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행복 가르치는 '민들레 꿈' 공부방 대표 서영남 씨 "평생 힘 되는 '작은 행복' 주고 싶어"
소년조선
기사입력 2009.12.21 09:58

노숙인 위한 무료식당 이어
달동네 아이들 공부 가르쳐

  • 초등학교 1학년 서원이는 학교가 끝나면 ‘민들레 꿈’으로 달려간다. 하나 둘 셋 넷열 아홉. 사다리만큼 가파른 ‘지옥 계단’을 오르면 ‘천국’이 나온다. 그곳엔 밥이 있고 간식이 있고 책이 있고 행복이 있다.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있는 민들레 꿈은 공부방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행복’을 가르친다. 민들레 꿈 ‘교장 선생님’ 서영남 대표(55세)는 22살 때인 1976년 가톨릭 수도회에 입회해 25년간 수사로 살았다. 2000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수도원을 박차고 나온 그는 2003년 화수동에 노숙자를 위한 민들레 국숫집을 열고 ‘나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08년 만우절에 문을 연 민들레 꿈은 그의 딸 서희 씨(25세)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 ‘민들레 꿈’에는 매일 8~10명의 어린이가 찾아온다. 1년 8개월 전만 해도 ‘배부른 것’이 꿈이었던 ‘민들레’들은 이제 가수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어 한다. 서영남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딸 서희 씨(맨 왼쪽), 민들레 꿈 어린이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한준호 기자gokorea21@chosun.com
    ▲ ‘민들레 꿈’에는 매일 8~10명의 어린이가 찾아온다. 1년 8개월 전만 해도 ‘배부른 것’이 꿈이었던 ‘민들레’들은 이제 가수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어 한다. 서영남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딸 서희 씨(맨 왼쪽), 민들레 꿈 어린이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한준호 기자gokorea21@chosun.com
    -민들레 꿈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국숫집에 오시는 손님들 대부분이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랑도 교육도 받지 못했더군요. 어렸을 때 작은 행복을 주는 것이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을 열었습니다.”

    -따님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직장에 다녔어요. 민들레 꿈을 준비하면서 물어봤죠. ‘꽃 같은 청춘 월급 몇 푼에 팔아먹고 살 거니?’라고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사표를 썼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하면서 민들레 꿈을 찾는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있지요.”

    -공부방과 국숫집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아르바이트 한 돈을 뜻깊은 곳에 쓰고 싶다’는 고등학생,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도와주라’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할머니, ‘용돈을 아껴 보낸다’는 초등학생. 힘없고 약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봉사란 무엇인가요?

    “봉사는 사랑이에요. 사랑은 나의 가장 귀한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이죠. 민들레 꿈을 찾는 아이들이 딸 아이에게 ‘선생님 아기 낳으면 우리가 다 키워줄게요’라고 해요. 나눔은 더 큰 나눔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공부방에 처음 왔던 아이에게 ‘꿈이 뭐니?’라고 물었더니 ‘배불리 먹고 누워서 온종일 자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어린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어린이 무료 식당을 열고 싶어요. 지금 운영하는 국숫집은 어른들 위주이다 보니까 아이들이 오기 쉽지 않거든요.”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