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사교육비 통계 … "계층·학년별 세부 조사로 보완해야"
입력 2019.05.29 16:51
-국회서 '월평균 29만원 사교육비 통계 개편 토론회' 열려
  • 29일 국회에서 열린 '월평균 29만원 사교육비 통계 개편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현실과 괴리됐다는 평을 받는 사교육비 통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득·학년별 사교육비' 등 세분화한 통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 평균치만으로는 국민이 처한 각기 다른 상황을 비춰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심기준, 박경미, 이원욱,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월평균 29만원 사교육비 통계 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교육부가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라 마련됐다.

    사교육비 통계는 교육부가 2007년부터 조사해 매년 3월경 발표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를 중심으로 과소조사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도승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성남지회장은 "이 정도 비용은 아이를 영어 학원에 한 달 보내면 끝"이라며 "많은 학부모가 납득할 수 없는 통계라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 교육부 사교육비 평균 공표 시 '사교육 안 받은 학생' 빼야

    우선 보완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공표의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주 지표로 발표하고 있다. 변종석 한신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사교육비 조사 자체는 사교육비 총 규모와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교육의 현실은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괄한 평균을 주 지표로 발표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사교육비 총 규모'와 '사교육 받는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다 대표적인 지표로 제시했다. 이는 이미 조사를 통해 파악한 바다. 2018년 사교육비 총 규모는 19조4800억원 규모로 2017년 18조6000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9만9000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10만원가량 높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기존 발표액인 29만원보다 현실적으로 느낄만한 수치"라고 말했다.

  • 김현철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사교육비 통계 개편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 소득별·학년별 통계 강화,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해야

    전문가들은 학생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점차 다양해진 만큼, 세부적인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소득별 통계가 정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득은 사교육비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현철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소득층 표본이 많으면 평균 사교육비도 올라간다"며 "조사 이후에 모집단의 소득분포와 표본의 소득분포가 비슷하도록 사후 층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년별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은 학년별 사교육비를 따로 발표하지는 않는다. 김화경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학년 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학년별 사교육비는 중요한 정보"라고 짚었다. 표본의 규모도 문제 삼았다. "예컨대 서울 강남권은 한 학년의 2~3학급을 표본으로 조사하는데, 이는 규모가 너무 작아요. 강남권만 해도 서초, 강남, 송파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한 학년 2개 학급이 대표성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학년을 변수로 공식적으로 넣고 표본을 늘려 보완해야 합니다."

    조사대상을 초·중·고교생과 학부모에서 영·유아 및 학생과 학부모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유아시기부터 사교육 참여가 높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도 지회장은 "영어유치원이나 각종 예체능 학원 등 학부모들은 아이가 유아일 때 쓰는 비용이 많다고 체감하기에 영·유아기 사교육비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교육비 '증가 원인' 알만한 조사 없어 종단연구 필요

    무엇보다 조사 자체만으로는 사교육비가 증가한 이유를 파악할 수 없어 정책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호준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개선 방향의 질문을 '초·중·고 사교육비 지출실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것인가'에 한정할 게 아니라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안 규명이 가능하도록 어떻게 사교육 통계를 개선할 것인가'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양적 조사 중심의 단면조사에서 벗어나 심층면담을 통한 질적조사를 병행해 사교육비 증가 원인을 규명할 필요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방법으로 '종단연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금은 동일한 표본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두 차례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 결과를 연계하지는 않는다. 변화의 추이를 파악할 수 없는 까닭이다. 변 교수는 "조사연도 내 사교육비 변화를 파악하는 종단 분석이 가능하도록 조사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종단연구는 동일표본으로 반복조사하기 때문에 비용은 더 많이 들 전망이다. 김 교수는 "예산 문제로 종단연구가 어렵다면 '이전 기간보다 사교육비가 증가했는가'라는 물음을 추가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사교육비 조사와 교육부의 기존 데이터를 연계하는 방안에도 입을 모았다.

    ◇ 통계청 "표본규모 늘릴 것 주 지표 변경 검토하겠다"

    통계청은 이 자리에서 사교육비 조사 개편 방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표본규모를 늘리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올해부터는 표본규모를 연간 3108학급으로 두배 넘게 늘린다. 또한 지역층을 세분화해 지역 통계를 강화한다. 현행은 총 21개 지역층으로 조사하지만 앞으로는 총 34개 지역층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이밖에 과학고·외고·국제고가 묶여 있던 특목고를 과학고·영재고, 외고·국제고로 이분화하고, 소프트웨어나 코딩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제2외국어 등과 묶여 있던 컴퓨터 교과를 분리한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주장에 대한 피드백도 이뤄졌다. 결과 공표 시 주 지표를 변경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세부 통계를 강화해달라는 요청에는 부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경은 통계청 표본과 과장은 "가구소득을 반영할 방법은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발제자가 가구소득 반영 지표로 제시한 '사교육비 조사 시 가구소득 응답'은 참값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후 층화를 할 경우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은 교육부와 논의를 통해 하반기에 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2019년 사교육비 통계 조사 변경 사항 / 통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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