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재학생이 말하는 '마이스터고, 이래서 좋다'
맛있는교육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기사입력 2012.11.07 14:55

-'제3회 마이스터고 예술제' 현장 찾은 참가자 이모저모
-"확실한 동기 부여" "치열한 경쟁" 전반적 만족도 높아

  • 이번 축제에서 랩과 판소리가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인 동아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 이번 축제에서 랩과 판소리가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인 동아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마이스터고등학교(이하 '마이스터고')가 생긴다는 얘길 들었을때, 솔직히 ‘이번에도 공염불(空念佛)로 끝나겠지’ 삐딱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간 엇비슷한 실업계 고교 정책이 꾸준히 등장했지만 실패를 거듭해 왔으니까요. 다행히 이번엔 제 예상을 빗나갔어요. 마이스터고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산업체의 협력 덕분에 취업률은 물론, 취업의 질까지 높아졌거든요." (이건용<53>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교사)

    지난 2008년, '기술 명장 양성'을 목표로 9개교(校)에서 출발한 마이스터고는 수준 높은 실무 교육과 높은 취업률을 선보이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12년 11월 현재 국가 승인을 받은 마이스터고는 총 35개. 이 중 대다수가 90%에 가까운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덩달아 지원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일, 높아지는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을 자축하듯 전국 마이스터고 재학생이 한자리에 모인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동아마이스터고에서 열린 ‘제3회 마이스터고 예술제’가 그것. 이날 행사엔 전국 35개 마이스터고 교장단과 본선에 진출한 15개교 동아리 회원들이 참가했다.

  • 거제공고 대표로 '제3회 마이스터고 예술제'에 참가한 김남진군(왼쪽)과 김은주군이 연습 도중 포즈를 취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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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공고 대표로 '제3회 마이스터고 예술제'에 참가한 김남진군(왼쪽)과 김은주군이 연습 도중 포즈를 취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성적이 취업과 직결... "중학교 때보다 치열하게 공부해요"

    "솔직히 '공부 열심히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마이스터고 진학을 결정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거예요. 성적이 곧 취업으로 연결되니까... 저도 덩달아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 점이 좋기도, 나쁘기도 해요."(웃음)

    밴드 공연을 앞두고 목을 풀던 김남진(거제공업고등학교 3년)군은 본인의 마이스터고 진학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같은 학교 동갑내기 김은주군이 한마디 거들었다. "마이스터고 학생은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 돼요.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려면 공부도 하고 기술도 배워야 하니까요. 일반계 고교 학생이 대학 때까지 7년에 걸쳐 배우는 공부를 3년 안에 끝낸다고 생각하면 맞을 거예요."

    김영규(동아마이스터고 3년)군의 생각도 김남진·김은주군과 다르지 않았다. 며칠 전 후배들을 위해 '입학 면접 도우미'로 활동한 그는 "학교를 찾은 몇몇은 마이스터고 공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며 "부모님께 등 떠밀려 마지못해 온 친구도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마이스터고 생활은 결코 안이한 자세로 해낼 수 없습니다. 학급당 학생이라고 해야 20명 정도인데, 그 안에서 먼저 취업하는 친구가 나오니 경쟁심이 절로 생길 수밖에요."

  • 제복 차림으로 박력 있는 무대를 선보인 부산해사고등학교 학생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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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복 차림으로 박력 있는 무대를 선보인 부산해사고등학교 학생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어린 나이에 '고생문'? "미래에 대한 확신 없다면 못해내죠"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제복 차림에 정자세로 음악을 즐기던 두보군은 해기사(선박 운용 기술·기능 증명 면허를 지닌 선원을 통칭하는 용어)를 양성하는 마이스터고인 부산해사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두군에 따르면 부산해사고 졸업생은 선박 기관장이나 기관부원, 혹은 (항해 경력을 기반으로 한) 기타 운송 기관 조종 전문가로 취업하게 된다. "담임 교사의 권유로 마이스터고에 진학했다"는 그는 "인문계 고교에 들어갔더라면 3년 내내 중·하위권 성적을 유지하다가 성적에 맞춰 대충 대학 원서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민(한국항만물류고등학교 2년)양은 이날 행사장에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그 역시 자신의 마이스터고 선택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인문계 고교에 갔더라면 지망 학과보다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했을 거예요. 기왕 하는 공부라면 '잘할 수 있는 것'에 매진하자는 생각으로 마이스터고에 왔습니다."

    정양은 상업계 고교에 진학한 언니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회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양이 재학 중인 한국항만물류고 졸업생은 전공을 살려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한 항구 운영 업무 △은행이나 관세청의 회계 관련 업무 등에 종사할 수 있다. "예전엔 부모님 잔소리에 못 이겨 공부하곤 했지만 요즘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게 됐어요. 이게 다 마이스터고에 온 덕분이죠."

  • 김영규(동아마이스터고 전자과 3년)군이 예술제 현장을 찾은 마이스터고 교장단 앞에서 자신의 졸업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 김영규(동아마이스터고 전자과 3년)군이 예술제 현장을 찾은 마이스터고 교장단 앞에서 자신의 졸업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취업률 100%' 현수막도 당당하게... "직업교육 모델 되길"
    이건용 교사는 "마이스터고 전환 이전만 해도 학교 앞에 '취업률 100% 달성'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거는 행위가 양심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실상은 전혀 달랐거든요.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 수준의 조건과 임금으로 현장에서 고생하는 졸업생도 상당했죠. 하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마이스터고 전환 이후 기업들과 적극적 협력 관계를 형성, 우수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취업하는 졸업생 수가 크게 늘었거든요."

    김영숙(40) 동아마이스터고 교사(마이스터부 기획 담당)는 "마이스터고 모델이 정착돼 우리나라 직업 교육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모든 마이스터고 교사진이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어요. 마이스터고 전환 이후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더욱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