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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궁금한 학생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입사관은 학교서 학교로 내달린다

조선일보 | 김정욱 맛있는공부 인턴기자 |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011.04.27 15:51

포스텍 입학사정관의 하루 따라가보니…
인재상·비교과활동 준비법에 개인 상담까지 전국 곳곳 고교 찾아가 생생한 정보 전달해
"교육 혜택 적은 오지 학생들 만날 때 보람"

입학사정관(이하 입사관)들은 매년 3월말~4월부터 팔도를 유랑한다. '고교방문 프로그램' 때문이다. 전국 단위의 '입학사정관제 설명회'와 별도로, 온라인이나 전화로 고교의 신청을 받아 사정관이 해당 지역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직접 학교별 전형과 사정관제 전형에 대해 설명하는 제도다. 대개 매년 4월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이 시작되는 8월(2011년 기준) 전까지, 입사관들은 전국을 돌며 학생들과 만난다. 고교-대학 간 대입에 관한 신뢰를 높이고 학생 개별 상담도 진행돼 인기가 높다.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인 포스텍의 경우, 이미 전국 400여 고교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 이쯤 되면 입사관들의 몸이 하나로는 부족할 정도다. 포스텍 권성철 입사관은 "1박 2일 일정을 소화하면 자동차 계기판의 주행거리만 1200㎞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포스텍 권성철 입사관, 윤수만 위촉입사관과 함께 고교방문 일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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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안산 양지고등학교
◆입사관제 이해부터 컨설팅까지… 알토란 정보 쏟아져

오늘의 방문 학교는 안산 양지고와 시흥 은행고. 하루에 두 고교를 방문하는 날은 그나마 '쉬운' 일정이다. 전날 경기 평택여고, 경기 광주고, 한국 삼육고를 방문한 권 입사관은 "하루 최대 4개의 고교까지 방문할 때도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사정관들은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학교로 돌아오는 일정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양지고에 포스텍 입사관이 방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날 입사관의 설명을 듣기 위해 시청각실에 모인 학생들은 모두 85명. 학년별 상위권 학생들이다. 대학의 건학이념, 인재상과 함께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봉사활동, 리더십과 같은 비교과 활동 준비법 까지 생생한 정보가 쏟아졌다.

"성적이 고교 시절 내내 상위권이었던 학생과, 고2 때 떨어졌다가 다시 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학생, 하위권이었지만 3년 내내 꾸준히 성적을 올린 학생이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이 입학사정관이라면 어느 학생을 더 선호하겠습니까?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세요. 불안하면 교외 활동에 집착하게 됩니다." 권 입사관의 날카로운 질문과 조언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눈을 뗄 줄 몰랐다. 뒤이어 세미나실에서 이어진 개별 상담에서는 10명의 학생이 학생기록부를 들고 모였다. 장래희망이 변리사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바뀐 김동현(2학년) 군에게 권 입사관이 꿈이 바뀐 이유를 묻자, 김 군은 "물리가 재밌어서…"하고 얼버무렸다. 곧장 "자기소개서에도 그렇게 언급할 건가요?"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자동차공학연구원이 꿈인 김지석(2학년)군에게는 "엔지니어와 테크니션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실제 면접을 방불케 하는 순간이다. 꼼꼼한 개인 컨설팅이 가능한 것은 고교 방문의 장점 중 하나다.

◆빈틈없었던 입사관 고교방문 일정

안산 양지고 교문을 나선 시간은 오후 4시경. 두 번째 학교인 시흥 은행고까지는 차로 40분 거리다. 차 안에 있던 '포스텍 고교방문 일정표'는 총 9명의 사정관과 각 시도별 위촉입사관들이 방문해야 할 학교와 시간으로 빼곡했다. 전국을 다니다보니 각지의 지리나 특색에도 훤하다. 하지만 이 같은 고교방문 일정표를 만드는 일도 만만찮은 작업이다. 권 입사관은 "입사관들의 이동 동선과 해당 학교의 위치, 소요 시간, 학교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온 결과"라며 웃었다.

시흥 은행고에 도착하자마자 시청각실로 이동했다. 이날 모인 30여명의 학생은 고1이 대다수. 권 입사관과 윤 위촉입사관은 가능한 한 일찍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1, 2학년 때부터 가고자 하는 대학의 자기소개서 양식에 맞춰 미리 써보세요. 20여년 인생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자기소개서를 검토해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저는 어렸을 적부터 ○○에 관심이 많았습니다'고 씁니다(좌중 웃음). 자신이 해왔던 일들을 성찰해 '동기-과정-결과'로 '나'를 드러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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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포스텍 권성철 입학사정관(오른쪽)과 윤수만 위촉입학사정관(왼쪽)이 안산 양지고와 시흥 은행고에서 대입전형 및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염동우 기자 ydw@chosun.com
◆입사관 연락처·기념품은 덤… "입사관은 '소명'이죠"

권 입사관과 윤 위촉입사관의 설명이 끝난 시간은 오후 6시 30분. 강연은 끝났지만 은행고 학생들은 권 입사관 주변으로 몰려 평소 궁금했던 사항들을 쏟아내며 떠날 줄을 몰랐다. 입사관들의 개인 연락처와 대학교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덤이다.

전국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황당한 일도 많다. 고교방문을 신청해 놓고 교사와 학생이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사전지식이 아예 없거나, 학교가 입사관의 고교 방문을 일련의 '학교 행사'로 치부하는 경우다. 권 입사관은 "입사관의 고교방문은 아이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 묻고 답하며 대학과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이해하는 시간인데, 고교에서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동원해 정작 필요한 학생들이 맞춤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별 전형 특징과 수준을 고려해 학생 수를 조절해 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고를 나선 권 입사관은 약 4시간을 달려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입학사정관을 직업으로 접근하면 강행군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힘든 일정이지만 전국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며 느끼는 보람이 큽니다. 시골이나 교육 혜택이 적은 지역에 가면 '정말 사정관이 왔다!'며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하죠. 많은 사정관이 이 일을 자신의 '업'으로 생각하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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