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김무섭의 “학종 Light”] 학생부종합전형도 결국 교과 성적 순으로 선발한다?!
입력 2019.08.19 09:23
  • 최근 수시 상담을 하다 보면 지난 7월 코엑스에서 열림 대학박람회를 다녀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성적으로는 00대학에 지원하기 어렵다고 하던데요. 결국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도 교과 성적 순 인건가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학에서는 학종 평가 시 교과 성적을 정성 평가한다고 하던데 학부모들은 왜 저런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까? 결국 학종도 교과 성적 순으로 선발하는 것일까?

    경희대에서 발표한 2019학년도 네오르네상스 전형의 입시결과를 살펴보자.

  • /경희대학교 2019학년도 입학전형 통계자료_학생부종합전형(네오르네상스)
  •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지원자와 합격자들의 분포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합격자들이 2~3등급 중반이내 성적 부근에 몰려 있지만 1점대 혹은 4등급 전후에도 합격자들이 있는 모집단위도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고교 유형에 따라 지원자와 합격자의 결과가 위와 같이 나타나지 않을까?’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런 추정을 검증할 수 있는 또 다른 자료를 살펴보자. 서울시립대에서는 올해 2019학년도 수시 학종 결과를 상당히 자세하게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그 중 고교 유형별 지원자와 합격자의 교과 평균성적 자료는 다음과 같다.
  • /2019년 서울시립대 주최 UOS 교사 초청 사례 공유 컨퍼런스 발표 자료
  • 이와 같이 고교 유형에 따라 지원자들의 교과 성적의 분포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앞서 대학에서 언급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즉, “고교 유형에 따라 지원자들의 분포가 달라지게 되는데 해당 학생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쟁자들에 비하여 최소한 교과 성적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고의 4등급인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경우 등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학생의 ‘기초학업역량’의 우수성을 비롯하여 ‘잠재역량’과 ‘사회역량’을 평가해 보고 이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서울시립대에서 발표한 또 다른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 /2019년 서울시립대 주최 UOS 교사 초청 사례 공유 컨퍼런스 발표 자료
  • 따라서 학종을 지원하고자 수험생은 단순히 교과 성적만으로 지원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물론 교과 성적은 수험생의 “학업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교과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나 서류 제출, 면접 등이 없는 학생부교과전형이다. 학종은 교과 성적을 비롯한 교과 외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통해 학생의 우수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종을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은 지원 희망 대학의 학생 선발 및 평가 방법 등을 고려하여 본인이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다면 학교 선생님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앞서 ‘고교 유형에 따라 지원자들의 분포가 달라진다는 점’을 오해하면 ‘고교 유형별 유ㆍ불리가 있다 또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고교 유형별 유ㆍ불리 등’의 내용이라기보다는 고등학교의 환경을 고려한 정성적 평가의 특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일반고 3등급 학생과 자사ㆍ특목고 3등급 학생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불공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사ㆍ특목고 학생을 무조건 유리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도 옳지 않다. 대학에서는 ‘3등급’이라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은 학생의 ‘노력’과 ‘역량’을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확인하여 평가한다. 교과 성적이 3등급인 특목고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살펴보았더니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내용 외 학생의 주도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데 단지 특목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합격시키는 것이 옳은 일일까? 대학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서울대는 201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운영을 위해 20억을 사용하였다. 그 외 대학들도 매년 몇 십억의 예산을 들여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고교 등급제 혹은 교과 성적 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그렇게 많은 비용은 필요 없을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것이 운영 측면에서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이유는 기계적으로 산출한 0.01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것보다는 수험생의 다양한 환경 등을 고려하여 맥락적으로 이해할 때 보다 정확하게 학생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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