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서울 이야기] 남산의 청렴한 선비 이야기 (상)
소년조선
기사입력 2010.01.23 23:54

숙종, 배고픈 선비에게 약밥을 줬는데…

  • 조선 시대 숙종 때 남산골에 이서우라는 선비가 살았습니다. 그는 여러 번 과거에 낙방했는데, 아침에는 밥, 저녁에는 죽을 먹기도 어려울 만큼 몹시 가난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고 과거 급제를 목표로 밤을 새워 가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정월 보름날 밤, 이서우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아침나절에는 눈발이 날리더니 오후부터는 날이 개어 하늘에는 휘영청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한겨울이었기때문에 불을 때지 않은 방은 몹시 추웠습니다.

    그는 언 손을 호호 불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집 안에 양식이 떨어져 아침을 겨우 죽으로 때우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운이 없어 글을 읽어도 소리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이때, 별안간 열린 들창을 통해 뭔가가 날아 들어와 방바닥에 툭 떨어졌습니다. 이서우는 깜짝 놀라 방바닥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보자기에 싼 물건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누가 이런 물건을 던져 주고 갔지?’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이서우는 들창으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서우는 보자기를 풀어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약밥 한 그릇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분인지 고맙기도 해라. 내가 온종일 굶은 걸 알고 귀한 음식을 던져 주고 가다니.’

    이서우는 약밥을 먹다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약밥 속에는 말굽은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말굽은을 처분하지 않고 장롱 속에 고이 간직했습니다.

    그는 불굴의 노력으로 학문에 전념하여 이듬해에는 마침내 벼슬길에 올랐습니다.

    몇 해가 흐른 뒤, 숙종은 정월 대보름날 밤에 신하들과 잔치를 베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몇 년 전 정월 대보름날 밤에 나는 평복을 입고 남산골을 찾아갔었소. 그때 어느 초가집 앞을 지나는데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거요. 그런데 몇 끼를 굶었는지 그 집 선비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더군. 나는 그 선비가 몹시 가여워서, 수행하던 내관에게 약밥을 가져오라고 해 몰래 방 안에 던져 주고 왔다오. 지금 그 선비가 어찌 지내는지 몹시 궁금하구려.”

    숙종이 이야기를 마쳤을 때 한 신하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는 바로 이서우였습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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