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법 시행 10년 실효성 의문… 개선해야”
입력 2019.09.18 17:53
-18일 국회도서관서 ‘경제교육 활성화 방안 토론회’ 열려
  • 18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경제교육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이제 학교 경제교육도 핵심역량 위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박형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18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경제교육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경제교육지원법(경제교육법) 제정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정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조승래 교육위원회 위원이 공동 주최하고, 경제교육단체협의회와 지역경제교육센터가 주관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경제교육법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며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9년 제정된 경제교육법은 소비자금융 발달과 가계부채 확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경제가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경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강제조항이나 처벌 등이 없는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고, 법령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육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교육법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제개념을 이론으로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관련 교과목도 입시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는 것이다. 중학교 경제교과의 경우, 사회과목 500여시간 가운데 20시간에 불과한 점 등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이 때문에 경제교육을 지원할 기구를 정비하고,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경제교육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령과 시행령을 개정해 더 많은 경제교육 사업을 민간 경제교육단체에 위탁해 수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교육 총량 이수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제교육 총량 이수제는 학생이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 교과수업과 창의적체험학습, 중학교 자유학기제, 학교 밖 캠프 등에서 경제교육을 일정시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고 이수 총량을 정하는 권한을 기재부장관에게 부여해 경제교육에 대한 기재부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경제교육의 패러다임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발맞춰 경제교육의 목표도 역량 함양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는 2017년~2019년 생애주기별 핵심 경제역량을 개발했다. ▲소비(지출) 관리 역량 ▲자산 관리 역량 ▲진로 탐색 역량 ▲위기 관리 역량 ▲변화 대응 역량 ▲노후 대비 역량 등 6개 핵심 경제역량을 개발하고, 각 역량의 의미와 교육에 적합한 시기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과거 경제교육 핵심개념이 경제학 원론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경제교육 핵심역량은 경제학 원론의 틀을 깨고 실용적인 경제교육의 내용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의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에서는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해 수업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재학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실장은 “강의식 경제교육은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수업 방식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순천대 사회교육학과 교수(한국경제교육학회장)는 “이론 위주 교육보다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하면 학생들이 경제에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사례 중심 경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대안 경제 교과서 형태로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수업 방식은 사례 중심 교육이다. 주요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지식을 도출하는 교육과정이다. 최저임금이나 아르바이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경제상식, 혁신과 창업 등 시사성을 담은 경제 주제를 개발해 대학에서 강좌를 개설하는 방식이다.

    경제교육의 대상이 사회 전 구성원인 만큼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교수는 “경제교육의 수요가 발생하는 생애 지점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수요자에게 적합한 경제교육을 제공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은퇴 준비 경제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생애주기별 핵심 경제역량. /김정우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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