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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살, 8살 아들을 둔 김진숙(37·서울 마포구)씨는 독서 교육에 관심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아들로 자라나게끔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웃집 엄마들이 좋다는 창작 동화 전집과 유명 도서상을 휩쓴 수상작을 집에 들였다. '소문난 책을 집에 들여놓으면 아이들이 독서를 즐기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은 애물단지가 됐다. 아이들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큰맘 먹고 사들인 책을 외면하는 아이들을 보자, 서운함이 밀려왔죠. 이것저것 책을 골라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지만 결국 아이들은 거부감을 드러내더군요."
# 초등학교 1학년 권모군은 책을 많이 읽는다. 주변에서 독서를 즐기는 아이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등을 물으면 말을 더듬는다. 했던 말을 또 하고 연방 자신 없는 표정으로 불안해한다. 엄마의 지나친 욕심이 원인이었다. 읽은 책의 내용을 물어보고 권군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윽박지르거나 혼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책은 열심히 읽었지만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나요. 대답을 못하면 혼나거든요." -
◆지나친 독서 욕심은 부족함보다 못하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독서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더라. 무조건 책을 많이 읽고 독후 활동을 하는 것이 우등생의 비결이라더라'는 말만 듣고 자녀에게 독서를 강요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엄마들의 책 욕심, 다독 욕심은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아이의 의견을 무시한 독서 활동은 책에 대한 거부감과 스트레스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자녀가 독서를 하고 있으면 잘한다고 칭찬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망한 눈빛을 보이는 엄마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게 되죠. 엄마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책 거부증, 독서 혐오증, 학습 혐오증 등으로 나타나고 심하면 틱 장애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소영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독서지도백과' 저자도 "대부분의 엄마는 독서를 공부의 일부로 생각해 교과목과 연관된 도서나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책을 선호하고 이를 자녀에게 읽도록 강요한다. 이런 엄마의 태도는 '독서=공부'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줘 책읽기를 멀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책읽기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로 독서 여부 확인을 들 수 있습니다.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한 대여섯 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이 글자는 뭐지?'라고 확인한다거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독후감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을 말합니다." 김소희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도서관 관장의 말이다.
◆독서 부담감을 낮추고 흥미를 높여라!
2년 전, 자녀 독서 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김진숙씨는 독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나갔다. 그리고 요즘은 책읽기에 푹 빠진 두 형제 때문에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김미연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독서 지도사는 "독서 교육에 열의를 보이는 엄마이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해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책 선정하는 방법부터 조언했다.
"우선 아이들이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둘째 선용이의 경우 공룡이 나오는 책에 흥미를 보이는데, 무작정 '공룡 나오는 책을 보지 마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선용이가 고른 책을 한 번 보고 엄마가 고른 책도 한 번 보는 걸로 약속할까?'라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 스스로 '엄마가 내 의견을 존중해준다'고 느끼게 된다면 엄마의 요구에 거부감을 덜 갖게 되죠."
독서 전문가들은 "자녀가 독서에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엄마가 솔선수범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김소희 관장의 이야기다.
"몇 년 전, 잡지를 보는 저를 발견한 딸아이가 '엄마 공부해?'라고 묻더니, 방으로 달려가 옷과 관련된 그림책을 갖고 오더군요. 잡지를 보면서 공부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일을 모방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비록 가계부를 쓰거나 잡지를 볼지라도 아이의 눈높이에서는 '아, 우리 엄마는 책을 읽는구나' '공부하는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거죠. 엄마부터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읽어라" 강요하는 엄마 "싫어라" 도망가는 아이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kmg8585@chosun.com
엄마의 독서 욕심
아이에겐 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