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논술] 지나치게 비싼 길거리 공공미술… 서민 삶의 질 높아질까
최혜원 블루로터스 아트디렉터·'미술 쟁점-그림으로 비춰보는 우리시대' 저자
기사입력 2009.09.03 06:47
  • ◆공공미술, 이대로도 좋은가?

    경제발전 논리에 밀린 마구잡이식 개발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최근 도시환경과 삶의 질, 디자인, 문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샌가 우리 주변의 도시 풍경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을 많이 보곤 한다. 그 가운데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 '공공미술'이란 말이다.

    1967년 영국의 미술행정가 존 윌렛이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야외조각, 지하철 벽화, 공원조형물 등 생활 속 미술을 말한다.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미술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때로 이런 공공미술 작품들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오히려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최근의 공공미술은 과거의 관행적인 대형 조각품의 설치 미술에서 벗어나 공공미술을 실제로 즐기는 지역 주민의 삶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나 지자체에서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에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많은 시도가 진행 중이다.

  • 마이크&더크 뢰베트, ‘에너지 박스’, 철제 박스, 2006, 경기도 평촌.
    ▲ 마이크&더크 뢰베트, ‘에너지 박스’, 철제 박스, 2006, 경기도 평촌.
    ◆4000만 원짜리 철제박스가 예술?

    경기도 평촌의 잘 정비된 대로를 지나가다 보면 색색의 박스들이 중앙화단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는 제설함이 있었던 자리였는데 대신 알록달록한 박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색색의 커다란 상자가 개당 4000만 원씩 주고 사 온 독일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냉담해졌다.

    대체 이 비싼 상자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문제의 상자는 독일 작가, 마이크&더크 뢰베트의 작품인 '에너지박스(공동구 환기구 포장)'이다. 기존의 제설함이 있던 자리에 공동구 환기구를 포장하기 위해 세워졌다. 2006년 안양시가 최초의 단일사업 재단까지 만들 정도로 공을 들여 추진한 '공공예술프로젝트(APAP)'사업의 일환으로 사들인 것이다.

    여기에 안양시가 공공미술사업의 일환으로 추가 진행할 '신문 가판점 박스' 작품은 개당 6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12월 열린 안양시의회 총무경제위원회의 시 예술도시기획단 예산심의에서 외국작가의 공공예술 작품 가격이 시민들이 납득하기에는 너무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모 시의원은 "외국작가 데려다가 비싼 돈에 하는 것만 예술이냐"면서, "경제도 어려운데 일반시민들이 작품가격을 알면 난리 날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국내작가들을 활용해 대중성 있는 저렴한 작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안양시 예술도시기획단 측에서는 "공공예술 사업을 예산 갖고 얘기하면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평가가 떨어지는 작품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해 예산투자는 불가피하다"고 말해 대립 상황을 연출했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공미술의 가치와 역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삶의 공간을 예술적으로 꾸민다는 취지는 물론 옳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난해해서 '저것도 작품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거나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고, 길거리에 놓인 작품이 터무니없이 비싼 예술품임을 알게 돼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공공미술은 시민과 100% 소통할 때만 의미가 있고 공공성(公共性)과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 공공미술 설치 때마다 이러한 공공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작가들은 예술이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 취지 하에 작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시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예도 있다.

    예술의 공공성 문제는 예술 생산이 개인의 창작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공공서비스로서의 예술생산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제대로 된 공공미술의 가치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방한한 독일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총감독 카스퍼 쾨니히는 "공공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이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작품의 질"이라고 말했다. 바로 공공미술의 핵심을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 더 생각해볼 거리

    국민의 세금으로 제작됐지만 대중에게 환영 받지 못한 공공미술로 인한 논쟁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대중과의 소통이란 무엇이고 공공미술이 대중의 취향에 따라 제작돼야 하는지, 대중의 취향에 안 맞더라도 혁신적인 도전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