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탐색] MBC 무한도전 '식객 뉴욕편' 출연한 양지훈 셰프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기사입력 2010.02.22 03:29

"다양한 지식·요리실력·인격 두루 갖춰야"

  • 압구정 BB카페에서 만난 양지훈 셰프는“요리는 다양한 지식이 바탕이 되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 압구정 BB카페에서 만난 양지훈 셰프는“요리는 다양한 지식이 바탕이 되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MBC 무한도전 '식객 뉴욕편' 방송 이후, 양지훈(36) 셰프와 요리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식가들은 그가 방송을 타기 전부터 요리에 대한 감각은 물론, 겸손함까지 갖춘 천재 셰프라고 불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전파를 타자 셰프를 꿈꾸는 수많은 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백 통씩 문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는 그는 셰프 이전에 갖춰야할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공부하지 않는 자, 요리도 할 수 없다!

    미국·일본의 유명 레스토랑부터 인터컨티넨탈·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피에르 갸네르 두바이, 루카 511 오너 셰프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양지훈 셰프. 그는 셰프에 대한 거품은 빼고 현장을 누비며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셰프가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제 대답은 늘 '공부부터 해라' 한가지입니다. 고지식한 생각인지 몰라도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양 셰프에게 뭔가 비법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물었던 아이들은 그의 대답에 하나같이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하지만 요리는 일찍 배우고 늦게 배움의 차이가 아닌 열정과 창의력의 산물이자 문화의 이면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식을 빼놓고 기술만 연마해서는 진정한 셰프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영화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학과는 떨어지고 복수지원한 호텔조리학과에 합격했죠. 사실, 기술 하나 배워두면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다녔어요. 학점도 엉망이었죠."

    요리보다 야구가 좋았던 그는 체대 친구들이 더 많을 정도로 요리와 담을 쌓았다. 그러던 중 모교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를 통해 미국으로의 취업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후 프랑스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 진학해 요리에 대한 재미를 느꼈고 졸업 후 일본·미국·두바이 등을 무대로 본격적인 셰프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언어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내 것이 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열정이 있으니 기회를 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기회를 잡을 준비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에 가기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당시에는 인종차별이라고 느꼈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70% 정도는 언어에서 오는 오해들이었다. 아무리 요리를 잘하는 셰프도 대화를 나눌 수 없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한계점에 부딪혀 포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학교 공부도 못하고 학생답지 못하면서 요리사가 돼서 요리는 잘하고 요리사다울 수 있을까요? 요리 잘하는데 공부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요리사는 요리를 선보이기 이전에 문화와 역사, 삶의 지식 전반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그 모든 걸 무시한 채 요리만 한다면 아무런 감정 없는 인스턴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계를 가진 요리사가 되는 거죠."

    ◆4대 일간지 모두 섭렵, 다양한 문화체험 즐겨

    그는 오너 셰프가 된 이후에도 4대 일간지를 섭렵하고 책, 여행, 다양한 대인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트렌드를 익혔다. 요리는 기본이고 그 외에 메뉴개발, 레스토랑 분위기, 경영, 회계, 디자인 등 요리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연구하고 고민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요리사가 요리만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접시 위에 올라간 것만이 요리가 아니에요. 재료에 대한 공부도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대한 공부도 색감, 식감에 대한 공부도 무궁무진하게 공부할 게 많아요."

    초중고를 소위 모범생으로 보낸 그는 특히 암기과목을 좋아했다. 역사와 윤리는 지금도 그에게 큰 도움을 주는 교과목이다. 그는 "요리를 선보이고 나서는 꼭 요리에 대한 품평과 소개를 위해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이때, 요리와 관련된 국가, 인물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가게 된다. 특히 윤리와 역사 관련 대화는 학교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만으로도 금세 대화를 이끌 수 있다. 그 외 더 많은 지식은 독서와 여행 등을 통해 얻으면 된다"고 했다.

    주방에서 요리만 열심히 한다고 세계적인 셰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 다양한 지식, 요리 실력, 인격까지 모두 갖춘 사람이 세계적인 셰프가 된다. 그는 학창시절에는 문화적 체험과 기초 학문에 매진하고 대학에 간 후부터 요리사의 꿈을 펼쳐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대학생활도 알아보고 다양한 대인관계도 맺어보면서 요리에 대해 공부했으면 합니다. 요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종합예술입니다. 오감을 다룬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너무 쉽게 뛰어들지도, 경주하는 말처럼 눈을 가리고 달리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또 화려해 보이는 셰프도 설거지부터 시작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단계별로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는 끈기와 인격도 반드시 동반되어야하는 직업입니다. 셰프를 꿈꾸고 있다면 남보다 빨리가 아닌 남보다 더 다양하게 열심히 공부하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