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과학 영재 키우기
입력 2019.08.23 17:56
  • 사람들은 필자가 공부한 물리학을 대표적 과학이라고 부른다. 일견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과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난 현재 중 고등학교 교과과목 중 과학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을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과학이란 것과의 인연이 참 깊기도 하다는 생각을 잠깐 어렴풋하게나마 해 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과학이 뭐지?

    TV 방송에서 과학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면 꼭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다. 시험관에 담겨 있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반응물들, 그리고 반응액들이 섞여가면서 변해가는 형형색색의 빛깔. 이러한 반응물들을 담고 여기저기 널려 놓여 있는 플라스크들 메스실린더 등의 화학 실험기구. 그리고 산화나 연소반응 시의 ‘펑’ 하는 불꽃. 이런 모습들이 우리가 ‘과학’ 하면 쉽게 떠올리는 모습이 아닐까? 또 한 가지 ‘과학’과 연상 작용하여 흔히들 뇌 속에서 마구 복제되는 이미지가 있다. 미국연방항공우주국(NASA) 포스터에 등장하는 넓고 검은 우주,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작은 별들의 집합. 가까이 보이는 커다란 우주복 안에 쌓여 있는 우주인의 모습. 천체 망원경, 우주 정거장, 인공위성. 멀리 파란빛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지구.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학이란 뭐 이런 신비한 어떤 것이 아닐까 한다. 필자에게도 과학은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남부 도시에 있는 한 주립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잠시 근무하고 있는 시절이었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 학교에서 과학 축제 (Science Fair)라는 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의 과학에 대한 연구 경진대회가 있었고, 이 결과물들을 전시하고 보여주는 행사였다. 잠시간의 둘러봄은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과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내가 얼마나 과학에 대해 무지하였고, 그리고 잘못된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깨닫게 하여 주었다.

    당시 상위 수상을 했던 작품의 예를 여기 들어보고자 한다. 초등학생들의 연구 성과물이라는 것이 뭐 그리 크고 대단할 리는 없다. 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500명이 넘는 학생들과 개별 인터뷰를 하여, 학생들이 왼손잡이인지 아닌지를 조사하였다. 그리곤 이를 정리하여서 왼손잡이 학생의 비율을 계산하고, 이를 그 도시의 통계와 주의 통계, 그리고 미국 전체의 통계와 비교하여 분석 평가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었다. 경탄을 금치 못한 또 하나의 작품이 있었다. 한 가지 꽃을 화분에 심고, 일주일마다 사진을 찍고, 학생들 공책 몇십 권 분량이 되는 관찰일지와 재배일지를 증거로 일 년을 지켜본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연구 결과로 전시되어 있었다. 분석, 평가, 관찰, 인내. 이를 통한 자연 현상 원리의 도출과 인식. 이것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내게 웅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비하고 환상적인 접근할 수 없는 베일에 가려진 비밀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자신을 뒤돌아본다. 과학을 분석과 평가와 관찰을 통해서 숨겨진 진리의 꺼풀을 하나하나 스스로 인내심을 가지고 탐구해 가는 과정이라고 하자.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탐구가 가능하도록 어떠한 적극적인 역할과 도움을 내가 과연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매우 부정적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과 탐구과정은 시간 낭비로 여겨지며,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보다는 누군가 자신에게 던져 줄 정답을 급히 구할 뿐인 것이 이 땅의 교육 현실이다. 가르치는 사람들도 교과서에 있는 과학적 사실과 정의를 직접 설명하고 머리 속에 집어넣기에 급급하다. 필자 또한 이로부터 국외자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수학, 과학 기초 학력 평가에서 OECD 국가 중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 과학자가 나타나지 못하는지. 이젠 어느 정도 이해가 가게 됨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휴일 쾌청한 가을 하늘이 오늘은 왠지 찌뿌드드해 보임은 어찌 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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