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서울 이야기] 갈현동 칡고개 (상)
신현배
기사입력 2010.03.20 23:27

"신령님, 어머니 병을 낫게 해주세요"
매봉산 산신령, 효자의 기도 듣고 도와주려 하는데···

  • 삽화=양동
    ▲ 삽화=양동
    아주 오랜 옛날, 지금의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일대에는 칡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흔한 것은 야생 동물들이었습니다.

    삼국 시대 때부터 귀족들은 매를 길러 이곳에서 사냥을 즐겼습니다. 그래서 갈현동과 구파발에 걸쳐 있는 봉우리는 ‘매봉’, 매봉이 있는 산은 ‘매봉산’이라 불리고 있었습니다.

    옛날에 매봉산에는 마음씨 좋은 산신령이 살았습니다. 산신령은 매봉산뿐 아니라 그 주변 마을까지 두루 지키고 있었습니다. 산신령은 요술을 잘 부렸습니다. 그래서 산속에 앉아 있어도 산이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마을 쪽을 내려다보다가 산신령은 안타깝게 중얼거렸습니다.

    “저런! 나무꾼 총각이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늙고 병든 어머니를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말이야.”

    산신령은 나무꾼을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수리 수리 마수리 얏!”

    그러자 나무꾼은 갑자기 산에 가고 싶어져 빈 지게를 지고 집에서 나왔습니다.

    산신령은 산을 오르는 나무꾼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내 요술에 걸려들었구나. 나무꾼 총각을 직접 만나 봐야겠다.”

    산신령은 또다시 주문을 외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스로 나이 어린 사내아이로 변했습니다. 사내아이는 천천히 산에서 내려갔습니다. 나무꾼이 고갯길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사내아이는 나무꾼과 마주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산에 왔다가 길을 잃었어요. 저를 산 아랫마을까지 데려다 주세요.”

    나무꾼이 말했습니다.

    “산속을 헤매 다니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이제는 안심해라. 내가 안전하게 아랫마을까지 데려다 주마.”

    나무꾼은 사내아이를 데리고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사내아이가 품속에서 산삼을 꺼내 보이며 말했습니다.

    “고개 너머 숲에 무밭이 있어 이걸 캤어요. 어머니에게 드리면 기운을 차리실 거예요”

    사내아이는 산삼을 무라고 말하며 나무꾼에게 주었습니다.

    이때 맞은편 숲에서는 욕심꾸러기 영감이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영감은 사내아이의 말을 들었습니다.

    ‘가만있자, 저건 무가 아니라 산삼이잖아. 고개 너머 숲에 산삼밭이 있다 이거지?’

    영감은 나무꾼의 손에 들린 산삼을 보고 입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당장 고개 너머 숲으로 달려갔습니다.  <하편에 계속>


    칡뿌리가 많았던 동네, 갈현동


    칡은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으며,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한철에 10여 미터까지도 줄기가 길게 뻗어 간다. 칡은 또한 버릴 게 하나 없는 식물이다. 꽃은 약으로 쓰이고, 뿌리는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거나 열을 내리는 약으로 쓰였다. 그리고 줄기는 끈을 만들거나 섬유 자원으로 쓰이고, 잎은 가축의 사료나 퇴비로 사용했다.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은 그 이름이 ‘갈현’에서 비롯되었다. 갈현 1동에서 갈현 2동으로 넘어가는 곳에는 고개가 하나 있는데, 이 고개가 갈현, 즉 칡고개다. 칡 ‘갈(葛)’에 고개 ‘현(峴)’, 칡이 많이 있는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갈현동 일대에는 옛날부터 칡뿌리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갈현동이 칡고개인 갈현이 아니라, ‘가루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갈현 1동 동사무소 뒤쪽에 가루개고개가 있는데, ‘가루개’는 물이 갈라진다는 분수령을 뜻한다. 즉, 두 마을이 이 고개를 경계로 하여 분수처럼 갈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루개고개는 못골, 효경골, 가루개 등 세 마을의 경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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