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심리치료] 어린이 심리치료에도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06.29 10:04
  • 흔히 심리치료라고 하면 밀폐된 치료실에서 전문가 한 명이 한 명의 내담자를 상담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심리문제는 물론이고 다양한 건강 문제에 있어 집단지성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절실했다. 심리 전문가나 정신과 의사 혼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심리문제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적 삶에서는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나 심리 문제 역시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과 요소가 뒤섞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 각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집단지성 치료가 이루어지면,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해 현격한 치료 효율의 차이를 보인다.

    아직 전문가 집단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통합치료 체계가 미흡한 우리의 현실로서는 복잡한 원인과 해결책들이 요하는 아이들의 각종 건강, 심리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다음은 아이들의 건강에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는, 그래서 집단지성의 힘이 꼭 필요한 몇 가지 사례들이다.

    ▶초등학생인 K군이 소아비만 치료를 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과잉행동이 문제가 되어 몇 군데 정신과 병원과 심리치료센터를 이미 거친 후였다. 지속적인 치료에도 K군의 과잉행동은 제대로 치료되지 않았다. 부모들은 우연히 기사를 검색하던 중 소아비만이 과잉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아이의 과잉행동을 치료하기 전에 소아비만부터 먼저 치료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소아비만 전문치료 병원을 찾았다. 체중감량과 다양한 심리치료를 병행하자 아이의 문제행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소아비만으로 인한 과잉행동은 소아비만 치료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중학생 P양은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갖가지 심리문제까지 유발되고 있었다. 부모는 아이가 아침에 해가 떠서야 잠이 들곤 하니 결석하는 일마저 잦다고 한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치게 밥 먹기를 꺼린다는 점이었다. 어쩌다 먹는 음식들조차 주로 건강에 해로운 각종 스낵류나 패스트푸드 일색이었다.

    P양은 또래보다 작은 키에다 체중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상태였다.  P양이 음식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연예인이나 대중매체 영향 탓에 마른 몸매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었다. P양의 경우 최근 문제가 되는 우리 청소년들의 영양불균형이 전형적으로 나타난 사례였다. P양의 경우 심각한 멜라토닌 부족증을 겪고 있었다.

    영양불균형이 불면증까지 유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P양은 건강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갖는 일, 영양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과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P양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강력한 영양교육과 학습이 진행되었다. 치료 후 P양은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충분한 단백질과 비타민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좋은 음식을 챙겨먹는 일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게 되었다. 
     
    ▶심한 학습장애 때문에 병원을 찾은 고등학생 C군의 경우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갖고 있었다. 우선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과체중과 불균형한 식사였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부모들의 강압적인 훈육과 양육 방식이 관건이었다. C군의 적성과 강점 지능은 음악 부문에 있었음에도 부모는 C군의 실용음악과 진학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었다.

    부모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학습전문가와 양육코치가 부모들과의 장시간의 면담을 통해 C군의 미래에 대한 설계와 진로 계획을 다시 짜도록 설득했다. 실용음악과 진학이 결정되고 피아노 연습과 음대준비에 집중하자 C군이 겪던 학습장애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또 C군의 경우 기존에 행했던 학습법에 있어서도 대단히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학습전문가가 C군의 학습법 문제를 점검하고 새로운 학습법을 코칭하자 학습에 대한 두려움은 한층 더 사라질 수 있었다. 특히 긍정심리 치료와 피아노연주 몰입 훈련은 C군이 중증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위 사례에서처럼 우리 아이들의 건강문제에 있어 단순히 한두 가지 원인이 전부가 아닐 때가 많다. 가령 아토피 치료는 흔히 피부관리에만 집중하지만 보다 중요한 측면은 아이의 상처 입은 자존감 회복과 심리적 건강을 높이는 일이다. 아토피로 인한 잠을 설치고, 외모에 대한 걱정은 곧장 큰 심리문제를 일으킨다. 게다가 아토피로 인해 겪게 되는 심한 스트레스는 아토피 증세 자체를 더 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잘못된 양육 환경, 즉 부모의 그릇된 훈육과 식생활이 건강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부모들이 강요하는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과 학습스케줄을 견디다 못해 우울증이나 소아비만, 성조숙증 등이 발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양육 환경 전반을 바꾸고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의사(각과의 전문의), 영양전문가, 심리전문가, 학습전문가, 양육 코치 등이 모두 참여해 아이가 처한 문제 전반을 통합적으로 되짚어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새로운 치료 모델이 시급하다. 더러 TV나 매체에서나 접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솔루션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치료가 현실에 적용되기까지에는 다양한 현실적 난관이 존재한다.

    각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치료에 임하는 통합치료 체계 전문기관을 만나기가 어렵고, 설사 이런 기관을 만난다 해도 고비용으로 인해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치료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접근 태도도 중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신과나 심리치료 센터, 학습코치, 소아성장 전문병원 어느 한 군데만 찾아서는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 수 있음을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다수의 전문가들이 아이 개인의 문제가 가진 중층적인 원인을 찾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기관을 찾거나 치료 스케줄을 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미 이런 집단지성 치료를 실천하는 의료기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아이 몸맘뇌 성장센터와 헬로닥터브레인에서는 아이의 몸과 마음의 총체적인 건강, 그리고 두뇌발달, 바른 양육모델에 대한 다각적인 해법을 각계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제시하는 몸·맘·뇌 토탈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심리치료에 있어 집단지성 치료의 효과는 탁월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민근 헬로닥터브레인 연구소 소장/ ND케어클리닉 독서치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