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오피니언]현장 모니터링은 쏙 빠진 아이돌보미 인·적성검사
입력 2019.06.18 10:25
  • “5월부터 아이돌보미 선발 과정에 인·적성 검사를 도입하겠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아이돌보미를 대상으로도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이 같은 내용의 ‘안전한 아이돌봄서비스를 위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3월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의 후속 조치였다. 그로 인해 들끓었던 여론은 잠잠해진 듯했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그 사이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 서비스 제공기관 222곳에 6월 이후 이뤄지는 채용 과정에 인·적성 검사를 포함할 것을 지시했다. 지역별로 재직자 대상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라는 내용도 함께였다. 검사 종류는 ‘MMPI-2’. 우울증, 강박증 등의 특성들을 판별해주는 다면적 인성검사다. 또 여성가족부는 면접에 아이돌보미로서의 인성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아동학대 예방 또는 심리 관련 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키라고 했다. 해당 조치로 각 기관은 아이돌보미 채용 시 서류 또는 면접 합격자에 한해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

    여성가족부는 “다시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의 이행,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실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도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표한 대로 인·적성검사가 제대로 시행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검사를 진행하도록 했으며 일부 기관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유선상으로 정책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따로 센터를 방문해 모니터링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그저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역별 채용 공고를 보며 인·적성검사가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기관 담당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아이돌봄서비스 제공 기관 관계자는 “현재 우리 관할 지역에서만 100명에 달하는 아이돌보미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어디에 모아 놓고 검사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장소를 구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토로했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인·적성 검사 역시 기관 자율에 맡긴 상태다. 검사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패널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여성가족부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정책만 부랴부랴 발표하고 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정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이용 가정은 6만4591가구. 4년 전보다 1만229명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아이돌보미 채용 규모를 지난해 약 2만3000명에서 올해 3만명 정도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돌보미를 확대하는 것만이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객들이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신뢰는 ‘보여주기식’ 정책 발표만으로는 쌓이지 않는다. 정부는 금천구 아동학대 피해자 아버지가 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 말을 정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 죄 없는 예쁜 아이가 학대에 희생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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