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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건 왜 용수철이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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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2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은 과학 교과서를 들고 아빠 전광진 교수(성균관대 중어중문과)에게 달려왔다. 교과서엔 용수철을 비롯해 ‘형광등’, ‘용매’ 등 모르는 단어에 쳐놓은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질문은 과학 교과서에만 그치지 않았다. 수학책에 나오는 ‘예각’, 실과책에 등장하는 ‘가공’…. 아들은 매일같이 어려운 단어를 들고 와 질문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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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아들에게 각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려주고 싶어 국어사전을 펼쳤다. 하지만 아들은 사전을 펼쳐들고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전의 설명도 어렵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어사전에 나온 용수철(龍鬚鐵)의 뜻은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이었다. ‘탄력’이나 ‘나선형’은 초등 4학년생 아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말이었다.
결국 전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한자를 이용해 단어를 ‘용 룡(龍), 수염 수(鬚), 쇠 철(鐵)’ 하는 식으로 일일이 풀어준 후 ‘용의 수염처럼 생긴 쇠줄’이라고 풀이해줬다. 그제서야 아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18년 후, 아들의 질문을 일일이 해결해주던 전 교수의 노력이 한 권의 사전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출간된 ‘초중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LBH교육출판사, 이하 ‘속뜻사전’)이 그것. 전 교수는 “어휘력은 언어능력의 바탕이자 학습의 기초”라며 “초등생 때 어휘 공부를 잘해두면 이해력이 우수해져 공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속뜻사전엔 단순 뜻풀이 외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 있는 비슷한 말을 소개하는 ‘비슷한 말 다른 말 사전’ △속담의 비유적 표현을 쉽게 풀이해주는 ‘속담 사전’ △만화로 알아보는 ‘고사성어 사전’ 등 유익한 기능이 많다. 전 교수는 “단어는 ‘겉’만 훑는 게 아니라 ‘속’을 파헤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꽂이에만 꽂아두는 사전이 아니라 공부할 때마다 들춰보는 ‘단짝 같은 사전’으로 활용해주세요!”
"사전 보고도 몰랐던 뜻, 이젠 알겠네"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 초등생용 ‘속뜻풀이’ 국어사전 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