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직장에도 부는 ‘코딩교육’ 바람
입력 2019.12.03 06:00
- 대기업 전사 차원으로 교육해 인재 양성
- ‘업무 효율화’ 목적으로 배우는 직장인도
  • /하나금융그룹 제공
  • 알록달록한 블록을 모아 붙이니 프로그램 하나가 금세 완성됐다. 어린이용 블록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를 활용해 코딩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직장인들.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아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연말까지 그룹 관계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원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어보는 심화 교육도 받는다.

    유초중등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코딩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전사 차원의 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개발 능력을 기르기도 한다.

    최근 기업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코딩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에 온라인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는 김재원 앨리스 대표는 “올해 기업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고객사가 지난해에 비해 4~5 배 정도 늘었다”며 “특히 대기업이 임직원들에게 투자한다는 취지로 전사 규모로 교육을 진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심은 업계를 불문하고 높다. 이달까지 IBK 기업은행은 전 임직원 1만1400명을 대상으로 파이썬과 SQL 교육을 진행했다. 이들은 두 달 간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법을 학습했다. 환율 계산, 고객 데이터 관리, 금융상품 관리 등 실무 맞춤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른다는 취지다. CJ 올리브네트웍스도 올해 임직원 1200명을 대상으로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래밍과 인공지능 기초 학습 교육과정을 진행했다. LG CNS도 전사 차원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임직원 재교육에 앞장서는 까닭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존의 업무 방식을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혁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교육을 통해 기르겠다는 취지다. 한준성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이제 디지털 역량은 IT부문 직원만이 아니라 전 금융인의 기본역량이 됐다”고 했다.

    적응을 넘어 변화를 이끌 인재를 자체적으로 양성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대학과 손을 잡거나 자체적인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도 한다. NH농협은 지난해부터 국민대 경영대학원에 인공지능 과정 교육을 위탁했다. 서울대 빅데이터 연구원과는 빅데이터 분석 과정, 동국대와는 블록체인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금융 인력 양성을 위해 자체 교육과정인 ‘디지털 에이스 아카데미’를 구축했다.

    사측이 주도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찾아나서는 직장인들도 있다. 모든 업계가 디지털화를 마주하고 있어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진데다,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요구가 생기면서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뉴스스크랩, 메일링, 세금계산서 발행, SNS 게시물 업로드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한다. 이러한 개발에 특화된 단기 교육과정도 속속 생기고 있다. IT 기술교육 플랫폼 인프런의 이형주 대표는 “B2B뿐만 아니라 B2C 수요도 상당하다”며 “IT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직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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