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초 조경욱 교사 자폐증 제자 돌봐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09.12.25 14:29

'산타 선생님' 사랑은 뜨거웠네

  • 울산 병영초등학교(교장 김종욱) 4학년 4반에는 모두가 짝이되고 싶어하는 특별한 친구가 있다. 주인공은 자폐성 장애 1급인 김동규 군(13세). 쉬는 시간이면 동규 주위에는 친구들이 몰려든다. 손도 잡아주고 말도 걸며 동규가 불편한 것은 없는지 기분은 어떤지 살핀다.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동규는 울산에서 힘들다고 소문난 아이 중 하나였다. 동규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올해 담임 조경욱 선생님(50세·사진)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조 선생님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일기 쓰기였다. 조 선생님이 동규의 입장이 되어서 하루 동안 학교생활에 대해 일기를 쓰고, 다음 날 동규가 오면 읽어 주거나 보고 쓰게 하는 방식이었다. 집중력이 부족해 처음에는 3~4줄 쓰는 것이 고작이었던 동규는 이제는 공책 한 바닥 정도는 무난히 채워 넣는다. 올 한 해 동규는 6권의 일기장을 썼다.

    4학년에 갓 올라왔을 때만 해도 동규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반 친구들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수업 중에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는 동규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했다. 조 선생님은 “의지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준 동규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며 장애 이해 수업을 통해 동규의 상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했다.

    조 선생님은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기회를 가져야 편견을 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