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질 높이려면 소득 따라 등록금도 달라야 한다?
입력 2019.04.12 09:59
-KEDI ‘고등교육 질 제고를 위한 재정투자 방안’ 연구
-“소득에 따라 등록금 다르게 책정하면 ‘차별’” 비판도
  • /조선일보 DB
  •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등록금을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소득을 기준으로 비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한 ‘고등교육 질 제고를 위한 재정투자 방안’에 담겼다. 연구진은 대학교육의 질은 학생과 교수가 학습과 교육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학생의 재정 부담을 꼽았다. 등록금과 생활비가 비싸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저소득층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비용 자체를 감액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4개 대학에서 학생 3~4명, 교수 3~4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면담을 하고, 문헌조사 등을 종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 학생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학습시간보다 우선적으로 할애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수도권 소재 사립대로 진학한 학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기도 했고, 아르바이트로 인한 수면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시간을 먼저 잡아두고 수업 시간표를 맞춰서 짠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국립대 학생은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 덕분에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등록금 차이가 사립대와 국립대 학생의 학업시간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립대의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제시한 게 ‘소득 연계형 등록금’ 제도다. 소득분위에 따라 등록금을 차별화하는 방식이다. 모든 입학생과 재학생에게 등록금을 동등하게 고지한 뒤 가계소득에 따라 실제 내야 할 등록금은 다르게 책정하는 게 골자다. 대신 물가인상률의 1.5배로 제한한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없애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한 대학의 공식 등록금이 1000만원이라면 고소득층인 9·10분위 학생은 1000만원 전부를 부담하고, 저소득층인 6분위 학생은 600만원만 부담하도록 해 400만원을 감액해주는 방식이다.

    기존 국가장학금 제도에선 6분위 학생이 원래 부담해야 하는 400만원을 정부가 장학금 형태로 보조했지만, 소득 연계형 등록금 제도를 도입하면 이를 대학이 부담해야 한다. 대학의 부담이 늘기 때문에 대학의 등록금 인상 제한을 풀어주는 셈이다 .

    이런 방식은 언뜻 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연구진은 국가장학금 제도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사립대 학생의 재정 부담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장학금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장치로 작동하면서 대학 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해당 대학에 속한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등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학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국가장학금을 통해 저소득층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학 재정을 악화시켜 대학의 자체적인 교육·시설투자를 억제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12년 2조 1023억원 규모였던 국가장학금 정부예산이 2016년 3조 9912억원까지 늘어나면서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정부의 대학교육 관련 예산이 제자리걸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과 민간부담을 높이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폐지하고, 대신 저소득층에 대해선 등록금을 감액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득 연계형 등록금도 논쟁의 여지가 크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저소득층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비용 자체를 감액한다는 게 큰 차이”라며 “같은 수업을 들어도 고소득층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소지가 있다” 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방식이 대학간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는 “고소득층 학생이 서울 내 소수 사립대에 몰려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고소득층이 몰린 대학은 등록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저소득층이 많은 대학은 등록금 인상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뉴스