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의 건강칼럼] 당뇨, 신장이 열쇠다
입력 2020.11.04 10:32
  • 서효석 편강한의원 대표원장
  • 우리나라 경제계의 거목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언론에는 고인의 재산과 상속세에 대한 보도가 연일 나온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라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그의 인생보다도 남긴 돈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면서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경제적 부를 쌓는 이유는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부를 쌓는다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불규칙한 식사와 과식으로 당뇨와 같은 병을 얻는다면 오히려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현대의 당뇨병을 ‘소갈병’이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의 '소갈(消渴)'문(門)에서는 소갈이 생기는 원인과 증상, 치료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소(消)'란 '태운다(燒)'는 뜻으로 열기가 몸 안의 음식을 잘 태우고, 오줌으로 잘 나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갈(渴)'이란 '자주 갈증이 난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소갈병은 음식을 자주 먹고, 갈증이 나며, 오줌을 자주 누는 증상을 보인다. 특히 살찐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을 자주 먹는다는 점에서 소갈은 장위(腸胃)와 관련되며 오줌을 자주 누는 점에서 폐와 관련되고, 몹시 갈증이 난다는 점에서 심장의 열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황제내경에서는 '2양(二陽)이 맺히면 소갈이 생긴다'고 말한다. 여기서 2양이란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과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 등 대장과 위가 관장하는 경맥을 말며, 이때는 이 두 경맥에 열이 몰려서 소갈이 생겨남을 뜻한다. 장과 위에 열이 있으면 음식이 금방 소화돼 빨리 배가 고파지므로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소갈은 살찐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생기는 것으로 본다. 살찐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주리(腠理 : 피부의 통로)가 막혀 양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므로 살이 더욱 찌고 속에 열이 생긴다. 속에 열이 있으면 양기가 타오르면서 목이 마르고, 속에 양기가 남아 있으면 비기(脾氣)가 위로 넘쳐나 소갈이 생긴다고 보았다. 쉽게 말해 살찐 사람이 즐겨 먹는 기름진 음식이 양기의 발산을 막아 몸 안에 열이 쌓여 소갈이 된다고 본 것이다.

    양방에서는 당뇨병을 주로 췌장의 문제로 본다. 췌장의 인슐린 생산이 원활치 못해 당뇨가 찾아오므로 췌장에서 못 만드는 인슐린을 외부에서 만들어 직접 주입해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췌장뿐 아니라 오히려 신장과 그 어미 장부인 폐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뇨는 신장 기능의 약화로 온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슐린과 균형 이루는 아드레날린이 신장에서 만들어진다. 인슐린과 아드레날린은 밀접한 함수관계에서 신장이 약해질 때 인슐린 생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반대로 신장 기능 좋아지면 인슐린이 정상화되어 당뇨도 호전된다. 췌장에서 생산된 인슐린과 특히, 부신에서 만들어진 아드레날린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폐 기능 강화로 신장이 회복되면, 이로 인해 당뇨병이 낫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마찬가지로 신장의 어미 장부, 폐 기능 강화가 중요하다. 폐 기능이 강화되면 신장이 좋아지고 인슐린 분비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췌장이 소화기를 돌보는 측면에서는 비장의 예하 기관이지만, 내분비 기관의 기능으로 보면 신장의 예하 기관이기도 하다. 당뇨는 췌장과 신장 모두의 영향을 받으나, 필자는 신장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양방에서는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슐린을 외부에서 주입하는 치료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당뇨는 점점 악화한다. 근본치료는 내 몸에서 인슐린을 다시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폐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편도가 튼튼해져 내 몸의 모든 임파구들을 활성화해서 신장 기능이 회복되고, 췌장의 병변을 회복시켜 고쳐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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