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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문 포스텍] '가능성'을 보는 대학 "노벨상 불가능은 없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010.09.07 03:11

성적·스펙이 아닌 잠재력으로 선발
영어 공용화·교수 정년 개혁 단행
올해 亞 대학평가 특성화대학 1위

박재용(19)군은 고교 1학년 1학기 때 내신성적이 상위 45% 정도였다. 중간 정도 성적에 불과했던 박군이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리라고 짐작한 친구들은 없었다. 경시대회 입상 실적 같은 '스펙'도 쌓지 않았다. 사교육 열풍이 남다른 지역이었지만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다.

박군은 어떤 부분에서 자신을 계발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에 옮겼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3학년에 올라가자 주위 사람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성적이 상위 4.7%로 훌쩍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自己主導學習)'의 훌륭한 성공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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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제일 먼저 장식할 사람은 바로 저예요.”포스텍이 미래에 배출할 세계적 과학자나 노벨상 수상자의 흉상을 놓기 위해 교정에 설치한 빈 좌대(座臺)를 둘러싸고, 포스텍 학생들이 손을 들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그가 올해 초 입학한 대학은 포스텍(POSTECH)이었다. 포항제철의 신화(神話)가 깃든 경북 포항에 지난 1986년 포항공대(浦項工大)로 개교한 지 4반세기, 이제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려는 그 학교다. 이 학교가 박군에게서 본 것은 화려한 외양이 아니라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이었다.

전국 최우수 대학으로 꼽히는 이 학교는 학생들을 성적표에 적힌 숫자로 뽑지 않는다. 사교육이 끌어올려 준 스펙들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지난해(2010학년도) 입시부터 국내 처음으로 신입생을 100% 입학사정관제(入學査定官制)로 선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적대로 뽑았더라면 합격선 안에 들지 못했겠지만, 물리학 분야에서 나름대로 뛰어난 잠재력을 발휘한 학생이 뽑혔다.

한 학생은 농촌에서 자란 기초생활보장대상자였다.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고 방학 때는 부모님을 도와 일해야 했지만, 생물에서만큼은 두각을 드러냈다. 그 역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반면 예년 입시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을 성적과 경시대회 입상 성적을 지닌 학생은 떨어졌다. 자기가 진학하려는 학과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었고, 학업에 대한 의지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포스텍 인재발굴의 외연을 넓혔다. 모집 정원이 300명뿐인 이 소수정예 대학에서 합격자의 출신 고교는 2009학년도의 141곳에서 181곳으로 28.4%가 늘어났다. 인천 광성고와 경남 창원고처럼 일부 과학고보다도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도 있었다.

그동안 수능성적 위주의 입시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전국 곳곳의 인재들이 포스텍의 레이더망에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재학생들이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말 실력 있는 학생은 학생들이 알아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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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뿐이 아니다. 최근 포스텍이 숨 가쁘게 발표한 강도 높은 개혁들은 한국의 대학과 사회를 흔들었다. 지난 2월에는 '캠퍼스 영어 공용화'를 전격 선언했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승진심사나 정년보장심사에서 탈락하면 1년 뒤에 퇴출당하는 새로운 교수 정년보장심사제도를 발표했다. 놀라움은 컸지만 '포스텍은 그걸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꿔 말하면 다들 '포스텍이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 onds)가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포스텍은 2007년 세계 233위였지만, 2008년에는 188위, 지난해에는 134위로 쑥쑥 도약하고 있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선 올해 아시아 전체 14위였으며, 종합대학을 제외한 특성화대학 중에서는 아시아 1위였다.

내년 개교 25주년을 맞는 포스텍은 이제 더 이상 '국내 대학'이 아니다. 포스텍은 "우수한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해 앞으로 10년 내 세계 20위권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초(超)일류대학인 포스텍이지만, 멈추지 않고 뻗어나갈 미래의 지평선은 아직도 넓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주(州) 정부 장학금을 받으며 고교 생활을 했던 학생은 지난해 미국 3개 대학에서 합격을 통보받은 상황에서도 포스텍에 지원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됐다. 학교가 학생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보았듯이, 그 학생이 포스텍에서 본 것 역시 학교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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