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온라인 개학’ 검토에 교사들 “개념 모호… 구체적 방안 제시해야”
입력 2020.03.26 10:00
-교육부 “휴업 장기화 대비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 마련”
-교사들 “온라인 수업 위한 시스템·제도 재정비 우선”
  • 교육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전국의 초·중·고교 휴업 장기화에 대비해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나섰다. 온라인 수업을 정규 수업 일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지적이다. 

    앞서 교육부는 ‘휴업 단계별 학사일정 조정 및 학습지원 방안’을 통해 휴업 기간이 7주를 넘기면 ‘학교 시간표에 준하는 온라인 학습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3차 개학 연기로 개학일이 4월 6일로 미뤄지면서 휴업 5주차를 앞둔 상태다. 이에 교육부는 25일 온라인 개학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며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교육 현장에선 온라인 개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적인 온라인 수업으로는 개학 이후 초·중·고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성취 수준 평가 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온라인 개학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개학을 하더라도 실제로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콘텐츠 기준 마련 ▲온라인 수업 플랫폼 최적화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스템과 제도 정비 ▲교육취약계층 격차 해소 등이 관건이라고 꼽았다.

    먼저 온라인 수업에서 활용할 콘텐츠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플랫폼을 최적화해야 한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인천 만수북중 교사)은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선정하기에 앞서 명확한 지침이 마련돼야 지금의 혼란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의 핵심 기반인 플랫폼도 단방향·쌍방향·과제 제시형 등 중구난방으로 쏟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최적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같은 공영플랫폼도 장·단점이 각기 다르다. ‘디지털교과서’는 서비스 과목이 적고 교과서 내 수록된 콘텐츠의 한계가 있어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디지털교과서와 연계 가능한 ‘위두랑’ 역시 학급 중심 소통이 가능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6개 시도교육청의 사이버학습 통합서비스인 ‘e학습터’의 경우, 초등 1학년부터 중학 3학년까지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 자료만 탑재하고 있어 고등학생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유아부터 고교까지 전 학습자를 수용할 수 있는 ‘EBS 온라인 클래스’는 최근 서버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스템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부소장은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온라인 학습이 가진 근원적 한계로서 학생들의 학습 이행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이후 전화상담이나 화상면담 등을 일일이 병행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경기교육연구소 연구실장)은 “교사가 학생들의 출결과 학습을 충분히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고,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로 딴 짓을 하지 않고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마련되고서 제도적인 측면에서 온라인 수업을 정규 수업 일수로 인정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 접근성이 취약한 계층을 위한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역이나 빈부 격차에 따른 온라인 학습 결손을 막는 취지에서 단말기를 보급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정책위원은 “미국의 경우, 소정의 보증금을 받고 온라인 학습을 위한 단말기를 보급했다”며 “온라인 수업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을 반드시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인터넷과 EBS 교육방송을 동시에 활용하는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빌려주거나 인터넷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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