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독서 토론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3.22 11:27
  • 흔히 토론을 이기기 위해서 한다거나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다고들 한다. ‘서로 이기고 싶기만 한’ 사람들끼리 토론을 하다 보니 결국 싸움처럼 되기도 하고 처음에 먹은 자기 생각을 고쳐 먹는 사람을 보기도 어렵다. 토론자의 대부분이 ‘세상에 내가 설득을 당하다니, 이런 일은 내 평생 있을 수 없어.’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토론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조화(harmony)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조화. 그리고 한 개인의 내면에서 이룩해야 하는 여러 생각의 조화. 그것이 토론이다.
     
    어떤 사람의 생각도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의 생각이 완벽하다가고 보기는 어렵다. 그 불완전한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려해서 다듬어 나가다 보면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좋은 생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토론이 추구하는 세계이며, 토론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합리적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좋은 세상이 된다.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일은 교육의 중요한 영역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키울 수 있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점과 그 다양한 의견들을 다른 사람들과 많이 나눌수록 더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면 된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제 친구는 의견이 서로 다르면 굉장히 기분 나빠해요. 그리고 우정에 금이 갔다고 생각해서 답답해요.”라는 말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해 나간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론자의 두 가지 의무이다. 첫 번째는 자기 의견을 정당화(근거 제시; 이유를 들고 그 이유를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는 일)하는 일, 두 번째는 반론을 의식하고 잠재우는 일이다. 이 두 가지를 연습할 수 있으면 아이들의 생각은 논리적이 되고, 생활 속에서나 학습 활동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더 잘 배우는 사람이 된다.
     
    그런데 토론자의 의무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생활하는 과정에서 늘 가동되는 ‘능력’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 연습을 가족들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가족은 우선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밥도 먹고 운동도 같이 하고 여행도 같이 하는, 공유하는 시간과 사건들이 많은 공동체이다. 그만큼 의견 교환을 할 기회도 많아진다. 토론 안건(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는 진술을 토론에서는 안건(proposition)이라고 한다.)이 생기기도 쉽다. 용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아이가 한다거나, 부모님과 다른 취향의 옷차림 등을 놓고도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것이다. 독서 태도를 더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돕는 길이기도 하고, 토론을 위한 논리적 사고 확장 연습이 되기도 하며, 토론한 것을 글로 쓰면 좋은 논술이 되기도 하니, 가정 독서토론이야말로 독서와 토론과 논술을 한꺼번에 잡는 비법이다.
     
    조선교육문화센터에서는 가정 독서 토론을 진행하고자 하는 학부모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토론의 기본 개념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우선 읽기를 잘 하도록 가르치는 방법과 글의 종류별로 독서 토론 지도하는 요령을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토론에 대해 알고 나니 가족 대화의 질이 달라졌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조선교육문화센터 <학부모 독서토론> 과정 신현숙(<내 아이를 위한 독서 토론 논술> 저자) 제공

    실제 가정 독서 토론 예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 황선미 글. 윤봉선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책 소개:
    명하는 열 살 생일을 몇 달 앞두고 있는 남학생이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열 살 생일을 지낸 친구 귀영이는 자기 그물이 있어서, 소사천에 나가 실뱀장어도 잡을 수 있다. 소사천이 워낙 위험하기 때문에 열 살이 넘어야 그물로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 게다가 아버지가 오십이 넘어 얻은 자식이라 하여 명하는 늘 “늦둥이, 쉰둥이”라는 놀림을 받는 데다가 실뱀장어를 잡으면 과자랑 바꿔 먹을 수도 있는데 그걸 못하니 명하의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명하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을 알고, 명하가 간절히 바라던 그물을 만들어 준다. 열심히 그물질을 하던 명하는 어느 날 죽을 뻔한 위기를 겪게 되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가 자기를 몰래 지켜보며 낚시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장기 소년의 내면과 자식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책. 

    *감상: 명하의 심리를 느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들이 놀릴 때의 심정과 빨리 형들과의 놀이에 끼고 싶은 마음 등을 잘 헤아려 보면 이야기의 주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리고 성격 특성 등을 옆에 써 보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토론 안건들
    1. 아버지가 명하에게 그물을 만들어 준 것은 잘 한 일이다.
    2. 방조제를 만드는 것이 낫다.
    3. 명하가 귀영이를 때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4. ‘길 마트’ 아저씨가 아이들에게서 실뱀장어를 사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5. 귀영이가 형들과만 놀려고 하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토론했어요.
    안건: 아버지가 명하에게 그물을 만들어 준 것은 잘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