모는 아이의 인생이 곧 본인의 인생이라고 착각합니다. 틀렸습니다. 내 아이의 소유권은 내 아이에게 있습니다. 이 점만 명심해도 관찰자이자 도우미로서의 부모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낼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각종 강좌와 책들 그리고 법륜스님 법문, 국선도 명상호흡, 특히 박재원 소장님 저서의 힘이 컸습니다. 그 책에서 언급한 모든 나쁜 마음습관은 다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다 고쳤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자기 자리를 찾아 열심히 가는 큰아들! 정말 자랑스럽다.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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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의 주인공은 성격이 다혈질인 분입니다. 용케도 진지한 자기성찰의 결과로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게임을 덜할까?” 대부분의 부모가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정말 죄송하게도 그런 목적에 맞는 도움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방향을 틀어 스마트폰과 게임, 연예인에 탐닉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부모들이 잘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위 사례처럼 해결됩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보통 이렇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더 하고 싶어집니다!’ 아이의 언행을 개선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오히려 아이의 언행을 망치는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닫혀 있는 책은 하나의 블록일 뿐이다.
    (A book that is shut is but a block.)

    -영국 작가 토머스 풀러(1608~166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