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의 본질은 교육 … 스타트업 활성화해 한계 돌파해야”
입력 2020.02.21 12:00
-12일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 인터뷰
-이 협회장 “시장규모 4조원 … 이러닝 정체”
-“교육계 관성 돌파 위해 스타트업 지원” 강조
  • 최근 교육가의 화두는 에듀테크시장이다. 에듀테크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교육을 접목한 개념이다. 지난해 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스타트업과 전통적인 교육기업이 모두 앞다퉈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둔 맞춤형 교육(Adaptive Learning)을 내세웠다. 상대적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나 다른 기술을 활용한 교육서비스는 찾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본지는 12일 서울 강남구 타임교육 대표실에서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52·타임교육 대표)을 만나 최근 에듀테크시장 현황과 트렌드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국내 에듀테크산업의 과제로 ‘다양성’ 확보와 교육의 본질 회복을 강조했다. “국내 에듀테크시장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국한하지 않고 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독창적인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의 교육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필수입니다.”

  •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국내 에듀테크산업의 과제로 다양성 확보와 교육의 본질 회복을 강조했다. /김종연 기자
  • ◇ “AI·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은 과장”

    이 협회장은 이미 에듀테크산업 시장규모가 4조원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3조85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1월이 되면서 4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콘텐츠 개발·제작과 교육 솔루션, 이러닝 강의 서비스 등 3가지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며 “전자칠판 등 교육 디바이스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에듀테크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맞춤형 교육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평가를 했다. 맞춤형 교육은 교육 소비자의 빅데이터를 AI를 동원해 분석하고, 취약점을 강화하거나, 강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독려하는 기술이다. 수학이나 영어 등 교과목에 도입해 성적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최근 교육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협회장은 맞춤형 교육 기술은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교육은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거의 완벽에 가까운 AI 알고리즘을 갖추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지금 시중의 맞춤형 교육 알고리즘이 기업들의 주장처럼 확실한 학습성과를 보장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AI와 빅데이터를 강조하다 보니 교육계에서도 마케팅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맞춤형 교육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게 적절합니다.”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이러닝 강의는 ‘정체상태’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이러닝 강의를 수강할 교육 수요자가 줄고, 관련 기업도 일정액을 내면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즌패스’를 앞다퉈 출시해 출혈경쟁을 하면서 성장이 둔화했다. 이 협회장은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역으로 보면 더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상태에 놓였다”며 “최근엔 학습관리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과 결합한 솔루션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 대표는 스타트업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교사 바우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연 기자
  • ◇ ‘교사 바우처제도’로 민간 교육서비스 지원

    이 협회장은 에듀테크시장의 성장에도 창의성과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나타나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국내 교육시장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조건이라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가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에듀테크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다. 교과목 위주로 성적 향상에 매달리는 기존 교육기업의 관성을 깨고, 에듀테크시장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창의적인 도전과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이 협회장은 “기존 교육기업엔 이런 시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교육과 무관했던 외부기업이나 새로운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의 등장이 향후 에듀테크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에듀테크시장은 스타트업이 안착하기엔 어려운 구조다. 무엇보다 좋은 교육서비스를 개발해도 판매처가 없다. 이 협회장은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 스타트업 교육 서비스 구매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학교는 민간 교육서비스를 실제 수업이나 학교운영에 도입하기 위해 거처야 할 행정규제가 많다. 사교육 기업은 이미 이러닝 강의와 맞춤형 교육이 자리 잡고 있고, 강사 개인 등의 역량과 인기에 더 의존하는 구조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획기적 서비스를 개발해도 판매가 어려워 문을 닫거나 기존 기업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협회장은 이 같은 구조를 타파하고 스타트업의 판로를 마련하기 위해 ‘교사 바우처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교사 바우처제도는 일선 학교 교사에게 수업에 필요한 에듀테크 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다. 교사는 자유롭게 수업 개선을 위한 민간 교육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고, 에듀테크 기업은 그간 진입이 어려웠던 공교육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협회장은 이런 변화를 통해 에듀테크산업이 교육을 변화하는 매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듀테크가 단순히 교육기업의 먹을거리 창출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협회장은 “에듀테크산업은 기업의 성장이나 교육 수요자의 성적 향상뿐만 아니라 교육이 사회적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