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고등]

해당기사 프린트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MB교육에 부메랑돼 돌아온 '반값 등록금'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011.01.10 03:02

민주당 정책 발표 앞두고 교과부, 반격 못한 채 '속앓이'
원래 '등록금 부담 절반'은 이주호 장관 의원 시절 '작품'
대선 이후 與野입장 바뀌자 "액수 아닌 가계부담 경감"

기사 이미지
이주호 장관
무상급식·무상의료에 이어 민주당이 이번 주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나,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적극적인 반박을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막을 들여다보니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원래 저작권은 한나라당

2006년 5·31 지방선거 직전이던 3월 31일,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주호 의원(현 교과부 장관)이 "대학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교육비 부담 절반 줄이기 정책'을 발표했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반값 등록금' 정책이었다. 민주당이 곧 내놓을 이 정책의 '원(原)저작권'은 이렇듯 한나라당에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 팀'의 팀장이던 이주호 의원은 ▲3조원 규모의 국가장학기금을 설립하고 ▲사립대에 10만원 이하 기부금을 내면 세금을 공제해 주며 ▲정원의 1% 정도로 기여입학을 허용해 입학기부금 일부를 적립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기사 이미지

이렇게 하면 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 8조원 중 정부가 절반인 4조원을 부담하는 결과가 돼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후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이란 표현을 쓰며 이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당시 여당이자 현재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맹렬히 반대했다.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조세부담을 늘리는 반값 등록금 정책은 국민을 현혹하는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기 당정회의에서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의위장도 "정치적인 선전은 될 수 있지만 실천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호 의원은 한나라당의 제5정조위원장이던 2007년 '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 4대 법안'을 국회에서 입안하면서 이 정책을 계속 추진했다. 이 의원은 2007년 12월 대선 후에는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맡으며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MB 교육정책'의 골격을 입안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반값 등록금'은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이었던 것으로 인식됐으나, 정작 공약집에서는 이 단어가 빠져 있었다. 대신 92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맞춤형 국가장학제도를 구축해 1000만원 시대의 등록금을 줄인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당시 한나라당측은 "선거 전까지는 '반값'이란 말을 썼지만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공약집에서 뺐다"고 밝혔다.

◆뒤바뀐 여야 입장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여·야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2009년 4월 이주호 당시 교과부 차관은 "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대해 "등록금 자체를 반으로 줄이자는 게 아니라 평균적인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말이었다"고 답변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가 먼저 꺼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이 대선 공약을 거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제 '반값 등록금'의 공격권이 야당에 넘어갔고, '원죄(原罪)'가 있는 이주호 장관과 교과부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도 여당일 때는 "포퓰리즘"이라며 그토록 반대하던 '반값 등록금'을 들고나온 꼴이 됐다.

기사 보내기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이메일발송 인쇄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