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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된 대학 자유전공학부, 1년만에 골칫거리로

조선닷컴

2009.12.16 15:59


대학 1학년생들이 1년간 다양한 학문을 접한 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 자유전공학부가 도입 1년 만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서울대 등 27개 대학이 작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고 있으나 서둘러 폐지하거나 선발인원을 줄였고 일부 대학에선 경영학 전공으로 한꺼번에 몰리는 쏠림현상까지 나타나 설립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앙대는 자유전공학부를 아예 폐지한 케이스.지난해 신설돼 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중앙대는 정부정책에 밀려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하긴 했으나 교육목표가 학교정책과 달라 폐지했다. 중앙대는 대신 자유전공학부와 행정학과를 결합한 공공인재학부를 신설,법학과 행정학 교육에 집중키로 했다. 변신을 통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 준비를 위한 학부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이다.

학교의 방향전환에 대해 고시가 아닌 다른 진로를 생각하던 학생들은 공중에 떠버렸다. 자유전공학부 재학생 A씨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많은 학생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공인재학부로 소속을 변경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국경제에 말했다. 이들에게는 선배도 후배도 없는 '유령 학과'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붙게 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는 경영학과 등 인기학과로 학생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공 선택이 끝난 고려대의 경우 재학생 129명 중 80~90명가량이 경영대를 희망하는 극심한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6월 연세대 조사 결과에서도 자유전공학부생 150명 중 당시 전공을 결정했다고 답한 학생의 70%가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했다. 성균관대도 로스쿨 진학 희망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경영학과로 진로를 선택,다양한 학문을 접한다는 설립취지는 오간데 없게 됐다. 경영학과 외 다른 학과 교수들은 수강학생이 적어져 난감해하는 일도 생겼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해까지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던 고려대는 내년 신입생부터 전공 배정 인원을 학과별 정원의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쏠림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원하는 전공을 배정받기 위한 1학년생들의 학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유로운 학문 탐색'이 '학점받기 좋은 학문 탐색'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연세대는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자유전공 정원을 절반(75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정 전공 쏠림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아예 처음부터 덜 뽑겠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많은 대학이 별다른 준비도 없이 자유전공학부를 유행처럼 만들었다"며 "설립 취지인 '통섭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급조하다 보니 결국 고시나 취업준비에 유리한 쪽으로 학생들이 휩쓸리고 있다"고 한국경제에 말했다. 한 자유전공학부 재학생은 "아무리 신입생 유치에 유리한 당근이라 해도 학생의 미래가 걸린 교육문제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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