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 선거교육 계기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논의해야”
입력 2020.01.14 17:20
-14일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 열려
-불분명한 교육과정·교사 정치적 중립성 문제 해결 필요
  •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 : 교육부·교육청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오푸름 기자
  • “올해 총선에서 학생들이 선거권을 행사하기 직전에 교육과정에 주권자 교육을 일부 반영해 급한 불을 껐다고 합시다. 선거라는 급한 불만 끄면 될까요? 장기적으로 시민교육을 독립 교과로 만드는 등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논의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원태 학교시민교육연구소장)

    최근 선거권 연령이 만18세로 낮아지면서 실시되는 선거교육을 시작으로 ‘시민교육’이라는 독립 교과를 개설하는 등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 : 교육부·교육청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혁신더하기연구소가 주최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선거권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그동안 선거교육을 비롯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정책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서원희 학교자치실현부모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 통과는 그동안 논의에 머물던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단박에 ‘발등에 떨어진 불’로 만들었다”며 “교육부는 그동안 왜 학교 민주시민교육에서 손 놓고 책임을 회피해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앞으로 선거권을 가지게 될 청소년들에게 실생활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통한 판단력이 생길 수 있도록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발제를 맡은 김 소장은 “시민교육은 범교과 학습 주제가 아니라 독립된 교과로서 다룰 필요가 있다”며 “사회·도덕 교과와 중복된다면 교과 개편을 통해 시민교육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시민교육은 사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방식을 주기적으로 가르쳐야 효과적이며, 실제 삶의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전 학년에 걸쳐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경기교육청 관내 1200여개의 중등학교 중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한 선택 교과를 채택한 학교는 0.5%(69개교)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시민교육 독립 교과를 운영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럽연합 22개국 중 20개 국가는 이미 시민교육을 과목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담당교사가 주당 1시간(45분) 이상 정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교육을 진행할 때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허진만 학교시민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삼일상고 교사)는 “영국은 1970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투표권 부여 연령을 만18세로 조정하면서 성숙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의무교육연령을 16세로 높였다”며 “우리도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 졸업 때까지는 온전하게 시민교육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김 소장은 “앞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일선 학교에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과정과 수업시수, 담당 교사 등이 없다”며 “법제화는 물론 민주시민교육의 개념과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위원회(가칭)’ 등의 공식 조직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대성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은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내용뿐만 아니라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내용 면에선 학교폭력문제 해결이나 논술교육, 인권친화적 생활교육 등과 연계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방법적으로는 논쟁중심 토론수업과 프로젝트 학습 등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정치적 현상을 다루는 민주시민교육 특성상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장학관은 “학교 민주시민교육 실천을 위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재해석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시대적 변화에 맞춰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하기보단 쟁점을 수업에서 다루고 함께 논쟁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입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문경(서울 도선고3)군은 “현재 민주시민교육은 실전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한 탓에 학생들이 졸업 후 투표권을 행사할 때 여러 주장을 비판적으로 비교해 자신의 정치관에 맞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학교에서부터 서로 토론해 여러 주장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입장을 형성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 14일 열린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김원태 학교시민교육연구소장이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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