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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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짚고, 제주에서도 달려와… 반상 위 '즐거운 드라마'

소년조선 | 2010011824025

2010.01.25 10:39

어린이기왕전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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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꿈나무 양성'을 목표로 한 2010소년조선일보배 어린이기왕전은 국내 바둑인과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바둑축제로서도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1350명의 꼬마 기사들이 벌이는 반상 위의 대결도 볼 만했지만, 2000여명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응원하고 바둑을 즐기는 과정 또한 의미가 깊었다는 것이다. 치열했던 이틀 간의 대회 안팎에서 모락모락 피어난 이야깃거리를 정리했다.

"대국위해 물 건너 왔어요"

○…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어린이기왕전답게 이번 대회에는 전국의 숨은 바둑고수들이 반상의 제왕을 꿈꾸며 몰려들었다. 가장 멀리서 발걸음을 한 참가자는 제주도 서귀포에 사는 이신관 군(7세, 서귀포 동홍초등 입학예정)과 양유준 군(6세). 23일 오전 비행기로 상경한 두 어린이는 "대국을 위해 서울에 온 건 처음"이라고. 하지만 예선 3승을 거둔 이신관 군은 본선에 안착했지만, 양유준 군은 2패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최연소 참가자는 올해 6세(2004년 9월생)가 되는 유치부의 이종주 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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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 사는 양유준 군(왼쪽)과 이신관 군(오른쪽)./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목발짚고 '부상투혼' 발휘

○… 대회 참가자들 중 가장 눈길을 끈 어린이는 '부상투혼'을 발휘한 석성민 군(서울 영풍초 5년)이었다. 아마 2단으로 유단자부에 신청서를 낸 석 군은 대회 하루 전날 다리를 헛디뎌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부모님은 대회 참가를 말렸으나 대회 우승을 벼러왔던 석 군은 오른쪽 발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채 대국장에 나타나 큰 박수를 받았다. 석 군은 "아픈 다리때문인지 평소만큼 집중하기가 힘들었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경기였던 만큼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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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성민 군./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경기시작 4분 만에 승리

○… 승패가 가장 먼저 갈린 경기는 초등 2학년부 예선에서 나왔다. 신동우 군(서울 고은초 2년)은 첫 대국에서 경기 시작 4분 만에 승리를 거두더니, 2번의 대국을 단 19분 47초만에 끝내며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가장 긴 승부 역시 예선 경기에서 나왔다. 최강부에 참가한 아마 3단 최원진 군(서울 배봉초 4년)은 예선 3번째 판에서 1시간 35분의 긴 승부 끝에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대국 중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최 군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결국 반집 차로 승리를 낚았다. 초등 최고의 실력자들이 벌인 경기답게 대국 막판엔 수십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살 얼음판을 걷는 치열한 대국을 지켜보기도 했다. 최 군은 "상대의 실력도 좋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승부를 너무 어렵게 풀어갔다"며 "중반 이후 침착하게 계가를 하면서 뒀던게 승리의 원인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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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기사’들은 돌 하나를 내려놓는데도 고심을 거듭했다. 23일 88체육관에서 열린 예선전 참가 어린이들이 갖가지 표정으로 수를 읽고 있다./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가족 장외응원전 '후끈'

○… 꼬마 기사들의 승부욕 못지 않게 장외 응원전도 대단했다. 휴일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많은 부모님들은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관람석을 지키며 먼발치에서 초조하게 대국을 지켜봤다. 자녀들의 표정 변화를 읽으며 함께 일희일비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형 정지욱 군(서울 양진초 1년)을 응원하기 위해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정지홍 군(6세)은 “형이 큰 대회에 나와서 의젓하게 바둑을 두는 모습이 참 멋있다”며 “나도 바둑을 배워 다음 대회에는 선수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자 안상욱 군(7세)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차근보 씨(73세)는 “아들네 집에 놀러가면 손주랑 바둑을 두곤 하는데, 대회에 나간다길래 기특해서 응원을 나왔다”고 했다.

바둑알 꾸미기 등 이벤트 풍성

○… 다양한 이벤트는 학부모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겼다. 특히 ‘컬러바둑알 꾸미기’가 인기였다. 경기도 분당서 온 위혜영 씨(35세)는 "다른 바둑대회는 부모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유롭게 관람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만들어 바둑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외국인과 바둑 대결을 벌이는 코너도 인기였다. 여기선 한국에서 바둑 유학 중인 아마 5단 실력의 브라질, 네덜란드, 프랑스 바둑연수생들이 어린이들과 실력을 겨뤘다. 이민수 군(서울 홍제초 4년)은 "서양인들이 바둑을 둔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2패로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재미난 프로그램이 많아 즐거웠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온 치아고 씨(26세)는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서인지 한국 어린이들의 바둑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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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조선일보배 어린이기왕전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바둑축제였다. 위쪽부터‘칼라바둑돌 그리기’에 참가한 어린이가 직접 색칠한 바둑돌을 들어보이는 모습과 프로기사 윤현석 9단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지도다면기를 선보이는 장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바둑 유학 중인 외국인 기사들이 어린이들과 대국을 벌이는 모습이다./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프로기사의 황금같은 가르침

○… 프로기사 윤현석·정대상·이성재 9단이 벌이는 지도다면기 또한 어린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예선전 결과를 일찌감치 받아든 어린이들은 대회장 한 켠에 별도로 마련된 다면기 행사장에 몰려들어 최고 실력의 프로기사들로부터 황금같은 한 수 가르침을 받았다. 김현수 군은 “지도다면기를 통해 중요한 곳을 잘 못 보는 나의 약점을 찾을 수 있었다”며 “5~6명을 상대로 능수능란하게 바둑을 두는 프로기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프로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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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참가자인 김민균·민종(가운데)·윤재 형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3형제 출전해 실력 겨뤘어요"

○… 형제 참가자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김민균(경기 김포 풍무초 6년)·민종(4년)·윤재(3년) 3형제가 가장 돋보였다. 아버지 김정탁 씨(43세)는 "늘 부산한 삼형제지만 바둑할 때는 집 안이 조용하다"며 "집중력을 키우는데 바둑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현수(서울 등현초 2년)·경범(7세) 형제, 주영준(경기 안산 청석초 3년)·영승(1년) 형제 등도 집에서 짬짬이 연마한 바둑실력을 겨뤄보기도 했다.


/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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