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준비생 논술도 준비해야 할까? ②
맛있는 교육
기사입력 2010.07.05 15:05
  • 외고생들이 평소에 논술 학원을 다니고 강남 학생들이 주로 방학 기간이나 파이널 때 속성으로 논술 학원에 다니죠. 강남의 한 학교에서 보통 연고대 수시 논술 시험을 100명 이상이 치르지만 합격하는 학생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손을 꼽을 정도입니다. 붙은 사람은 물론, 떨어진 학생들 대부분이 강남의 논술 학원을 다녔는데 이들 학원들의 합격률이 어떻게 높을 수 있겠습니까?

    논술 학원들의 문제점은 논술 실력이란 게 절대 단기간에 향상이 이루어질 수 없는데 그것이 가능하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거죠. 논술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언어 영역 비문학을 잘해야 합니다.

    언어 영역 비문학으로 독해력을 키우고 탐구 과목을 통해 배경지식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논술을 준비해야 합격 확률도 올라갑니다. 언어 점수도 안 나오고 탐구 영역 중에 논술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경제와 윤리 과목 공부도 안 했는데 방학 동안 논술 학원에 다녀 수시 합격을 노려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수능 언어 영역, 특히 비문학 문제를 못 풀면 독해력이 가장 중요한 한국식 논술문제를 절대 잘 쓸 수 없습니다. 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논술을 잘 한다고 비문학을 반드시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지요. 지나치게 자기 생각이 많거나 비판적인 학생,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따지려는 학생들이 의외로 언어 영역 비문학에서 고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문학에서 추론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해도 철저하게 지문과 일치, 즉 사실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비판적 사고와 추론적 사고를 요구하는데 대학 논술 시험에서 제시문들은 수능 언어 영역 비문학 지문처럼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 제시문 바깥에서 추론과 비판에 필요한 정보를 끌어 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탐구 과목에서 배운 배경지식이 필요한 겁니다.

    논술 학원에서 지금부터 해줄 수 있는 건 논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독해력이나 배경지식이 아니라 기출 문제 풀이법과 첨삭뿐이죠. 기출 문제는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풀어보고 첨삭은 학교 선생님이나 EBS의 도움을 받으면 사실 논술 학원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은 독자분들은 지금 와서 논술에 투자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실 지 모릅니다. 논술에 대한 기대를 접고 수능 올인 전략이 현명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논술 학원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라든지, 전략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그 학교에 가고는 싶은데 수능 실력이 모자라 정시로는 힘드니 논술에 올인한다든지 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경계하는 겁니다.

    우리는 일생 한 번 치르는 입시에서 최대한 보수적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이왕이면 기회비용과 효율성을 잘 따지는 이콘(호모 이코노미쿠스)이 되자는 거죠. 그 첫 번째 단추는 확률은 매우매우 낮지만 수익률은 높은 게임으로 수시 논술을 대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전략’으로 논술을 준비하고 싶은, 아니 준비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원칙을 권해 드립니다. 논술을 해도 수능 공부에 도움이 되거나 적어도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자는 거지요.

    각 학교 홈페이지에서 올해 모의고사와 최근 기출 문제를 다운 받아 정해진 시간 안에 써보는 훈련과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첨삭을 받는 정도가 논술을 위해서 순수하게 투자할 시간입니다. 그 외에는 언어 영역 비문학 공부할 때 이거는 논술 시험 지문으로도 나올 만한 글이라고 판단이 들면 지문을 요약해 보거나 같은 주제의 다른 관점의 지문을 찾아 두 지문을 비교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수능 문제 중에서 지문의 관점을 적용해 보기를 해석해보라는 문제와 보기의 관점을 적용해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문제는 객관식 문제를 풀기 전에 주관식 답안을 써보는 방법도 좋은 논술 공부법입니다. 물론 이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고 1과 고 2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방법이겠지요. 

    입학사정관제냐, 논술이냐를 놓고 고민 중인 고 3 학생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논술에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할 때 내 비문학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BS 교재나 수능 기출 문제 중에서 인문 사회 지문을 요약을 해보십시오. 요약 지문을 평가원 해설이나 EBS 교재 지문 해설과 비교를 해서 내가 요약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논술에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그 외의 학생들이라면 논술보다는 서류 준비를 꼼꼼히 해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이상으로 스터디마스터 공부법 연구소 신진상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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