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70주년’ 출제 공고 시기·재응시자 논란 손질해야
입력 2020.03.03 10:47
-국회 입법조사처 ‘검정고시제도 운영 현황·개선방향’ 보고서
-교육과정 수시로 바뀌는데 출제범위는 2개월 전에야 발표돼
-‘대입 목적’ 재응시자, ‘학력보완’ 제도 취지와 어긋나 논란
  • 학교 밖에서 실시하는 시험으로 학력을 인정해주는 검정고시 제도가 시행 70주년을 맞았다. 보완적 학력인정제도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최근 교육환경이 급변하면서 검정고시도 변해야 하나는 주장이 나온다. 

    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검정고시제도의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검정고시 시험 출제 계획 공고가 늦고, 재응시자로 인한 난이도 상승 논란 등이 불거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검정고시 시험 출제 계획을 검정고시 시행 직전년도 또는 시험일 2개월 전에 공고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수개월 또는 수년 전부터 준비하는 검정고시 응시자의 특성상 시험일 2개월 전에 시험 출제 범위를 공고하는 것은 학습과 시험 준비 과정에 어려움과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최근 교육과정이 수시로 개정되고 있고, 적용 시기가 초·중·고교 교육단계와 학년별 및 과목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는 상황”이라며 “검정고시 시험 출제 계획 공고 일정에 관한 응시생의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시·도교육청의 검정고시위원회는 개정된 교육과정이 시험 출제에 처음으로 반영되는 경우 1~2년 전부터 공고문에 예정 사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안내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 조사관은 “교육과정 개정 후 일정 기간 이내에 검정고시 출제 과목과 출제 범위를 확정해 발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정고시 합격자의 재응시를 제한한 규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는 고교 내신이 없어 검정고시 성적으로 내신점수를 대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정고시 점수를 높이기 위해 여러 번 응시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실제 최근 2015~2019년 고졸 검정고시 연령별 응시 현황을 살펴보면 13~19세 인구가 가장 많이 응시할 뿐만 아니라, 응시인원도 매년 늘고 있다. 이 조사관은 이 가운데 재응시 인원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응시가 보완적 학력인정제도라는 검정고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고교 내신 서적을 상향시킬 기회가 없는 정규학교 졸업자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 재응시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한 헌법소원도 있다. 2010년 전라남도검정고시위원회 위원장이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의 재응시 자격을 제한하자, 재응시 하려던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과잉금지라며 재응시를 허용했다. 

    이 조사관은 “재응시자로 인해 고졸 검정고시 출제 난이도가 상승하고, 시·도교육청의 검정고시 시행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며 “헌재가 지적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방안을 교육부가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검정고시지원센터와 시험 출제 업무위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점, 검정고시지원센터의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예산이 부족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검정고시지원센터는 야학 등 검정고시 교육기관을 선정해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상근직원 2명 인건비와 연구·조사비, 야학 등 정보제공 수준의 홈페이지 운영비에 그쳐 장애인이나 결혼이민자 등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습자를 위한 검정고시 준비와 응시 지원에 미흡하다는 비판이다. 

    한편 검정고시는 1950년 6월 제정된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규정에 따라 시행된 학력인정제도다. 정규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에게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해주기 위한 목적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 등 3가지 검정고시로 구분해 시행한다. 2015~2019년 합격자 수는 초졸 1만7472명, 중졸 4만7917명, 고졸 15만2751명이다. 1년에 2회 시험을 치르고, 올해 1회 시험일은 4월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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