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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통신 “쉿, 그거 아세요?”ㅣ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이영은 43·경기 수원시)
전 ‘강남 엄마’는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3년 전 강남을 탈출한 ‘경기도맘’이에요. 제가 (교육에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초·중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강남을 떠나 온 건 친언니 때문입니다. 언니는 전형적 강남 엄마였어요.
하나뿐인 딸에게 ‘좋다’는 교육은 전부 시켰죠. 조카가 초등생일 때부터 수업 파하고 나오는 아이를 교문 앞에서 승용차에 태워 ‘학원 투어’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조카가 공부를 잘하고 성격도 온순해 제 엄마와 큰 마찰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고교에 진학했어요. 집안에선 ‘이대로라면 서울대도 문제 없다’며 안심했고 언니는 일약 ‘(자녀 교육 잘 시키는) 부모의 롤모델’로 떠올랐죠.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조카가 갑자기 실종된 거예요. 다행히 몇 시간 후 집에 돌아온 조카는 집안 사람 모두를 당황시켰습니다. 그날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긴 언니가 조카에게 “몇 시까지 ○○학원, 몇 시까지 △△학원에 가라”고 말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혼자선 단 한 번도 학원에 가본 적 없던 조카는 학원 지리에 어두워 결국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습니다. 그게 ‘실종 사건’으로까지 비화된 거죠.
남의 눈엔 그저 단순한 해프닝으로 비쳤겠지만 이 일이 집안 사람들에게 던진 충격은 꽤 컸습니다. ‘서울대 갈 재목’으로 꼽히던 여고생이 학원 하나 제대로 못 찾아 길을 잃다니… 망연자실한 언니는 이후 자신의 교육법 대부분을 버렸습니다.
언니의 변화는 은연중 언니를 따르던 제 태도까지 바꿔놓았어요. 요즘 전 여전히 언니처럼 사는 엄마들을 만나면 이렇게 묻곤 합니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애로 키우고 싶어요?”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실패는 우회로이지, 막다른 길이 아니다(Failure is a detour, not a dead-end street).
-미국 연설가 지그 지글러(1926~2012년)-
[오늘의 에듀레터]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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