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학생 25명, 전원 대학합격 비결은?
조선닷컴
기사입력 2009.12.17 08:08
  • 휴전선에 접한 외딴 섬인 인천 강화군 교동도의 교동고교 3학년생 전원이 올해 수시모집만으로 대학에 합격했다고 중앙일보가 17일 보도했다. 과외·학원 등의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는 낙도에서 학교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학생들을 뒷바라지한 끝에 거둔 결실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굳이 과외를 꼽자면 이 섬을 지키는 해병대 병사들의 영어·수학 자원봉사다.

    교동도는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로 15분 거리지만 북으로 3㎞ 너머 북한의 황해남도 연안군이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교동고는 전교생이 62명인 미니 학교다.

    이 학교 3학년 25명이 올해 수시모집에서 합격증을 따 놓은 대학은 4년제 대학(15명)이 3개 대학 38개 학과, 전문대(10명)는 18개 대학 23개 학과에 이른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고려대·인하대·국민대·건국대·명지대 등 거의 대부분이 서울·인천권의 대학에 합격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년제 대학 진학은 3∼4명에 불과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학교는 3월 전공종(56) 교장이 주민들의 초빙 형식으로 부임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바꿔 나갔다. 창고로 쓰던 교실을 독서실 형태의 '면학실'로 개조하고, 운동장 벤치에도 책을 볼 수 있도록 테이블을 놓았다. 인천시의 지원으로 통학버스 2대도 구입해 등·하교에 뺏기는 시간을 공부에 돌리도록 했다. 전 교장은 “한밤중에도 학교에 불이 꺼지지 않게 되자 주민들도 학교발전기금을 내놓으며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오전 8시에 등교하면 30분간의 영어듣기로 시작해 정규 수업-보충 수업-자율학습 등 밤 10시까지 공부했다. 토요일도 한 달에 한 번(넷째 주)만 쉬도록 했다.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해병대원 2명이 영어·수학 특별지도에 나섰다. 서울대 재학 중에 입대해 수학을 가르친 손동원(23) 병장은 “해맑은 섬 아이들이 친동생같이 여겨져 더 열심히 가르쳤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영어를 가르치다 얼마 전 제대한 오주영(23)씨도 미국 유학생 출신이다.

    처음엔 앉아 있는 습관에도 익숙지 않았던 학생들이 차츰 자신감을 얻어갔다. 내신 1등급을 받아 인하대에 합격한 한정옥(18)양은 “학기 초만 해도 4년제 대학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며 “부지런히 학교 공부를 따라가다 보니 수시 합격생이 돼 있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이건호(53) 3학년 담임교사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일찌감치 인천 등 외지로 빠져나가는 환경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